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61) - 신선이 노닐던 선유도를 찾아서
어제는 입동(立冬, 상강과 소설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로 양력 11월 7일이나 8일 무렵이다.), 남녘 산야에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걷는 길목마다 우수수 떨어진 낙엽이 만추의 정취를 일깬다.
지인들의 카톡방에 오른 한반도모양 단풍숲
입동인 11월 7일, 광주전남정우회(전 체신부, 정보통신부출신 퇴직동우회)가 주관하는 가을철문화유적지 탐방행사로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를 찾았다. 고군산군도는 군산앞바다에 있는 10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의 군락으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천혜의 해상관광공원, 그중 선유도가 대표적인 명승지로 알려졌다.
그간 여러 차례 선유도를 찾고자하였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평소에 벼르던 곳을 택한 주최 측의 결정이 고맙다. 가랑비가 내리고 흐린 날씨가 마음에 걸리나 여행은 언제나 설레는 기분,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지인 농성동 상록회관 앞에 이르니 행사주관 임원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참가자는 80여 명, 두 대의 버스가 오전 9시에 상록회관을 출발하여 고군산군도로 향한다. 경로는 호남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서해안고속도로를 경유, 변산반도를 거쳐 새만금가도를 지나는 두 시간 코스다.
정득수 동우회장의 출발인사, ‘작년의 청남대탐방에 이어 1년 만에 선후배 동료들과 경관이 아름다운 선유도 문화탐방에 나선 것을 뜻깊게 여깁니다. 날씨가 약간 흐리지만 열심히 준비하였으니 추억에 남는 좋은 시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어서 집행부의 일정안내와 행사에 도움을 준 협찬인사 소개, 빠듯한 재정에도 알뜰히 살림을 꾸리는 집행부의 노고와 따뜻한 마음을 전한 협찬인사들에게 감사.
일행이 탑승한 버스는 9시 40분 경 고인돌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한 후 국립공원 변산반도와 서해안시대의 상징인 새만금방파제를 거쳐 선유도를 가로지르는 세계 최장 1주탑 현수교(신시도와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를 잇는 고군산군도 연결도로)를 지나 오전 11시에 선유도해수욕장 입구의 주차장에 멈춰 선다. 버스에서 내려 기념촬영, 방파제를 따라 해발 100여 미터의 암벽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망주봉을 바라보며 걷는 발걸음이 신선놀음이다.(팸플릿에는 선유도 해수욕장은 천연 해안사구의 고운 백사장이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망주봉은 여름철에 큰 비가 내리면 7~8개의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는 장관을 자랑한다고 적혀 있다.)
신선이 노닐 것 같은 선유도 풍경, 중심부 주차장에서 바라본 망주봉
망주봉과 갯벌체험장을 잇는 데크 길을 둘러보고 선유도의 중심지에 있는 식당에 도착하니 낮 12시가 가깝다. 파출소 앞의 해산물식당이 점심장소, 싱싱한 회와 다채로운 밑반찬이 풍성한 점심상이 깔끔하다. 소주를 받쳐 들고 외친 정득수 회장의 건배사, ‘당당하고 신나며 멋있고 져주는 뜻을 새겨 ’당신 멋져‘를 제창합니다.’ 우리 모두 당당하고 신나며 멋진 삶을 누리자. 더불어 이기려만 하지 말고 져주기도 하면서.
오후 일정은 해안 길 따라 두 시간여 워킹,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10여km의 산책길이 아름답고 호젓하다. 오후 1시에 식당을 나서 왼쪽해안도로를 따라 10여분 걸으니 버스로 달렸던 선유대교가 웅자를 드러내고 오솔길 접어드는 길목에 선유도의 유래와 고군산 진지도를 설명한 안내판이 시선을 끈다. ‘선유도는 섬의 경치가 몹시 아름다워 신선이 놀았다고 하여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본래 선유도는 조선 초기에 군산도라고 불렸다. 군산도는 바다 위의 여러 섬이 산봉우리처럼 무리지어 있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명칭이다. 고군산도라는 명칭이 처음 나오는 사료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서다. 1597년 9월 21일자 난중일기를 보면 ’아침 일찍 출발하여 고군산도에 도착했다.’고 쓰여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고군산이라는 명칭이 처음 나타난 것은 1627년(인조 5년)의 기록이다. 군산도가 고군산이라는 지명으로 바뀐 것은 세종 때에 옥구현 진포 북쪽에 설치한 군산진과 구별하기 위해 고군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명칭은 1906년 선유도라는 명칭이 등장하기 전까지 계속된다.’
출항을 기다리는 어선이 들어선 선유2구 선착장
선유도의 유래를 살핀 후 오솔길 따라 낮은 능선을 넘어서니 몽돌이 가득한 해안에 낚싯대를 드리운 태공들이 세월을 낚고 선유2구 선착장에는 출항을 기다리는 어선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데크 길로 이어진 산책로가 운치 있고 어패류를 다듬는 아낙네의 손길이 부산한 포구를 지나 100미터 남짓 선유봉 고갯길을 넘으니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장자대교가 우뚝한 모습을 드러낸다. 한적한 섬에 육중한 콘크리트 대교와 미끈한 포장도로의 현대식 풍경이 약간은 낯설게 느껴지는 도보여행 코스는 세계적인 해양관광지로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명승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군산시내에서 장자마을까지 최신형 2층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어느 시골마을의 대절버스 등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버스가 좁은 섬의 주차장을 꽉 메운다. 장자대교 지나 주변경관을 살핀 후 해안 오솔길 따라 출발지점에 이르니 오후 3시 반, 걷는 동안 소강상태이던 빗줄기가 굵어지며 신선놀음 마치고 귀로에 오르라 다그친다
평생을 대민봉사의 첨병인 체신부와 정보통신부의 일선기관에서 보낸 옛 동료와 선후배가운데는 내가 봉직한 대학에서 주경야독한 제자들도 여럿이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정득수 회장도 그 중의 하나, 혈기 방장하던 이들이 어느덧 정년을 맞아 중후한 모습들이다. 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동료들과 제자들이여, 남은 때를 잘 가꾸고 행복한 날들로 나아가시라.
당당하고 신나며 멋진 날을 꿈꾸는 노장들의 포즈, 선유도에 도착하여서
* 지난 몇 년간 광주전남정우회가 주관하는 문화탐방행사에 여러 차례 참석하여 호남과 인근의 명소들을 두루 살피며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때마다 탐방기를 써서 동우회지에도 기고하였다. 점심때 한 상에 앉은 이가 이름을 소개받고 글 쓴 이가 누구인지 궁금하였는데 직접 만나 뵈어 반갑다고 인사를 건넨다. 아름다운 발걸음을 말과 글로 되새겨도 좋으리라.
첫댓글 건강하십니다
신선이 노닐만큼 낭만적인 섬, 선유도 기행 잘 읽었습니다. 좋은 선후배 사이도 부럽네요. 역시 인생은 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