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현진건,1924년사랑 손님과 어머니나는 금년 6살 난 처녀애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이구요. 우리 집 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어머니와 단 두 식구뿐이랍니다. 아차 큰일났군, 외삼촌을 빼놓을 뻔했으니.-주요섭,1935년날개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이상,1936년메밀 꽃 필 무렵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려 놓은 전시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이효석,1936년치숙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기,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덕이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 그 양반…… 머, 말두 마시오. 대체 사람이 어쩌면 글쎄…… 내 원!-채만식,1938년
광장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최인훈,1960년젊은 느티나무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강신재,1960년무진기행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김승옥,1964년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조세희,1978년
가시고기아빠는 멍텅구리입니다.-조창인,2000년칼의 노래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김훈,2001년눈물을 마시는 새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지고왕자들의 석비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한 남자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이영도,2003년피를 마시는 새세 바다가 한 바다가 되고모든 대지 위에서 산맥들의 질주가 멈춘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꿈의 적서가 남김없이 규정된 시대에한 남자가 호반에 서 있었다.-이영도,2005년카스테라이 냉장고의 전생은 훌리건이었을 것이다.-박민규,2005년엄마를 부탁해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신경숙,2008년우아한 거짓말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김려령,2009년7년의 밤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 집행인이었다.-정유정,2011년
출처: 쭉빵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모구모구파인애플맛
첫댓글 한국어 어휘가 진짜 예술이야 너무 두근댄다 특히 젊은 느티나무 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조팔 내 감동 돌려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최인훈 광장...
첫댓글 한국어 어휘가 진짜 예술이야 너무 두근댄다 특히 젊은 느티나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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