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도시 강바닥에 영원히 있을 것이다."
26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개회식에 이탈리아 선수단 기수로 입장하던 중에 결혼 반지를 잃어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 육상 높이뛰기 대표인 잔마르코 탐베리(32)가 아내를 향해 설설 기는(grovelling) 사과를 하며 그녀를 달랜다고 건넨 말이라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이탈리아 선수 아니라 할까봐 상당히 낭만적인 위로의 말을 건넨 것이다.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그는 개회식이 열리는 에펠탑을 향해 센 강을 따라 운항하는 보트 위에서 동료 선수들을 배경으로 세 차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펜싱 대표 아리아나 에리고와 함께 열심히 이탈리아 국기를 휘젖다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손가락에서 반지가 빠져 보트 바닥에 한 번 퉁긴 다음 반지가 강물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영원히 지속될 몇 안되는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탐베리는 인스타그램에 아내 치아라 본템피 탐베리에게 바치는 포스트를 올려 "정말 미안해요.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한 뒤 "너무 많은 체중 감량과 저항할 수 없는 열정 때문에" 이런 불행한 일이 빚어졌다고 변명했다. 이어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다면, 내가 이 반지를 잃어버려야 했다면, 난 더 나은 장소를 상상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나쁜 운을 "시적"이라고 표현한 그는 한 술 더 떴다. 치아라의 반지도 함께 강에 던져버리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러면) 둘이 영원히 함께 있을 것이며 우리는 맹세를 새롭게 하고 다시 결혼식을 올리는 핑계를 하나 더 갖는 셈이다."
치아라는 남편의 사과 글 아래 "오직 당신만이 이 일을 뭔가 낭만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부창부수했다. 둘은 2022년 9월 결혼했다.
탐베리는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카타르 대표 무타즈 에사 바르심과 나란히 2.37m 바를 넘지 못해 공동 금메달을 수상한 일로 신문에 대서특필된 일이 있었다. 바르심이 먼저 연장전을 치르지 않으면 안되느냐고 감독관에게 물었고, 감독관이 탐베리만 동의하면 가능하다고 답했고, 탐베리도 고개를 끄덕여 올림픽 역사 109년 만에 공동 금메달 수상이 이뤄졌다. 탐베리는 2011년부터 죽 길러 온 '반쪽 수염'을 말끔히 밀고 대회에 출전한 것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 육상 팬들에겐 탐베리와 바르심 모두 우상혁과 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여 눈길이 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