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 부담에 ‘쪼개기 고용’ 늘어… 초단시간 근로자 역대 최대
풀타임 1명당 주휴수당 月30만원
내년 최저임금 1만1832원 되는셈
주15시간 미만 취업 5년새 64%↑
“고용의 질 악화시켜… 개선 필요”
충북 옥천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44)는 며칠 전 평일 4일간 저녁 3시간씩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공고를 냈다. 그는 풀타임 알바 3명 대신 단시간 알바 6명을 고용하고 있다. 알바생이 많으면 그만두는 경우도 잦아 새로 사람을 구하는 게 힘들지만 풀타임 알바 한 명당 매달 약 30만 원의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알바 세 명이면 주휴수당만 90만 원 넘게 챙겨줘야 하는데 어떻게 풀타임 알바를 구하겠냐”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주는 주휴수당을 더하면 사실상 최저시급이 ‘1만 원’을 넘어선 1만1832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몇 년 새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며 주휴수당 논란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는 주휴수당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 주휴수당 안 주려 ‘쪼개기 고용’ 급증
주휴수당은 일주일에 최소 하루의 유급휴일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실제 일한 시간에 더해 하루치 급여를 더 주는 제도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올해 최저임금 9620원을 받는 직원이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하면 일주일 임금은 38만4800원이다. 여기에 주휴수당, 즉 하루치 임금 7만6960원을 더해 총 46만1760원을 받는다. 소상공인들은 “오르는 최저임금보다 주휴수당이 더 무섭다”며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직원을 여러 명 두는 ‘쪼개기 고용’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취업자는 157만7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17년 대비 지난해 최저임금이 41.6% 올랐는데, 같은 기간 초단시간 취업자는 64.3% 급증했다.
‘쪼개기 고용’의 여파는 장시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미친다. 서울의 식당과 맥줏집에서 동시에 일했던 대학생 김모 씨(20)는 일주일 전 일을 모두 그만뒀다. 김 씨는 “한곳에서 긴 시간 일하고 싶었지만 요즘은 그런 알바 자리가 별로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두 곳에서 일했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 저임금 근로자 배려한 제도 개선 필요
주휴수당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 존재했지만 도입 근거는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심각했던 시절 근로자를 위해서 최소 주당 하루 정도는 쉬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제도가 고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최저임금이 1만 원에 근접하게 오른 고용 환경에서는 이제 주휴수당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휴수당 때문에 초단시간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고 노동시장의 고용 형태를 왜곡하는 등의 부작용이 크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주휴수당을 없애더라도 저임금 근로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점진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몇 년에 걸쳐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의 생계에 타격이 크지 않도록 연착륙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