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오후 2시 40분
오늘 아빠의 닭고기카레.를 먹었다
이 요리는 아빠가 개발한 요리로써,
절대 정해진 조리법이라고는 없으며, 있는 재료를 몽땅 조금 끝이 그을
러진 후라이팬에 볶아서 닭고기 육수물과 카레를 잘 배합하여.(아니 잘
배합하기보다는 대충 맛을봐서 맞추는 정도)이다.
걱정한것 보다는 맛이있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는 아빠에게
웃으며 말했다
'파는 카레보다 훨씬 맛있는거같아'
오빠는 내게 '밖에서 파는 카레 먹어본적이나 있었어'?
고3인 오빠는 내게 그렇게 말을 던졌다. 카레가 별로 맛이없다는 오빠의
핀잔이었다.
그렇다 난 밖에서 파는 카레 먹어본적없다. 오뚜기카레 약간매운맛
그 한 봉지에 1000원도 하지않는데 거기에 고기 조금넣어서
돈을 비싸게 받는 평범한 카레는 좋아하지않아서 밖에서 사먹어본적없다
그 돈이면 단돈 오천원 회덮밥을 먹고 말지..
우리 가족은 밥을 먹을때 주제가 제한 되어있다
이유는 내가 고3인 오빠에게 너무 쓸데 없는 이야기를 널어놓는다는
이유이다. 연예가 뉴스에 능통한 내가 오빠에게 우리나라 연예인
소식을 몽땅 알려주기 때문이다. 난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빠는 공부만 해도 시원치 않을 때에 그런것까지 머리에 넣으려고
하면 안된다 하면서 말을 가로막기 시작하셨다.
아빠는 그런분이다. 오빠와 나.. 절대 아빠엄마의 기대에 못미쳐
항상 속썩이고 상처만주고, 볼떄마다 힘들텐데
아빠는 아직도 오빠와 나에게 희망을 걸고 계셨다.
그러셨다. 엄마도 내게 몇일전에 포기한다는 말을 줄줄이 늘어놓았지만.
엄마는 아직 날 포기안했다.
난 생각했다 솔직히 날 포기할 이유같은건 없었다.
난 불량하지도 않았고, 다른 여느 고등학생과 비슷했으며
다만 안좋은것이라면 공부를 안한다는 점....
하긴 학생의 본분에 공부를 안한다는건 좀 그렇다...
그렇게 생각되었다.
엄마가 나에게 몇일전에 그랬다. 너도 이제 틀려먹은 모양이라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뛰쳐나갔다.
아무도 모른다... 눈치채지 못했다 엄마와 나에게는 치유할수 없는
깊은 갈등의 골이 패여져있는것을.... 이해하려하지만 결국엔 서로를
이해하지못하고 뒤돌아서는.....
난 그렇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설명하자면
나는 '나'다 독립된 존재인 나다.
나이는 열일곱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이고, 수업이 끝나면
그 막간 10분을 이용해서 바로 매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좋아하는 수업은 열심히 듣고 특히 오늘같이 전류에 관한 물리 시간이면
책상에 낙서를 하면서 시간을 때우기도 하는,... 미술시간에 때로는
준비물을 빼먹고와 손바닥을 맞기도 하는, 청소시간에 혼자 구석에서
쓰레받기와 비를 들고 열심히 쓸기도 하는, 점심시간에 혼자 이어폰을
끼고 교정을 걷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웃음을 짓기도 하는,
친구들과 우르르 함께 뭉쳐있고 즐겁게 떠들고 있는 나.
그런 사람.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줄기차게 항상
내 머리를 떠돌지만 그게 실천이 안되서 누구보다 더 답답한 그 사람.
7차 교육과정으로 어문 사회 이공 생화학 중에 선택해야하는데
정작 잘하는게 뭔지 잘몰라서 '사회로가 사회에 직업선택영역이 더넓어'
내가 좋아하는것 없이 오빠의 말한마디로 사회과정으로 써낸 바보같은
그 아이...
날로 성적은 더 하락해가기만 하는 아이.
혼자 펑펑 울어버릴떄도 있고 히죽히죽 웃기도 하는 그 아이
바로 '나'이다
사물함쪽에 놓여 있는 거울을 보며 빗질을 하기도 하는 나.
좋아하는 애 앞을 지나갈때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는 나.
갖고싶은것을 못가질때 엄마아빠에게 투정도 부리는 나.
때로는 일탈을 꿈꾸는 나.
그런 사람.
바로 '나'였다.
이제 곧 겨울이 오고 난 한살을 더 먹고 또 이런생활의 연속으로
또 한살을 더먹고. 그러면서 나는 나이가 들고
나중에는 아줌마가 되어서 할머니가 되어서 죽음에 이르게 되어서
어떤 생각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좀 먼미래라고 생각되지만 나 그생각을 많이 한다.
모두들 나 같은 때가 있었을거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난 정말 모르겠다.
가끔 내가 숨쉬는 이유를.. 그래 .. 내가 지금 살고 있다는게 어디야
숨쉬고.. 몸 다 건강하다는 게 어디야.
작은 거 하나만으로 감사하자.
그런데 나에게는 발전이 필요했다. 발전으로 더 한걸음 더 나아갈수 있는
나는 신부님이나 스님처럼 속세에 미련을 버린 사람도 아니였고
부와 재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아니였다.
그래서 난 발전을 해야했다.
몇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살고 있는 방식대로 살지
않을거라고 . 평범하지 않을거라고..
지금에는 이렇게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살고 있는 방식대로 평범
하게 살면서,좀더 업그레이드 된 삶을 살아야 겠다고
그러면 난 지금 내가 좋아하는걸 선택해야겠지
난 ...
누워서 신문을 보는것도 좋아하고 장농 티비 올려놓인데 발을 올려놓고
티비보는것도 좋아하고 , 목욕하는것도 좋아하고 , 버디버디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것도 좋아하고 혼자 밤늦게 산책하는것도 좋아하고.
때로는 어딘가에 미쳐 바쁘게 사는것도 좋아하고.
엄마가 팔 을 주물러 줄때도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애를 볼때도 좋아
하고..
그리고 이렇게 내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는 글을 쓰는것도 좋아한다.
그럼 어문과정으로 고쳐야 하는건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걸까.
이렇게 밥먹고 자는 생활을 계속 하면서
그냥 숨쉬고?
아무 목표도 없이
꿈도 없이
난 늙어가고 만 있다.
이런날 누가 잡아줘야 한다는
철없는 생각은 그만..
내가 날 잡아야한다.
지금 서서히 잘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처럼만.....
내일도 오늘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살게되겠지만.
다른하루가 되어야만해
보람있는 하루
지금 3시 07분부터
난 다르다.
카페 게시글
수필
닭고기카레에서 시작된 진솔한 이야기
진실한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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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9.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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