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코로나로 취소했다던 ‘프레잼버리’, 부지 매립도 못해 파행
[잼버리 폐막 이후]
“잼버리 부지 매립 2022년말 완료”… 2018년초 문제 알고도 사실상 방치
잼버리 뒤 잔여 재산 소유권 두고
여가부-스카우트연맹 신경전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원들이 철수한 이후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지가 15일 썰렁한 모습이다. 이달 1일 시작해 12일 공식 종료한 잼버리 대회는 대회 부지 선정과 준비 부족, 운영 미숙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부안=박영철 기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관계 기관들이 잼버리 본행사의 사전 점검 행사인 프레잼버리가 부지 매립 문제로 지난해 8월 열리기 어려울 것이란 점을 잼버리 준비 초기 단계인 2018년 초부터 파악하고도 해결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프레잼버리 취소 이유로 들었으나 실제로는 부지 매립이 안 된 준비 부족으로 드러난 것. 관계 기관들이 6년 전 파악한 문제점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프레잼버리 취소, 잼버리 파행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2018년부터 “부지 매립 완료 2022년 말”
동아일보가 15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2018년 1월∼2020년 3월 ‘잼버리 대회 관계 기관 실무회의 결과 보고’ 자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과 여성가족부, 전북도, 농림축산식품부 등 잼버리 조직위와 집행위 소속 기관들은 프레잼버리가 일정대로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6년 전부터 파악했다.
보고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 19일 열린 회의에서 농식품부는 잼버리 부지 매립 사업 계획에 대해 “사업 기간은 61개월 소요되니 신속한 협의를 통해 단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업 기간 61개월 일정은 2018년 잼버리 부지 매립 기본계획 수립부터 2020년 상반기 공사 발주 및 착공, 2022년 말 완료까지다. 잼버리 주최국은 통상 본행사 1, 2년 전에 프레잼버리를 열어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 전 세계 청소년 수만 명이 모이기 전 사전 점검이 필수이기 때문. 그러나 애초에 농식품부 보고대로라면 프레잼버리는 열리기 어려웠던 셈이다.
다음 회의인 2018년 1월 31일 회의에서 여가부는 “프레잼버리를 2022년 8월에 개최하기 위해 2022년 2월까지는 잼버리 부지 매립 완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후에도 관계 기관들은 “신속한 협의가 필요하다” “2021년 또는 2022년에 프레잼버리를 개최하겠다”는 의견만 반복했을 뿐 실제 공사 기간은 앞당겨지지 않았다. 결국 관계 기관들이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잼버리 부지 매립은 처음 농식품부가 우려했던 일정과 비슷하게 2020년 1월 20일 착공해 2022년 12월 16일 완료됐다.
결국 지난해 8월 2∼7일 예정됐던 프레잼버리는 대회 개최 2주 전인 지난해 7월 19일 전격 취소됐다. 당시 조직위는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결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프레잼버리 취소 직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결산심사 검토보고서에서 “프레잼버리는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행사 정상 개최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이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관계 기관들이 2018년 2월부터 프레잼버리를 새만금 잼버리 부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치를 상황도 검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 기관들은 “잼버리 부지에서 개최 불가 시 타 지역 개최 방안을 한국(스카우트)연맹에서 검토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전 점검 행사를 다른 장소에서 진행하려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관계 기관들 잿밥에 먼저 관심 정황
실무회의 자료에 따르면 관계 기관들이 행사 준비보다는 잿밥에 먼저 관심을 뒀던 정황도 나타났다.
2018년 1월부터 여가부와 한국스카우트연맹은 잼버리 조직위 해산 뒤 잔여 재산을 어디로 귀속시키는지를 두고 여러 차례 이견을 보이며 대립했다. 전북도는 잼버리 부지 옆 새만금 초입지 하수처리 시설 설치에 국고 70%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관계 기관들은 또 조직위 사무국 구성에 ‘자기 기관’ 인력을 포함해 달라고 요청하는 데 회의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정우택 의원은 “6년 전 대회 유치를 확정해 놓고도 대회를 개최할 부지 환경과 인프라조차 전혀 준비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며 “개최지 선정과 환경 인프라 준비 예산 집행 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조사,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준일 기자, 조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