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 파사성에 올라 광활하게 펼쳐진 남한강의 풍경을 한눈에 담는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는다. 그 옛날 이곳에 올라 주변 동태를 살피던 누군가의 반짝이는 두 눈과 마주한다. 민족의 안녕을 위해 성곽을 굳건히 지켰을 역사 속 어느 날의 함성을 듣는다. 성돌 하나의 시작은 확인할 수 없어도 삼국 시대부터 이어진 천년의 역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성곽을 걷고 땅 위 강물을 바라보는 시간, 여주시 파사성을 만나본다.
파사성과 남한강 전경
군사적 요충지에 세워진 성곽, 파사성
파사성은 여주시 대신면과 양평군 개군면 경계의 파사산(230m)에 자리한 성곽이다. 파사성이 축조된 시기에 대하여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성벽 축성 방식과 현문 구조, 성돌 치석 방법 등으로 미뤄 6세기 중엽 이후 한강 유역으로 진출한 신라가 축조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또한 삼국 시대 신라의 5대 왕이었던 파사니사금(이사금은 당시 왕을 칭하던 명칭)이 축조한 성곽으로 전해져 파사성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 여러 문헌에서는 파사성에 대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초기 ‘신중동국여지승람’에 ‘고산성’이라는 이름의 기록이 처음 등장했다. ‘선조실록’에는 성곽을 보수했다는 내용이 기록돼있다. ‘동국여지 지지’ 등 17~19세기의 각종 지리지에도 파사성에 대한 언급이 여럿 발견된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성벽의 구조와 축조법, 성내 여러 시설물 터와 유물이 확인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성벽 중 최고 높이는 약 6.5m, 상단 폭은 3.2~7.2m, 하부 폭은 10m 내외다. 백제 시대, 삼국 시대, 통일신라 시대는 물론 고려와 조선 시대까지 각 시대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토기, 자기, 기와, 철기 등 여러 유물이 출토되었다. 지금은 성곽 본연의 역할과는 무관하게 남아있지만, 민족의 안녕을 위해 사방을 둘러보며 외세의 침입에 대비했을 파사성의 위엄은 여전하다.
현존하는 파사성 전경
단단히 쌓인 파사성 성벽
남한강을 바라보며 역사 위를 걷는 시간, 파사성 성곽길
지금의 파사성은 남문 터부터 동문 터까지의 길만 일부 복원되어 남아있다. 남문 터 방향으로 오르려면 파사성지 주차장에서, 동문 터 방향으로 오르려면 작은 사찰인 수호사에서 길을 시작할 수 있다. 출발 지점부터 파사성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산 위에 자리해 다소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야 한다. 남문 터 방향으로는 파사성지 주차장에서부터 약 860m, 동문 터 방향으로는 수호사에서부터 약 570m 오르면 성곽에 도착한다. 다만, 2021년 7월 현재 동문지 인근 성벽 보수 공사로 인해 약 100m 길은 우회 경로로 이동해야 하니 참고하자.
남문 터부터 동문 터까지 이어진 파사성 전경
성곽 위에 자라는 연인 소나무
파사성은 성곽 위를 걸을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성곽길은 파사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걷는 내내 산 아래로 남한강 일대가 시원스레 조망된다. 남문 터에서 시작하는 길 중간에는 성곽 돌 사이에서 자라는 소나무 한 쌍이 있다. 연인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지나는 이들을 반긴다. 동문 터에서는 정상을 지나 남문 터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가야 볼 수 있다. 파사산 정상 전망대에서는 이포보, 이포 대교, 당남리 섬, 남한강대교까지 내려다볼 수 있다. 동문 터 인근에는 양평상자포리마애여래입상(경기도 유형문화재)이 자리한다. 병풍바위라 불리는 암벽의 벽면에 그려진 여래상으로 고려 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평상자포리마애여래입상
파사성에서 바라본 여주의 남한강, 여강의 노을
땅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물길, 여강길 8코스 파사성길
파사산 자락에 자리하는 산촌, 느네마을
파사성에서 굽어보던 남한강은 남한강은 강원도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해 여주를 지나 북한강과 만난다. ‘여강’이라는 이름은 여주의 남한강을 부르는 주민들의 애칭으로 여주의 남한강을 따라 자연과 역사, 마을을 두루 살펴보며 걷는 도보 여행길 이름을 ‘여강길’이라 부른다. 여강길은 총 11개 코스로 짜였다. 그중 여강길 8코스 파사성길이 있다. 길의 시작은 당남리 섬 입구다. 900m의 파사성보도현수교와 파사성, 수호사와 느네 마을로 이어지는 총 길이 5.4㎞의 순환 코스다. 반짝이는 남한강변 풍경을 지나, 짧은 등산을 즐기고, 성곽길을 걸으며 남한강 일대를 굽어보고, 수호사가 있는 느네 마을에서 산촌 풍경 속을 선선히 지날 수 있다. 길지 않은 코스지만 강과 산, 마을과 역사 문화의 매력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도보 여행길로 인기가 좋다. 또한 파사성 일대는 천서리에 속한다. 마을 안에 막국수촌이 형성되어 있다. 천서리 막국수는 꿩고기 육수와 동치미국물을 섞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천서리 막국수촌의 천서리 막국수
2021년 8월 현재 파사성길 시작 지점의 당남리 섬을 비롯해 이포보 홍보관과 전망대 2층 휴게공간 등 파사성 인근 관광지는 입장이 불가하다. 상황에 따라 운영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여행 정보
수호사
- 주소 :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파사성 1길 13
- 홈페이지 : https://www.yeoju.go.kr/corona.jsp
- 당남리 섬 제1주차장 : 경기 여주시 대신면 여양로 1933, 파사성지 주차장 : 경기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 650
여강길(1코스~10-1코스)
- 주소 : 경기도 여주시 강변유원지길 105
- 문의 : 여강길 사무실 : 031-884-9089 (운영시간 09:00 ~ 18:00 / 일,월 휴무)
- 홈페이지 : http://www.rivertrail.net
여행 팁
지난 2020년 12월에 스마트폰용 ‘여주 여강길’ 애플리케이션이 오픈했다. 여주시와 여주 여강길 사무국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11개 코스의 여강길을 더욱 편리하게 걸을 수 있도록 서비스 한다. 여강길 코스 안내는 물론 도착하고자 하는 목적지를 선택하면 자신의 위치에서부터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대중교통 안내, 경로 이탈 시 자동 알림, 걷기 및 이동 경로 기록, 스탬프 자동 입력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글 : 여행작가 김애진
사진 : 여주시청 제공
※ 위 정보는 2021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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