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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香이
If you like the flower, you will pluck it.
If you love the flower, you will water it.
1부: 불꺼진 창
잘 익은 복숭아 같고 한여름에 활짝 핀 장미 같은 동네 처녀를 짝사랑을 했었다.
그러나 이 아가씨는 나의 간절한 구애를 뿌리치고 나이 많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그 사람을 따라 멀리 바다 건너로 떠나가고, 내가 줄창 찾아가 세레나데를 부르던 그녀의 창문은 이제 불이 꺼지고 어둡다.
이 여인의 언니는 온 동네에 이름난 수재인데다 집안도 좋은 나를 마음에 꼭 들어 해서 동생을 나와 짝지어 보려고 보려고 동생에게 거의 강권하다시피 했었지만 말을 듣지 않는 동생 때문에 무척 속상해 했었다.
나와 초등학교 동창이었고 전교 수석을 나한테 한번도 뺏기지 않았었던 이 여인의 이름은 “瑞香” 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꿈에 시냇가에 瑞香木(Daphne) 한그루가 서있는 것을 보고 얻은 늦둥이 딸이어서 이름을 그렇게 지어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디서나 “香이” 로 통했다.
중학교 다닐때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香이는 이듬해 어머니 마저도 병으로 세상을 떠나 언니가 길러야 했다.
초등학교 시절 성격이 유별나서 여자애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사내 애들과 같이 야구나 축구같은 공놀이 아니면 철봉놀이, 말타기 같은 거치른 놀이 하기를 좋아했던 香이는 나하고 같은 반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한번은 남자 애들과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누가 오래 버티나 내기를 해서 상대가 안 될 만큼 단연 압도적인 기록으로 우승한 일도 있었을 정도로 그녀는 무엇을 하건 극성 무짝이었다.
그 후 초등학교를 졸업한 우리 둘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서로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한동네에 살기에 나와 香이와는 자주 마주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점 변모해 가는 香이에 대해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어디 적당한 장소에서 한번 만나자고 제의해 볼까 해서 분위기를 잡으려고 하면 그 때마다 香이는 교묘하게 술수를 부려 무드를 깨면서 빠져 나가곤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나는 가끔 그녀의 집이나 그녀가 다니는 대학의 캠퍼스를 찾기도 했지만 그녀는 단둘이던 여럿이던 단 한번도 나와 마주 앉아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녀의 이러한 태도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면서도 여전 했다.
차라리 매끄러운 매너로 차갑게 거절해 준다면 단념이라도 할수 있으련만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아무런 기척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그녀의 손오공 같은 마술은 내게 그러한 허점 마저도 허락지 않았다.
우리 누나는 香이를 어릴적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얘, 너 그 불여우에 살괭이 같은 애가 뭐가 좋다고 그러니? 香이 같은 애 얻어서 살면 남자가 주눅이 들어서 평생 성공을 못한다, 너” 하고 핀잔을 주면서 香이 를 멀리하라고 타이른 일도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의 설계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香이의 꽁무니를 따라 다녔고 香이의 나를 기피하는 태도 또한 여전했다.
그런식으로 세월이 가면서 드디어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香이가 두 주일 후 결혼 한다는 청첩장이 온 것이었다.(허걱!)
그런데 그녀는 자기의 결혼식에서 눈물을 흘려줄 장식물이 필요했던지 나를 VIP 급으로 초대를 했고, 그녀를 사랑했던 죄로 나는 피로연에까지 억지로 끌려가 그녀가 자기 신랑과 둘이 정답게 손을 잡고 “사랑해 당신을” 을 듀엣으로 노래하는 것을 들어야 했다.
그날의 괴로움의 절정은 내가 그녀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축가까지 불러야 했다는 것이었다. (으아---ㄱ)
내가 축가로서 "香이의 신랑을 약올리기 위해 다른 좋은 노래 다 제쳐놓고 일부러 고른" 세레나데 “니나”를 부르고 나자 香이는 한술 더 떠서 초등학교 반창회 때 香이 앞에서 과시를 하려고 있는 개폼, 소폼을 다 잡아가며 부른 적이 있었던 “Fenesta che lucive” 를 앵콜송으로 신청해서 나를 더욱 당황케 했다.
더우기 香이 자신이 연회장 안에 있는 피아노에 앉아 직접 반주를 하는데 안 부를 수가 없었다.
