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가치, 우크라戰 이후 최저… “러 원유수출엔 도움”
한때 1달러=100루블, 기준금리 인상
서방 제재로 러 교역 감소 여파
외신 “러 전쟁자금 확보 유리해져”
2023.6.27./뉴스1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1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방 국가들의 의도대로 대(對)러 제재에 따라 교역이 줄어든 탓이란 분석이 나오는 한편 루블화 가치 하락(루블-달러 환율은 상승)이 오히려 러시아의 석유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딜레마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루블화가 1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환율은 한때 달러당 100루블을 넘기도 했다. 루블화 환율이 달러당 100루블을 넘은 건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이 불안정해지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15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8.5%에서 12%로 올렸다.
WSJ는 루블화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서방의 제재에 따른 교역 감소를 들었다. 러시아는 실제 유가 상승 등 유리한 환경 속에서도 올 1∼7월 무역을 통한 수익이 지난해 대비 85%나 감소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지출을 대폭 늘리면서 통화량이 증가해 루블화 가치 하락을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루블화 가치 하락은 러시아 물가를 더 끌어올려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러시아 물가를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노동력 부족 현상도 심각해질 수 있다. 징병된 러시아 남성을 대신해 러시아 노동 현장을 맡은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가치가 하락한 루블화 대신 다른 화폐로 임금을 받으려고 러시아를 떠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루블화가 러시아의 석유 수출용 통화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루블화 약세가 러시아의 원유 수출 경쟁력을 높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 러시아가 해외로 원유를 수출할 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원유 공급을 줄이더라도 러시아는 루블화 약세로 석유 수출을 늘리고 싶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루블화 약세는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