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앞서 일동제약 아로나민편에서 철저히 구박받는 조연으로 활동했던 데일리팜의 흔남(흔한남자), 김민건 기자라고 해.
내가 오늘 얘기할 제품은 누가 들어도 굉장히 흥미가 당길 만한 제품이야. 사실 나는 가격을 듣고서 엄청 놀랐거든, 직장인 한 달치 월급으로도 사기 힘든 제품이지.
이 기사를 보고나면 "우리나라에 이런 게 있었어?"라고 할 수도 있어. 뭐냐면, 중국 원나라 명의와 조선시대 명의 허준 선생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광동제약 한방 명약 '공진단'이야.
명약은 전설에나 있는 거 아니냐고? 맞아. 이 약의 탄생은 오래 전 중국 원나라로 거슬러 가야해. 그럼 지금부터 나만 따라와.
짜잔, 여기는 원나라야. 순식간에 시간이동을 했지(그렇게 믿어줘). 어? 저기 누가 무릎을 꿇고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한테 뭔가를 주고 있어.
"삐씨아, 쩌쓰 꽁천단(陛下 &36825;是拱辰丹, 폐하 공진단이옵니다)."
우와, 저기 의자에 앉은 사람이 황제인가봐. 그렇다면 저기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가 원나라 5대 명의인 '위역림'이구나. 이 분은 가문대대로 명의를 배출한 집안 출신이지. 또 '세의극효방'이라는 책에 공진단 처방을 처음 기재한 분이야. 어떻게 보면 공진단의 아버지라고도 할 수 있어.
그럼 저 물건은 '공진단'이 분명할거야. 왜냐면 공진단은 황제만 복용할 수 있었던 약이거든. 통설에 공진단 '진'자는 북극성을 의미하는데 별들의 왕인 북극성은 황제를 뜻해. 즉 황제에게 바치는 보약이라는 의미인거지.
조선으로 건너오면서 허준 선생이 쓴 '동의보감'과 '방약합편'이라는 한의서에도 나오지. 조선시대에는 정조 임금이 기우제를 지내며 며칠 굶은 다음에 기력회복을 위해 먹었다고도 해.
그런데 광동제약이 왜 이걸 만드냐고? 최씨고집 광동 쌍화탕, 우황청심원, 경옥고 등등 많이 들어봤지. 최근에야 '고맙삼다'로 유명해졌긴 하지만 사실 광동제약은 한방 특화 제약사야.
광동제약 창립자인 고 가산 최수부 회장이 '광동제약사' 설립 당시 처음으로 만든 게 '광동경옥고'야. 우황청심원은 한방의 과학화를 내세우며 광동제약으로 사명을 바꾼 뒤의 대표 제품이고, 쌍화탕은 최씨고집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아.
특히 광동제약 역사와 함께한 경옥고나 청심원이 국내 3대 명약이라는 건 몰랐지. 나머지 하나는 지금까지 설명한 공진단이야.
공진단은 한방특화 제약사가 되기 위한 광동제약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셈이야. 2003년 방약합편 처방을 근거로 식약처 일반의약품 허가를 받고 출시했어. 국내 3대 명약을 모두 보유하게 됐지.
동의보감에선 공진단을 먹으면 "선천적으로 허약한 체질을 타고난 사람도 천원지기를 굳건하게 하여 수승화강 하여 오장이 스스로 조화되고 백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해. 말이 어렵지. 간단히 하면 간허(간기능 저하, 두통, 만성피로), 허로(선천성 허약체질 등), 노취(알콜중독 등)에 효과를 보여.
광동제약 공진단은 동의보감+방약합편에 꿀과 금박을 첨가해서 신경진정 등 작용까지 해. 특히 건강에 많은 신경을 쓰는 조종사들이 오랜 비행으로 체력부담을 느낄 때 원기회복을 위해 찾고 있어.