게다가 평생 처음이고 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香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독창을 한다는 이 가슴 뛰는 순간"을 놓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향이의 피아노 반주 소리는 노래의 내용 자체가 그렇기도 한데다가, 당연하긴 하지만 내 가슴 속에서 남 몰래 흘러 내리는 눈물 방울들이 피아노 건반 위에 떨어지며 내는 소리 처럼 들렸다.
노래를 마쳤을 때 내 표정이 웃으웠는지 아니면 내 목소리가 우는 소리처럼 처량했었는지 피아노 앞에 앉은채로 나를 돌아보는 香이가 "저것 좀 봐" 하는 듯이 나를 가리키고는 얼굴을 가린채 배꼽이 빠지게 웃는데 나는 더 더욱 기가 죽어 멍하니 서서 하객들 사이에 앉아 있던 누나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시선을 교환하는 누나의 도끼눈을 한 표정과 香이의 언니의 겁먹은 표정은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나의 뇌리에 깊숙히 박혀 지금도 현실처럼 또렷이 남아있다.
활짝 개어있던 하늘과는 반대로 마음속에 시커먼 먹장 구름이 두텁게 깔려있던 나에게 그 결혼식은 나의 장례식이나 다름없는 것이었고, 머릿속이 완전히 혼돈이 되어 있었던 나는 신랑의 얼굴을 볼 여유 조차도 없었다.
香이가 자기 남편과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에 자기 형부가 보내준 검정색 세단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그날 밤 저 두사람 사이에 일어날 일을 상상하니 머릿속이 어질 어질, 숨쉬는 것 조차도 힘이 들어지며 나는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으며 오열이라도 터져나올 듯 했다.
"너를 바라는 나의 가슴에 큰 칼을 꽂은 후, 창파에 나를 던지어 다 잊게 하여주-, 니나, 니나, 사랑의 이밤에, 니나, 니나, 내게로 나오라..."
이것이 나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터져나오는 나의 소리없는 절규였다.
그날 저녁 누나는 술이 잔뜩 취해 집에 돌아와 살읏브디 살읏브게 우는 나를 달래다 말고 “으이구, 그 비-러먹을 기집애" 하고 香이를 욕을 했다.
그러고서 누나는 "넌 왜 그렇게 바보같으니? 내가 너더러 그 기집에 멀리하라고 너 어릴 때부터 얼마나 타일렀니? 그리고 그 기집애가 하란다고 바보같이 서서 노랠 부르고 있어? 그게 다 널 놀리려고 하는 짓인 줄 왜 모르니?" 하고 나에게 꾸중을 했다.
그러고 보니 누나도 울고 있었다.
"누나아-, 난 그래도 香이를 못 잊겠단 말야, 잉 잉"
늦게 들어오신 아버지기 우는 나를 꼭 안아주면서 부드럽게 타이르시는 위로의 말씀에 나는 마음이 어느정도 가라앉았다.
그 후 나는 툭하면 사무실을 비우고, 유령처럼 흐느적 흐느적 香이가 살던 집 근처를 배회하곤 하기를 얼마동안 했었다.
그러다가 충격이 좀 가라앉자, 혹시나 하는 못된 기대를 품고 가끔 그 집에 들려 香이의 언니에게 香이의 소식을 묻곤 했는데, 그때마다 香이의 언니는 나를 무척 반가와 하며 미국에 가서 사는 동생의 이 소식 저 소식을 전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香이의 언니가 香이의 남편이 원래 무능한데다 직장 마저도 형편이 안 좋아 맞벌이를 하며 어렵게 살고 있어서 언니가 자주 돈을 부쳐 줘야 한다고 하며 힘든 생활 때문에 남편과 가끔 다투는 모양이어서 지금이라도 친정으로 도로 데려오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는 속마음을 내게 털어놓는 것이었다(애구, 좋아라. 히히).
그바람에 “행여나 ...” 하는 희망이 생긴 나는 그 집을 좀더 자주 찾았었지만 어느날 드디어 香이가 첫아들을 출산했다는 가장 걱정했던 소식을 듣고야 말았다.
이렇게 십 년의 세월이 흘러가고서, 香이가 고향에 들를 거라는 소식이 들려 香이내 집을 찾는 것을 삼가했는데 얼마후 동네 장거리에서 香이와 마주치고 말았다.(커억!)
또렷하던 윤곽은 여전 했지만, 굵어진 몸매의 중년 아줌마 차림에 안경까지 끼고 주름살과 기미를 화장으로 감춘 모습을 보이기 싫었는지, 저만치서 얼른 외면을 하면서 마주 오던 길을 90도 우회전을 해서 피해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머리카락이 옆으로 흘러 내리면서 당황해서 숨이 찬듯 벌어진 입에서 금방 파 냄새라도 날 것 같은 그 옆 모습에 처량한 마음까지 들얶다.
