동아일보|오피니언
왜곡된 ‘한국 자랑’ 유튜브가 낯 뜨거운 이유
[알파고 시나씨 한국 블로그]
입력 2022-04-22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필자는 기자 출신으로 시사 방송도 하지만, 예능도 하고 저술 활동도 한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개인 채널도 운영한다.
한국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는 국제 뉴스나 세계사와 관련된 영상들을 주로 제작한다.
방송이나 저술 활동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튜브 활동은 취미이자
기존에 하고 있는 방송의 보조 역할로 활용하고 있다.
영상에 달린 댓글로 대중의 관심 방향을 파악하기도 하고
영상을 본 방송 작가들이 섭외 요청을 해오기도 한다.
큰 부담 없이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회 수나 구독자 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이 널리 알려지기를 원하듯이 조회 수나 구독자 수를 늘릴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자극적인 것을 제작해야겠다는 유혹을 느낀다.
현재 필자의 채널에서 조회 수가 가장 높은 영상 중 하나의 제목은 ‘오징어게임, 중동 반응’이다.
내용은 굉장히 무난하다.
중동 언론에 나온 긍정 반응과 부정 반응을 모두 모아서 만든 영상이라,
영상의 섬네일이 다소 자극적일 뿐 내용은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다.
어떤 영상을 만들어 나갈지 고민하던 찰나 구독자들이 “조회 수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영상과 채널 몇 개를 추천했다.
채널의 영상 제목들은 주로 이런 느낌이다.
‘○○나라가 대한민국과 합병하고 싶은 이유!’
‘5년 안에 대한민국과 합병할 그 나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곧 붕괴,
중앙아시아에서 고려인들이 독립한다!’….
진실에 가까운 부분도 존재하나 대다수의 내용이 ‘뻥’이다.
게다가 단순히 ‘뻥’이 아니다. 동시에 ‘뽕’이기도 하다.
비속어로 ‘뽕’이라 불리는 마약 필로폰은 거짓된 기분 혹은 느낌으로 유쾌감을 준다고 한다.
영상을 보는 귀화 한국인인 필자도 기분이 엄청 좋아졌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거짓된 정보인 것이 확실하다.
즉, 일종의 사상적 마약이다.
필자는 같은 유튜버로서 고민해 봤다.
왜 이러한 영상을 제작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두 가지 같았다.
하나는 불법 마약상들과 비슷한 입장이다.
마약 장사는 불법이지만, 큰 고생 없이 단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
이처럼 그들도 유튜브에서 단시간에 큰 수익을 창출하려고 이러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두 번째 답은 좀 더 복잡하다.
마약은 알다시피 마취할 때 쓰는 약으로 일종의 의료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건강에 때로는 좋을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채널의 영상 크레이터들이 악의적인 마음이 아니라 애국의 마음으로 이러한 활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영상이 타당한 것인가?
영상에서처럼 로마 제국의 선조를 고조선으로 우기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건 맞는 행동인가?
한국이 문명이 없던 민족도 아니고 한글 창제 등 역사적으로 자랑할 아이템이 많은데,
로마 제국까지 욕심을 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민족분단의 비극을 당했고 오랜 기간 공산화의 공포 속에서 살았다.
이런 어려운 배경에도 불구하고 1950∼1970년대 국가가 주도한 경제발전 정책,
그리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국민들의 노력을 통해 급속히 성장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급속히 세계무대에서 국력을 키웠다.
이런 자긍심에서 소위 ‘국뽕’이란 말을 쓰는 한국인도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팩트가 불확실한 것을 근거로 한 자신감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한국은 이제 세계 각국과 어울려 살고 있는 나라이자 외국인들과 함께 사는 나라가 됐다.
이러다 보니 필자는 요즘 난감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왜곡된 유튜브 동영상을 본 한국인들이 해당 영상에서 왜곡한 국가들 출신인 외국인들에게
“A나라 원래 시조는 고조선이었어!”
“B나라는 대한민국이랑 합병하고 싶다며?”
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에이,
누가 그런 영상 보고 외국인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하실 것 같지만,
필자는 이런 장면을 수십 번 목격했다.
왜곡된 ‘국뽕’은 ‘국뻥’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런 거짓과 과장이 없어도 충분히 자랑할 것이 많은 나라다.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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