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동해 바다도 좋지만 갯벌을 품고 있는 아기자기한 서해의 포구도 정겹다. 옷섶으로 파고드는 찬바람이 매서워도 서해의 포구는 의외로 포근하고 아늑하다. 게다가 조용하고 한적하기까지 한 최상의 언택트 여행지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 낭만 가득한 서해 포구 몇 곳을 소개한다. 강화 황산포구
김포에서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 땅에 닿으면 바로 왼쪽으로 황산포구가 있다. 과거엔 김포와 강화 사이 바다에 떠있는 황산도란 작은 섬이었지만 지금은 연륙교를 놓아 강화의 일부가 되었다. 초지대교의 개통으로 수많은 여행객이 오가는 강화의 문턱이지만 황산포구는 여전히 한적하고 낭만적이다. 밀물과 썰물 때마다 어김없이 독특한 풍광을 드러내는 포구 역시 조용한 어촌마을의 모습 그대로다. 이곳엔 아직도 여러 척의 어선이 드나든다. 연륙교가 생긴 후 포구에 현대식 어판장을 두고 소비자들을 만난다. 거대한 배 모양의 어판장에는 포구의 낭만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싱싱한 회를 즐길 수 있는 10여 곳의 횟집이 있고 각종 수산물과 그곳에서 잡아 말린 생선 등을 판다. 어판장 앞에는 황산도 주민들의 삶의 체취가 물씬한 어촌전시관도 있는데 현재는 코로나19로 휴관한 상태. 언제고 황산포구를 들린다면 개장 여부를 확인하고 관람해볼 것을 권한다. 강화에 가면 강화나들길 한 코스 정도는 걸어봐야 한다. 황산포구 옆으로도 나들길 코스가 이어진다. 황산도선착장에서 선두5리 어판장까지 이어지는 강화나들길 8-A코스다. 염하를 따라 해안으로 이어진 이 길은 강화나들길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치는 길로 제대로 걸으면 5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적당한 거리만 걸어 봐도 해안길 트레킹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위치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해안남로65번길 35-33
김포 대명포구
항과 포구의 엄격한 차이는 있지만 지역주민들에게 익숙한 명칭은 여전히 ‘포구’다. 이곳을 즐겨 찾는 여행객들 역시 대명포구가 훨씬 친근하고 정겹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갯내음 물씬 풍기는 대명포구는 변함없는 풍광과 정취로 도시인들을 맞고 있다. 어촌마을 특유의 인심도 여전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흥미로운 여행 콘텐츠들이 늘었다는 점. 예전엔 서해바다 구경과 해산물 등 먹거리 정도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서해의 명품 둘레길인 평화누리길이 만들어졌고, 함상공원이 조성되어 하루 여행코스로도 손색 없는 곳이 되었다. 지금 대명포구 어시장에는 꽃게가 한창이다. 밴댕이와 대하에 이어 제철 먹거리를 찾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어민들이 직접 잡아온 생새우와 김장에 쓰는 새우젓도 지천이다. 방금 잡아온 온갖 종류의 해산물을 한곳에서 바로 만날 수 있다. 활어회, 새우튀김, 해물칼국수 등으로 따뜻하게 배를 채웠다면 대명포구에서 문수산성까지 연결된 평화누리길 1코스로 향해보자. 강과 산이 멋지게 어우러진 최고의 ‘강변 트레킹’ 코스다.
위치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1로 109
인천 북성포구
소문을 듣고 잔뜩 기대를 하고 간 사람들은 ‘이게 뭐야?’ 할 수도 있겠다. 규모라고 할 것도 없이 아주 작고 볼품도 없는 포구의 모습이라니. 1970~1980년대에는 100여 척의 어선이 모일 정도로 번성했던 북성포구는 인천의 대표 포구로 명성을 떨쳤었지만 인근의 만석포구와 화수부두가 쇠락하고, 시내 곳곳에 어시장이 들어서면서 현재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 게다가 현재 어항 개량사업으로 일부 구역을 매립하고 있어 여행지라고 하기엔 좀 민망한 상황이다. 하지만 ‘꼭 가봐야 할 인천의 속살’ ‘아직까지 남아있는 인천의 진짜 포구’라는 소문은 괜히 난 게 아니다.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파시(波市)가 열리는 곳으로 밀물 때에 맞춰 수산물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어선들을 기다리는 모습은 장관이다. 특히 배 위에서 즉석으로 이뤄지는 ‘선상 파시’의 풍경은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으로 몇 남지 않은 인천의 역사적 장소를 기록하려는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고 SNS 감성 포토 존으로도 유명해 젊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다만 배가 들어오는 시간 말고는 오래된 횟집 몇 곳과 생선을 말려 파는 노점 몇 곳이 전부여서 그곳만 보기엔 아쉬움이 많다. 따라서 바로 옆에 위치한 월미도나 차이나타운 여행을 겸하는 게 좋다.
위치 인천광역시 중구 북성포길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