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진보의 착각
착각 1.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독주에 대한 저항 전선에서 진보 시민단체는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다. 진보 시민단체가 지난 촛불 때와 같이 주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 상황 인식 오류다.
지난 촛불은 제도권 밖의 시민단체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상황에서 제도권을 바로 잡으려 일어섰었다. 그러나 지금은 박근혜 퇴진행동 때와 상황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제도권으로 진입한 시민단체들도 많아 시민단체들이 상황 대처에 대한 결정이 늦고, 관료화되었다는 느낌마저 든다. 민주노총도 산별 노조나 단위 노조가 중심이 되면서 중앙이 약세다. 지난 대선 민주당 패배 이후 백낙청 선생님께서 민주당을 전략적 요충지로 규정한 영향인지는 몰라도 민주당을 포함한 정당의 당원 수가 1000만 명 시대다. 정당의 당원 수가 늘면서 시민단체의 동력은 상대적으로 많이 약해졌다.
정당 개혁에 의해 사회 개혁으로 향하려는 방향이 드세다. 한편에서는 개딸들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고 개딸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을 포퓰리즘이라 폄하하려 하지만, 정당의 주인이 국회의원이나 당직자가 아니라 당원이 정당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결정적인 상황의 차이는 제도권의 저항이다.
지난 촛불에서 가장 궁금했었던 것이 왜! 촛불이... 입법부 앞에서, 사법부 앞에서, 행정부 앞에서, 인론사 문 앞에서, 사학 재단 앞에서, 사찰과 성당과 교회 앞에서... 우리 회사 앞에서 멈추는가 하는 것이었다.
해방 후 우익으로 시작한 대한민국이다. 친일 부역자들이 주축인 우익들이 미국을 등에 업고 상해에서 돌아온 대한민국에 올라탄 것이다. 그 이후 제도권은 이승만 독재정권에서나, 군부독재와 자본독재에서 한 번도 저항해 본 적이 없었다. 저항은 대학생들이나 노동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류삼영 총경의 저항, 간호조무사 시위, 교사들의 시위, 해병대 박정훈 대령의 저항, 이용만 대대장의 양심선언, 김규현 변호사의 공익제보, 마약 수사 외압에 대한 백해룡 정경의 폭로를 본다. 국민권익위 김 국장은 김건희에 대한 비리 조사의 외압으로 자결했다.
그래서다.
제도권 저항연대가 필요하다. 경기 침체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연대도 필요하다. 그래서다. 시민운동은 제도권의 저항을 지원해야 한다.
제도권의 저항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해방 이후도 계속 작동되고 있는 일제 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제도권의 저항으로 인해 촉발될 것으로 기대되어 지기 때문이다. 일제가 이 땅에 심어놓은 수탈과 착취의 시스템은 신자유주의와 결합하면서 소득의 극단적 양극화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멸과 증오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다.
진보 시민단체는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어야 한다.
착각 2.
사실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우익이 특권을 누리며 반칙을 일삼는다며, 법과 원칙이 서 있는 현 시스템대로 하는 것이 사회정의이며 진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보수인데 진보로 착각하는 경우다.
일제가 심어 놓은 이후, 아직도 삐그덕 거리며 작동되는 시스템을 지키려는 보수는 우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일제 시스템의 산물이 우익이기 때문이다. 일제 시스템의 산물이 특권과 반칙이다. 일제의 수탈과 착취 시스템이 어련했을까! 낡은 일제 시스템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이를 지키려는 보수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