이처럼 공진단은 심신이 지쳐서 단기간에 기운을 찾을 때 먹는 약이야. 동의보감에 적힌 복용법대로 광동제약 공진단도 10일치인 90환을 한 통으로 판매하고 있어.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지만 비싼 가격에 손이 덜덜 떨리는 듯 해.
박스 한 통 가격이 400만원이라니, 어마어마한 거지. 국내 OTC 제품 중 가장 비싸고 귀한 의약품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줄게. 그런데 그만한 이유가 있더라고. 가격에 맞는 최상급 원료만 들어가기 때문이야.
그동안 공진단은 한의원에서 팔렸는데 함량, 원료, 제조법이 제각각이었어. 그것을 GMP기준에 맞춰 모든 공정을 규격화 시키고 처음 대중화 시킨 게 광동제약이야. 대중화라고 하기에는 비싸지만 이전에는 값대로 정직한 원료가 들어갔는지 의문이 들었거든. 여러 제약사가 공진단을 팔고 있지만 아직도 '가짜 사향' 파문은 계속 일어나고 있어.
광동제약이 공진단을 만들게 된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해. 최수부 광동제약 선대 회장이 한방특화 명약을 하나 더 만들자는 의지를 밝히고 시장조사 중에 약국에서 먼저 제대로 된 공진단이 있었으면 하고 제안을 한거야.
▲ 광동 공진단 실내 포장 모습(사진제공: 광동제약)
당시 일부 한의원에서만 비싼 값에 팔고 있었어. 핵심 원료인 사향은 가짜도 많으니 제약사에서 검증된 원료로 만들어달라는 거였지. 말로는 광동제약도 팔릴까 걱정이 많았다고 하는데 3대 명약을 완성하겠단 의지로 시작한 만큼 지난해 51억원이라는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팔리고 있어.
특히 광동 공진단은 리딩제품이고 타 제품 대비 50%까지 비싸지만 시장 점유율은 60~70%일만큼 소비자가 인정하고 있어.
공진단의 핵심 원료는 사향과 녹용이야. 녹용은 사슴뿔 중 최상급인 '분골'만 사용해. 최수부 선대 회장이 직접 하나하나 눈으로 확인했어.
또 사향은 국제희귀동식물보호법을 적용받아. 정부의 공인된 검증과 물량제한이 이뤄지지. 슬프게도 사향노루를 죽여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야. 수입물량이 제한적인데다 가격도 매년 20%씩 인상돼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어. 가짜 사향이 왜 등장하는지 알겠지.
여기에 광동 공진단은 위·변조 스티커를 붙이고 수제 나무 케이스로 포장을 고급화 시키고, 투명 케이스를 적용해 공진단이 보이도록 품질을 강화했어. 비싼데 팔리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깐. 무엇보다 '품질'에 신경을 쓴 전략이 적중한 거지.
특별히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는데도 탤런트 이서진 씨가 일본 총리 부인의 초대를 받아 일본에 갔을 때 '공진단'을 선물하면서 유명해지기도 하고, 드라마 등에 값비싼 명약으로 등장하기도 했어.
▲ 광동 공진단 2017년 목표액과 최근 6년 간 매출액(자료제공: 광동제약)
고가의 제품이다보니 처음 거래 약국은 10개에 불과하고 월 50통을 팔기도 힘들었어. 그런데 250곳으로 점점 늘더니 이제는 전국 900개 약국에서 판매중이야. 처음에는 주문제작 방식이었는데 매월 200통 고정생산할 만큼 시장에 안착했어.
광동 공진단은 순도 99.9% 금박을 바르는데 아무리 숙련된 기술자여도 손으로 직접 바르기 때문에 하루 8시간 동안 9000개가 한계라고 해. 제조공정이 복잡해 대량생산이 힘들지만 올해 목표는 63억원이야.
철저한 유통·제품 관리가 매출 증대로 이어진 만큼 원료인 사향 공급이 제한되는 점만 해결되면 3년 안에 100억원까지 매출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 올해는 약사를 포함해 VVIP타겟에 마케팅을 집중할 계획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