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은 지리산이라는 거대한 산악지대로 예로부터 약초가 많은 지역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촌이 형성되고 문익점의 목면시배 유지로 알려진 곳이다. 그에 못지않게 청정지역으로 요즈음도 지친 심신을 힐링하기에 아주 좋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특히 금년 2023년 9월 15일~10월 19일(35일간) 동의보감촌 일대에서 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가 열리면서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는 곳이다. 고온 현상으로 10여 일이나 서둘러 봄꽃이 이미 피었다가 지면서 생뚱맞게도 기온이 뚝 떨어졌다. 하지만 한 번 온 봄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구형왕릉 입구의 계곡부터 예사롭지 않은 환경의 별천지다. 마한 변한 진한의 3한 시대를 거치며 2세기 중엽부터 지금의 경남지역인 낙동강 유역 변한지역에 김해를 중심으로 12개 소국연맹이 전기 가야연맹체를 이루었다. 그중 김수로왕의 김해 가야국(금관가야)이 우월하다가 침체하였다. 5세기에 접어들어 고령지방의 대가야국을 중심으로 후기 가야연맹체를 이루어 22개국을 아우르게 되었다. 가야국은 백제와 신라의 틈새에서 전쟁에 시달렸으며 대가야의 악사인 우륵은 가야금을 들고 신라 진흥왕에게 투항하였고 562년에 멸망하였다. 가야에서는 순장제도가 있어 죽은 사람을 위하여 살아있는 사람이나 동물을 죽여서 함께 매장하는 장례 제도가 있었다. 산청의 구형왕릉은 가야국 10대 임금인 구형왕의 무덤이다. 왕릉이라고 하기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독특한 형식의 특이한 피라미드식 돌탑이나 돌무더기다. 다른 것은 경사진 언덕의 중간에 총 높이 7.15m의 기단식 석단을 이루고 있다. 정면에 가락국양왕릉이라는 비석이 뒤늦게 서 있다. 구형왕은 구해(仇亥) 또는 양왕(讓王)이라 하는데 김유신의 증조부이다. 서기 521년 가야의 왕이 되어 서기 532년 신라 법흥왕에게 영토를 넘겨줄 때까지 11년간 왕으로 있었다. 신라의 마지막 국왕인 경순왕이 고려의 왕건에게 신라를 통째 넘겨주었던 것과 다르지 않아 역사의 아이러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