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했다. 책장을 덮으면서.
책의 막바지로 가면서 가슴 뭉클해졌다.
'설마설마 그럴 리가 없을 거야'가 사실이 되었다.
작가의 이야기 구성력에 소름이 끼쳤다.
요즘 청소년 소설에 푹 빠졌다. 나름 검증된 책을 읽고 싶어서 문학상을 수상한 책부터 섭렵하고 있다. 소설 읽기에 취약한 내가 선택한 전략이다. 기존의 기성 작가들의 훌륭한 소설집도 읽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아직 문해력 수준 미달인지라 단계를 낮춰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감동과 여운은 상상 이상이다. 새해 들어 읽기 시작한 청소년 소설 모두 재미를 넘어 울림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고 공명은 여전히 가슴 구석구석을 울리고 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은 그야말로 청소년들이 흔히 쓰는 말로 '쩐다'. 대박이다. 어쩜 이렇게 이야기 구성을 할 수 있을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연의 일치로 작품 속 주요 인물은 나와 같은 동시대에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내며 IMF라는 단군 이래 전대미문의 국가부도 사태를 경험했으며 취업의 불황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청년기를 지냈던 마치 내가 살았던 과거를 다시 소환하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새로운 구성을 보면서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 하루 만에 뚝딱 쉴 틈 없이 읽어 내려간 소설이다. 아마도 이 책을 접하는 많은 독자들이 나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싶다. 웬만해서는 아내에게 책을 추천하지 않는데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자신 있게 권했다.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른 책과 달리 문학의 묘미는 결국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이 살아가는 시대로 돌아가 인물이 생각하는 동선을 따라 함께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며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속 깊숙이 고민하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을 알고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지만 문학 읽기는 관계 맺기의 예행연습이며 시공간을 초월한 탁월한 만남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임을 다시 느끼게 된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통해 작가 이꽃님을 분명하게 기억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