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재건축은 공동주택(아파트) 재건축과는 달리 노후도 요건만 맞으면 안전진단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또 대부분 기존 용적률이 100% 미만으로 낮은 편에 속해 사업성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강남권 단독주택지의 경우 도로ㆍ지하철 등 기반시설이 강북보다 비교적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투자 수요도 많은 편이다. 서울지역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지 중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 서초구 방배동이 1순위다.
방배동 일대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은 모두 9곳으로 지하철 7호선 내방역 주변과 2호선 방배역 인근에 몰려 있다. 방배1동에서 2곳, 방배2동 2곳, 방배4동에서 5곳이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전체 면적은 34만4000여㎡다. 6구역(946번지 일대)이 11만4000여㎡로 가장 크다.
재건축 구역 대부분은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 190%(7구역은 170%)에 평균 7~10층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이곳은 교통 여건 등 입지가 워낙 좋아 향후 유망 주거지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하철 7호선 내방역과 2호선 방배역, 4ㆍ7호선 환승역인 이수역을 이용하기 쉽다. 주변에 서리풀공원도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지분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여서 지금 투자에 나서면 수익성이 있는지 등 따져봐야 할 것도 적지 않다.
6,7 구역 사업지 규모 가장 커…2000가구 이상 대단지 형성
7호선 내방역을 기준으로 북쪽에는 1~5구역이 위치해 있다. 남쪽에는 6~9구역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1~3구역은 통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7호선 내방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다.
4구역은 2,3구역과 맞닿아 있으나 별도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7호선 내방역에서 5분 거리로 방배동 재건축 구역 중에 가장 가깝다. 5구역은 건설업체에서 부지를 매입해 고급빌라를 분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6,7구역은 두 구역이 함께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방배동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 중에는 가장 규모가 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이수중학교 쪽으로 경사가 형성돼 있다. 향후 용적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2000가구 이상의 대단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수에 비해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사업성이 높을 것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2호선 방배역에서 가장 가까운 장점이 있는 8구역은 작년 8월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규모가 크지 않은 게 단점이다. 400가구 안팎의 중소 규모 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9구역은 서리풀공원이 인접해 있어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장재터널(국군정보사령부~서리풀공원 관통) 개통 호재도 안고 있다. 그러나 8구역과 마찬가지로 면적이 작은 것이 약점이다.
기본계획에는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우선 검토대상 지역에 해당하는 방배동 975번지 일대나 방배동 956번지 일대에도 눈길이 간다. 975번지 일대는 방배 6,7구역과 함께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방배동 956번지 일대도 개발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방배동 롯데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의 개발 의지가 높고 기본계획에 포함된 구역들에 비해 가격이 싸 기대 이상의 투자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수세 뚝…개발 기대감에 매물도 없어
이곳 단독주택 재건축시장은 조용한 편이다. 사업이 초기 단계인 데도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많아 투자 문의가 뜸하다. 방배동 다인공인(02-535-8955) 임금자 사장은 “2005년 재건축 예정지 발표와 조합 추진 움직임이 가사화하면서 단독주택 지분 값이 가파르게 올랐으나 올 들어서는 상승세가 주춤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매물이 많은 것도 아니다. 개발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방배동 단독주택 재건축의 각 구역의 시세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지지분이 66㎡인 단독주택의 경우 ㎡당 696만~757만원 선, 20㎡ 지분 빌라는 ㎡당 1212만~1515만원 선을 호가한다. 재건축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의 단독주택ㆍ빌라 가격도 많이 올라 단독주택은 ㎡당 606만원 선, 빌라는 ㎡당 909만~969만원 선이다.
투자할 만한가
단독주택 재건축은 아파트와 달리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사업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정비예정구역에 포함돼 있다는 것은 안전진단을 통과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받으면 곧바로 조합설립ㆍ사업시행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재개발에 비해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 여건이 양호하고 토지 등 소유자 80% 이상의 동의로 조합설립인가가 되면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도 할 수 있다.
재개발에 비해 사업성도 높은 편이다. 재개발의 경우 전체 가구 수의 80% 이상을 전용면적 85㎡ 이하로 하고 전체 가구 수의 17%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지만 단독주택 재건축은 85㎡ 이하를 60%, 임대주택도 늘어나는 용적률의 25%만 지으면 돼 수익성이 좋다.
하지만 유의할 점도 많다. 단독주택 재건축은 토지나 주택 중 하나만 소유해도 입주권을 주어지는 재개발과는 달리 토지와 주택을 모두 소유한 경우에만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
때문에 토지 또는 주택만 소유한 사람은 단독주택 재건축에 반대할 가능성이 커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방배본동 H공인 관계자는 “전체 조합원의 10~15%가 토지와 주택 중 하나만 소유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단독주택 재건축의 경우 이들 조합원 무자격자에 의한 민원으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독주택 재건축도 아파트 재건축과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아파트 재건축과 동일하게 소형평형 의무비율ㆍ조합원 지위 양도금지ㆍ늘어나는 용적률의 25% 임대주택 의무 건립ㆍ재건축 후분양ㆍ입주권 주택 간주 등의 규제를 받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의 ‘단독주택 재건축 규제 강화’ 조치로 단독·다세대 재건축 사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내 단독주택 재건축ㆍ재개발 연한이 현재 2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서울시는 단독주택 재건축 연한을 현재 20년에서 30년까지으로 늘리는 내용을 받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재건축 연한 연장은 개정 후 신축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단독주택 전체에 적용될 전망이다.
“현 시세로는 수익성 장담 못해”
방배동 단독주택지는 용적률이 100% 안팎으로 낮아 190%로 재건축을 하면 사업성이 높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개발 기대감에 가격이 급등한 데다 아파트 재건축 관련 규정이 적용되면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용적률과 층고는 한정돼 있는데 임대아파트 의무건립 비율 등 아파트 재건축 관련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현재의 지분 시세로 매입하면 수익성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남권이어서 투자 매력은 있겠지만 현재의 시세로는 수익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방배3구역에 있는 대지 39㎡ 빌라에 대한 투자 수익률을 분석해 보자. 이 빌라의 현 매매 호가는 5억4000만원 선이다. 재건축될 경우 이 물건의 감정평가금액은 3억3000만~3억5000만원 선, 조합원 분양가는 ㎡당 평균 757만원(평당 2500만원) 선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 빌라 주인이 재건축을 통해 105㎡형 아파트를 배정받는다면 소유자는 추가로 4억5000만원을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이 경우 초기 매입금액과 추가부담금을 합한 총 투자금액은 9억5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주변 방배 삼호아파트 115㎡형 시세(9억원 선)보다 투자 금액이 더 많다.
또 아파트 면적이 이보다 넓은 인근의 방배래미안타워 아파트 122㎡형(현 시세 9억~10억원)이나 래미안방배아트빌 125㎡형(9억5000만~10억5000만원)과 비교해도 결코 투자 매력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이 빌라가 재건축될 경우 새 아파트라는 이점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는 높게 형성될 수도 있겠지만 향후 몇 년이 걸릴 재건축 기간 등을 감안하면 투자성이 높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방배동 재건축 추진 조합들의 고민도 바로 ‘수익률’에 있다. 대림공인(02-536-3939) 전승환 사장은 “1~9구역 모두 재건축 용적률이 170~190%에 지나지 않아 평균 10층 이하의 중층 단지로 재건축될 경우 수익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단기간 내 높은 투자 수익을 바라고 접근하기보다는 장기간 보유에 따른 개발 이익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