차마 마주 보기가 미안해 나 역시 가던 길을 Γ 자로 꺾어서 그녀와 완전 180도 역방향으로 만들어 버린 후, 근처 중국집에 숨듯이 들어가 안쪽 갚숙한 구석자리에 털석 앉는다.
“그날 죽은 이는 내가 아니라 香이 그대였도다…”
戀人의 명복(?)을 빌며, 독한 중국산 고량주를 잔에 따라 아직도 내 가슴속에 영정처럼 간직하고 있는, 잘 익은 복숭아 같고 활짝 핀 칠월의 장미꽃 같은 옛 그대로의 香이의 모습 앞에 붓는다.
한시간쯤 후 나와 가슴속의 여인은 함께 취하여 무어라고 주고 받으며 부슬비가 내리는 진창길을 우산도 없이 약간 비틀 거리듯 터덜 거리며 걷는다.
그러면서 노래를 하는지 염불을 하는지 가곡 “Fenesta che lucive” 의 가사를 본떠 즉흥으로 만든 유치한 구절을 곡조와 가사가 짝이 맞거나 말거나 웅얼 웅얼 계속 지꺼려 댄다.
“무덤에 가서 관을 열고 보니
너의 곱던 옛 모습 간 곳 없구나
복숭아 같고 장미 같던 그 모습이
어이 이리 검푸르게 변색하여서
악취속에 썩어가고 있단 말인고
노래가 끊이쟎던 그 입술에도
이제는 구데기만 굼실거리네”
가슴속의 여인이 역시 취한 소리로 대답한다.
“결혼은 죽음과 같은 것이오.
결혼이라는 산 죽음이 참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썩어가는 고통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오.
그 것은 노쇠로 인한 육신적 고통이 아니고 구데기같이 영혼을 파먹는 험한 세파에 황폐해져 가는 자신의 인격이 내 뿜는 악취에서 느끼는 자신에 대한 절망이 주는 영적인 고통입니다.
나와 함께 고통스럽게 썩어가는 내 남편도 좀 불상히 여겨주오”
이 말을 하는 香이의 음성은 마치 무당의 초혼에 응하여 나타난 망자의 넋의 그 것인 양 음산하기 조차 하다.
마음속의 香이의 모습에 대한 추억이 아까 본 나이든 모습으로 업데이트 되는 것을 느끼며 이불 속으로 파고 든다.
가물가물 잠이 들어 가는 동안에도 나 만의 희망사항으로 지어내서 엮어가는 자문자답의 대화는 계속된다.
男問: “이제라도 남편과 헤어지고 내품에 와 안기면 안되겠소?”
女答: “그건 안되오”
男問: “어째서요?”
女答: “당신마저 잃을 순 없어요 “
. . . .
. . .
2 부: 涅槃
이러구러 또 십년이 흘러갔다 . .
내 마음에 굳게 찍힌 香이의 영정은 가는 세월에 아랑곳 않고 아무리 지우려 해도 다시 살아나는 지문처럼 되살아 나며 나를 괴롭혔다.
게다가 오랜만에 본 중년 아줌마의 모습으로 업데이트 되었던 향이의 그 나이 든 모습은 젊었을적의 모습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자극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시장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쫓아가 붙들고 늘어졌더라면...하는 아쉬움이 점점 커져 가는것 같았다.
그러던 중 내가 미국의 고객과 회의를 하기 위해 香이가 사는 마을 근처의 도시에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 용기를 내어 香이의 언니를 통해 연락을 취해서 도시의 눈을 피해 어렵사리 평생에 처음으로 香이와 단둘이 만날 기회를 가졌다.
남편이 사실상 만년 실직자나 다름없는 香이는 어려운 가계를 메꾸기 위해 그 동네에서 작은 쌘드위치 가게를 하나 시작했었는데 香이의 뛰어난 음식솜씨와 장사수완 덕에 그것이 잘되어 제법 큰 레스토랑으로 확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香이의 모습도 십여년전 서울의 시장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의 지치고 위축되었던 모습이 아니라 왕년의 패기를 완전히 회복한 듯 여유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대신 말이 없어지고 다소 무감각하고 냉담해 진 것 같았다.
