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데이비드의 ‘자리값’은 다르다
미 대통령의 은밀한 휴양지에 초대됐다는 무게
尹, ‘국제 인싸’ 될 기회지만 휘둘리지도 말아야
휴가차 머물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번 주 18일 열릴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먼 발치에서 지나쳤던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에서도 의미가 독특하다. 우리로 치면 대통령이 휴가철에 머무는 저도, 청남대 같은 곳이 아니다. 백악관에서 헬기로 30분 떨어진 이곳의 또 다른 명칭은 secluded presidential retreat, 즉 대통령의 은밀한 휴양지다. 백악관 오벌 오피스와 달리 힐링하고 사색하는 공간. 백악관은 관광객 투어 프로그램이 있고 밖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지만, 캠프 데이비드는 해병대가 경호하는 시설이라 일반인 접근은 불가능하다.
역대 많은 미 대통령들이 이곳을 즐겨 찾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 모임을 했고, 아프간 철군을 지휘했으며, 자신의 혈통인 아일랜드 하키팀의 승리를 축하했다. 올해만 공식적으로 8번 갔다. 전임 트럼프는 딸 이방카의 결혼 10주년 파티를 했다. 지미 카터 시절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중재한 ‘캠프 데이비드 협정’ 등 많은 외교적 대화가 가능했던 것도 공간이 주는 특별함 덕이 컸을 것이다.
그런 곳을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2008년 조지 부시와 골프 카트를 탔던 이명박 대통령 이후 15년 만이다. 바이든 정부에서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이다. 그만큼 이례적인 이벤트라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교가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회담에 참가하는 3개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중국이다. 바이든이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3각 축을 만들려 캠프 데이비드를 개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 정부 내 흐름을 비교적 정확히 전하는 국무부 산하 미국의소리(VOA) 최근 보도를 보면 바이든의 ‘캠프 데이비드 초대 청구서’ 내역을 짐작할 수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 정례화, 군사정보 공유 강화보다 필자는 대만 관련 대목을 주목한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조정관은 VOA 인터뷰에서 “미국은 무력 사용을 통해 대만 현상 유지를 변경하려는 어떠한 노력에도 반대한다는 문구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성명에 포함되길 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머스 싱킨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북핵 등) 한반도 유사시 문제와 대만해협 문제는 완전히 분리된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만에서 군사적 사태 발생 시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을 논의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중국과 불편해도 베이징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를 한미일 정상회담의 합의문 형태로 공식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 때문인지 대통령실 관계자도 사전 브리핑에서 “한미일이 중국을 적대시한다든지, 중국 때문에 이렇게 (공조)한다는 식의 표현은 (이번 성명에)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몇몇 정상회담이 용산의 기대와는 조금씩 달리 돌아간 것을 기억하고 있다. 누구의 잘잘못이라기보다 실제 정상회담이 준비 과정과 100% 일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캠프 데이비드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미일 정상과 만나는 윤 대통령이 여전히 중국 대만 관련 이슈에 강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바이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중국 문제에 더욱 맞장구를 칠 것이다. 서방 진영의 핵심 국가로 공인받을 기회이자, 미국 주도의 대중 제재 노선에 더욱 합류할지 결정해야 할 도전. 윤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방문의 의미를 잘 새기고 회담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헌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