아니 그 보다 더한, 대회사 여사장같이 냉혹해 보이는 일면 마저도 엿보여 나는 초등학교 시절 가지고 있었던 그녀에 대한 두려움 섞인 존경심이 다시 되살아 나는듯 위축감마저 느꼈다.
香이를 옆에 앉히고 산속을 렌트카로 드라이브하며 이십여 년만에 香이를 가까이서 보는 나는 입속이 마르고 가슴이 울렁거려 한곳에 차를 세울수밖에 없었다.
언제였는지 香이는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누운채 잠들어 있었다.
내가 차를 세우고 자기를 내려다 보고있는 것도 모르고 곤하게 자고 있는 香이를 가까이서 자세히 보고 있으니 주름살 속에 감추어져 있던 香이의 옛 모습이 그대로 들어났다!
초등학교 시절을 제외하고 내 평생 처음으로 香이를 이렇게 가까이서 정면으로 쳐다보는 순간이어서 내 가슴은, 아니 내 전신이 떨렸다.
남자들은 의외로 수줍어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상대는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는 것을 여자들은 알고들 있을까?...
깊이 잠이 들었음에도 香이의 입은 잘 다물어져 있어 평소 헤픈것 같으면서도 단정하게 자신을 잘 단속하는 야무진 면은 여전함을 잘 나타내 주고 있었다.
고교시절 미술반에서 석고뎃상을 많이 해본 나는 사람은 자는 얼굴을 보기 전에는 미인인지 아닌지 알수 없다는 진리를 나름데로 터득한 터였다.
특히 연예인들의 사진은 화장을 한 위에 완전히 최적의 각도와 조명아래서 찍은 후 그 위에 애프터 텃치까지 한 것들이라 전혀 믿을수 없는 것이다.
중학교시절 한번은 우연히 무엇을 가지러 누나 방에 들어 갔다가 누나의 자는 얼굴을 본적이 있었다.
그런데 동네와 학교에서 얼짱으로 알려졌었던 누나가 실제로는 그렇게 못생긴 여자일 줄은 그때까지 정말 몰랐었다.
헤에 벌린 입에다 코끝이 한옆으로 콰악 쏠린 탓에 하나는 납작하게 찌그러져 거의 한일자 형이고 하나는 D 자 모양으로 일어선 콧구멍하며 . . . 그 때 피유웅~ 하는 소리가 났다. (앍!)
나는 숨을 멈추고 소리 안나게 몰래 방에서 나왔다.
그후 얼마동안 나는 미안해서 누나를 되도록 쳐다보지 않으려 애썼었다.(히히히)
그러나 사십대 후반임에도 香이에게서는 얼굴의 각 부분 부분이 마치 고대 그리스의 여신상처럼 윤곽이 또렷 하고 좌우가 완전 대칭인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흔히 발견되는 구조상의 문제를 전혀 찾을수가 없었다.
미인에는 동서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건 이미 알았었지만 香이의 경우는 특히 더 그러한 것 같았다.
좀 과장해서, 다빈치가 이 여인을 보았더라면 모나리자의 얼굴이 바뀌었지 않았을까.
“잠이 든쪽은 그대이건만 어찌하여 꿈은 내가 꾸고 있는고…”
욕정인가, 아니면 신의 예술품에서 받는 감동인가 . .
가슴에 뭉클한 것이 올라오는것을 느끼는 순간, 香이가 눈을 뜨더니 얼른 일어나 앉으며 “어머, 빨리 가서 애 아빠 밥해 줘야 해!” 하는데 나는 말할 수 없는 아쉬움과 섭섭함을 느꼈다.
마치 香이는 내가 할 행동을 환히 예측하고 있었던것 같이 느껴졌다.
또다시 십년이 흘러갔다.
이제 우리는 둘다 오십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가 되었건만 香이를 향한 내 마음은 아직도 활화산이었다.
그러나 십년전 나의 비즈니스 트립때 한번 만나본 이후로 香이는 다시는 나를 만나주지 않았다.
이렇게 될줄 알았더면 그때 만났을 때 따귀맞을 각오로 잠들어 있는 걸 무작정 한번 덤벼들어 안아보는 건데..
그러다가 뜻 밖의 “喜” 소식이 들려왔다.
香이의 남편이 췌장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香이 남편의 장례식에 다녀 온 香이의 언니의 말이 香이가 식음을 거의 전폐하다시피 하면서 자기 남편의 무덤 앞을 떠나려 들지를 않아 두 아들과 며느리가 먹을 것을 들고 무덤 앞에 앉아 있는 香이를 찾아가 애원하다 시피해서 먹여야 했는데 그 것도 여의치 않아 나중에는 언니인 자신이 윽박지르다 못해 너와 같이 굶어 죽겠다고 옆에 앉아 단식을 시작하자 마지 못해 숟갈을 집더라는 것이었다.
나는 순서를 놓지기 전에 어떻게든 빨리 香이를 찾아가 봐야 한다는 생각에 한 달 쯤 터울을 두고 표정연습을 철저히 한 뒤 비행기표를 사서 香이가 사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공항에 내려 香이에게 전화를 걸었을때 전화를 받은 香이의 며느리로 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그제 아침에 香이가 남편의 무덤의 비석앞에 고개를 숙이고 합장을 한 채 단정히 앉은 자세로 죽어있는 것이 마침 순시를 돌던 경찰관에 의해 발견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마치 기도하는 듯한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경찰은 처음엔 죽은줄을 모르고 그냥 지나치다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어 차를 돌려서 돌아가서 확인해 보니 죽어 있더라는 것이었다.
Where are you this moment?
Only in my dreams.
You're missing, but you're always
A heartbeat from me.
I'm lost now without you,
I don't know where you are.
I keep watching, I keep hoping,
But time keeps us apart.
Is there a way I can find you,
Is there a sign I should know,
Is there a road I could follow
To bring you back home?
Winter lies before me
Now you're so far away.
In the darkness of my dreaming
The light of you will stay.
If I could be close beside you
If I could be where you are
If I could reach out and touch you
And bring you back home
Is there a way I can find you
Is there a sign I should knowIs there a road I can follow
To bring you back home to me?
- Κατηγορία Μουσική Άδεια Τυπική άδεια
장례식에 의외로 많은 조객들이 왔었다.
비록 작은 마을이긴 하나 그 마을 시장과 보안관도 조문객으로 참석해 있었으며 특히 눈을 끈 조문객은 자주 香이의 식당에 와서 무료 식사를 제공 받아오던 일단의 노숙자 들이었는데 그들 모두가 香이에 대해 “천사”라는 칭호를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았을 만큼 그 마을에서 香이의 착한 성품은 소문이 나 있었던 모양이었고 이것은 나에게 심한 열등감을 느끼게 했다.
관속에 누워있는 香이의 모습은 마치 남편의 어께에 기대어 곤히 낮잠이 든 여인의 모습처럼 참으로 평안해 보였다.
남편의 무덤앞에 앉은 자세로 죽어있는 香이를 처음 발견했던 경찰관이 香이의 모습을 보고 기도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 평안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하여 “오오!” 하고 탄성을 올렸을 정도였다고 한다.
香이의 검시를 맡았던 검시관이 香이의 죽은 몸에서 아무런 자살이나 타살의 흔적도, 심장마비나 암등 다른 사인이 될만한 질병의 흔적도 찾을수가 없어 “원인미상의 심장정지” 라고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비보를 접하고 서울에서 급히 달려온 香이의 언니는 香이의 시신을 확인하자 실신을 해서 구급차가 와서 응급실로 실려가야 했었다.
장례식에서 딸을 잃은 엄마처럼 대성통곡을 하는 香이의 언니를 달래느라 가족들이 모두들 애를 먹어야 했다.
나는 그 슬픔을 열번이라도 이해하고도 남음직 했다.
딸처럼 키운 동생 아니었나...
後記
나는 지금 귀국하기 위해 비행장으로 가기전 마지막으로 香이의 무덤앞에 찾아와 서 있다.
도대체 자기보다 나이가 열네살이나 위이고, 일제말기 갓났을 때 평양의 한 선교사의 집앞에 버려졌다가 그 선교사 부부에 의해 입양되어 미국에 와서 외롭디 외롭게 자란 볼품없는 이 고아출신의 혼혈 남자에게 무엇이 있었기에 갖추지 아니한 것이 없고 부족한 것 없이 자랐던데다 성격마저 사내들이 질릴 정도로 왈가닥 같았던 여인의 완벽한 사랑의 대상이 될 수가 있었는지 나는 여전히 이해를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한다.
속물인 내게는 그저 香이는 부부간의 사랑이라는 것을 에로틱하고 속된 것이 아닌, 하나의 ”道” 로 인식하고 그것의 완성을 위해 수도승처럼 살았던 여인이 아닐까 하는 정도로 짐작이 갈뿐이다.
아니면 香이의 남편에게는 나에게는 없는 무언가 香이가 마음놓고 자신을 맏길만한 순수한 어떤 것이 있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공주에게 구애하는 왕자처럼, 나를 부러워 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에 도취된 자세로 자신에게 치근거리던 내가 香이에게 참으로 못나고 유치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발길을 돌리는 순간 가슴에 무언가 깨달음 같이 한가지 생각이 靈感처럼 튀어 오르면서 내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나는 다시 향이의 무덤 앞으로 돌아섰다.
“오오, 그렇구려! 香이 그대는 죽은 것이 아니라 부처가 涅槃에 들듯 그대 자신의 뜻에 의해 유체이탈을 해서 영혼 스스로 육신을 떠나 남편 곁으로 간 것이로구려.
나는 香이 그대와는 이렇게도 도저히 짝이 될 수 없는 한 없이 작은 미물같은 존재임을 내 평생동안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로구려.
아니 내가 그것을 깨달을 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 녀석이었다면 香이 그대로부터 이토록이나 외면을 받고 살지도 않았을 것이외다..
香이, 당신이 태어나기 전 당신의 아버지가 시냇가에 서있는 瑞香木(Daphne)을 보셨다는 꿈의 의미를 이제야 알겠소.
사랑하는 여인 다프네가 나무로 변하는 바람에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아쉬워하며 그 앞에 서 있었던 아폴로의 심정이 나와 같지 않았을까 싶소,
아니, 나는 그럴 자격조차도 없소이다. 감히 나를 아폴로와 다프네의 신화에 비유하다니, 이런 무엄할데가..
당신의 남편을 아폴로에 비유한다면 더 걸맞겠지.
그리고 나는 주제넘게 여신을 욕심내어 쫓아다니던 맹랑한 하등 미물에다 비유하는게 더 그럴듯 할 것 같소.
날 용서해 주시오.
이제 당신은 천상에서 묻 신들의 축복을 받으며 하늘의 왕자이자 당신의 진정한 남편인 아폴로와 영원한 허니문을 즐기고 계시겠구려.
당신에 비해 내가 이렇게까지 영적으로 열등한 존재였음을 진작 알았더라면 나는 이미 오래전에 단념하고 다른 여인과 가정을 꾸미고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오.
당신의 깊은 내면의 세계를 나로서는 헤아릴 길이 없지만 내 마음에 깊이 새겨진 당신의 모습은 영원히 나와 함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나는 죽는날까지 당신에 대한 추억을 사춘기 시절 일기장 처럼 소중히 간직하며 매일 들추어 볼 것이오. (ㅠㅠ..)
때때로 당신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견디기 어려우면 내 마음 속에 영정처럼 간직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앞에 한 잔 술을 부으며 말을 걸 것입니다.
그러거던 건성 대답이나마 해 주시길 바라오.
나 죽은 후 혹시나 내 혼이 흩어지지 않고 세상에 남아 이곳에 올수 있다면 이 숲속의 모든 동식물들을 벗삼으며, 조물주가 인간들 사이에 세워 놓았던 죽음이라는 장벽도 가로막지 못했던 불멸의 사랑의 주인공 당신과 당신의 낭군의 묘지기가 되어 드리리다.
그러면서 나는 비록 당신에 맞지 않는 낮은 수준의 세속적인 사랑이었긴 해도 평생동안 오직 당신이라는 한 여인 만을 향했던 나의 사랑 이야기를 이곳의 바위들과 나무들과 풀들과 새들과 짐승들과 벌레들에게 이야기해 줄것입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와 풀이 흔들리고 그 소리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내가 죽어서도 당신을 잊지못해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아아- 이제 이세상에 당신이 없다니! 당신이 없다니! 이게 웬 말이요? 이게 웬말이요? 이 상실감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소.
영혼이 되어 바다를 건너 이곳으로 당신을 찾아 다시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지나 않기를 바랄 뿐이오!
그때까지 평안히 잘 계시기 바라오, 香이, 나의 여인, 나의 사랑, 나의 女神이여!“ (完)
If you like the flower, you will pluck it.
If you love the flower, you will water it.

첫댓글 https://www.youtube.com/watch?v=MlnOnRyGrVA
러시아 집시의 노래: 머나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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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사만 킬로 떨어진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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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녹턴 21번, Chopin - Nocturne No.21 in C-Minor Op.Pos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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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WINTER MAG SCHEIDEN" (SOLVEIG'S SONG) PEER GYNT, ELISABETH GRUMMER, EDVARD GRIEG (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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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ow M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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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siello Giovanni - Il mio ben quando verrà, dall'Opera 'Nina, o sia la Pazza per A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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