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닥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잠을 잤는데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가 자장가처럼 느껴진다 싶더니 얼마가지 않아 귀찮은 파리들이
내 승질을 돋우는 바람에 더듬거려 찾은 모바일이 5시를 가리킵니다.
오줌을 서너 줄기 누고 다시 누웠습니다. 기우제라도 드려야 할 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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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수량은 저 같은 애송이가 보아도 농사에 단비임에 틀림이 없지만
일용직은 물 건너갔습니다. 며칠째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다보니 살짝 걱정이
됩니다. 이제 남은 건 건강하나 뿐인데 조만간 병원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김 옥빈 나오는 ‘악녀‘를 보러갈까 자동차를 찾을까 생각할 즈음 일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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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출발했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일단 출근은 했는데 어쩌다보니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포천 강 병원을 찾아 하향했습니다.
의사를 믿은 것은 아니지만 의사가 척보면 알아야지 위궤양 같기도
하고 단순히 스트레스성 위염일 수도 있는데 원하시면 C. T나 내시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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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자고 합니다. 물론 약사도 개진도진 입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그럴 수 있고 저는 혈색만 좋답니다.
11,500원을 떡 사먹은 것 같습니다. 걸어서 포천경찰서로 번호판을 찾으러
갔습니다. 점심시간에 딱 걸렸고 25분이 너무 길어 구내식당을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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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나 교도소는 공짜이지만 경찰서 밥은 4,000원입니다. 엣 다 사천 원.
식당에 릴 렉스 하게 앉아서 본전 찾기와 시간 때우기를 위해 방금 타온
약까지 모두 챙겨먹었습니다. 경찰서만 오면 왜 본전철학이 발동하는지
누구 아시나요? 시래기 국이 입에 딱 맞아서 탄수화물을 또 오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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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나오는데 본 듯한 얼굴을 하고서 리틀 말똥구리가 나를 찬찬히
쳐다봅니다. 본능적으로 저도 리-액션을 해줬는데 아마도 오락실 때문에
실랑이를 벌였던 그 때 도경의 그 놈 같습니다. 놈이 내 또랜 데 경찰서에서
다시 보니 팔자타령이 저절로 되면서 느물느물 내 부 화를 끌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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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이 9건 97만원이랍니다. 분납으로 입금시키고 번호판을 돌려받았습니다.
젠 장, 나는 도대체가 국세와 지방세를 얼마나 내고 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딱 1년을 영치시키는 바람에 보험료와 자동차세 100만원을 허투루 죽였고
차량 유지비 1,000만 원을 벌었습니다. 점프 선을 댔는데도 자꾸만 시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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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는 것이 배터리가 수명을 다한 것 같습니다. 가진 돈의 4/1을 배터리와
바꿨으니 시승식이 필요합니다. “예주야, 오늘 시간 있니?” “오늘 실기해요.
아빠 서울 와요?” “실기 어디서 몇 시에 하는데?” “잘 지내니? in서울 조인
하고 싶어” 오랜 만에 가본 집 근처 골목길은 10년 동안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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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온 소묘 한 점을 들고 잠깐 고민하다가 계단 위에 놓고 내려오는데
집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아내가 퇴근을 한 모양입니다. 설마, 아내는
내가 온 것을 알고 있을까? 예주를 데리고 종합상가 뒤편 곱창 집을 찾아
갔습니다. 알이 굵은 곱창은 우리부녀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맥주 두 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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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곱창 3인분을 먹는 동안 쉴 새 없이 조잘대는 딸내미는 누가 봐도
과년한 아가씨가 아닙니까? 미술 학원, 학교, 교회, 술, 집, 그리고 남자
얘기까지 버라이어티하게 브리핑을 했습니다. 뉘 집 규수인지 말도 잘합니다.
“아빠, 나는 뽀뽀를 하고 싶지 않는 사람은 사귀기 싫어요.” “아니, 너 뽀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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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어?” 우리 공주가 세게 나와서 깜 놀이었는데 아무렇지 안은척했습니다.
아빠도 이성교제는 동물본능으로 출발하는 것이 맞는 거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자고로 자연주의 시대는 가고 유미주의가 대세이기 때문에 저는 여자도 지고
지순 타입보다 발 칙 발랄한 여자가 좋습니다. 시 크한 여자가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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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광 마(마 광수)가 '돌아온 사라'를 출간해 감옥을 간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마 교수가 성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장본인 인 것을 확실히
인정합니다. 그 양반 어록 중에 '사랑해서 섹스 하는 게 아니라
섹스해서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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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쪽은 이미 계약 결혼이 라는 것이 있었고 우리도 다 자보고 나서
살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 대세가 된지 오래입니다. 프로이트도 핵심은 성욕
이지 사랑이 아니라고 했고, 다른 사람은 다 놔두고라도 내가 해보니까
플라토닉 러브는 솔직하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둘 다 하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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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지만 남녀 간의 사랑은 육체와 정신의 순서로 사랑이 교감되고
중독된다는 공식에 저도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드라마 ‘화정’을 32회까지 보면서 광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았고
무엇보다 선조의 적통 정명공주를 만난 것은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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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는 52세의 나이에 본 늦둥이 딸 정명공주를 무척 귀여워했습니다.
이복오빠 광해군이 즉위한 뒤 외할아버지 김제남과 동생 영창대군은 계축
옥사에 연루되어 역모 죄로 처형되었고 이후 어머니와 정명공주는 함께
폐서인됩니다. 인조반정이 일어나자 정명공주가 공주로 복권된 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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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입니다. 이미 혼기가 한참 지난 나이였기 때문에 조정에서는 공주를
서둘러 시집보내기 위해 부마간택령을 내렸습니다. 동지중추부사 홍영의
아들 홍 주원을 부마로 간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목왕후는 사위 홍
주원에게 왕만이 탈 수가 있는 말인 어승마를 타고 궁에 들어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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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조정에 문제를 일으켰으나 인조는 인경궁의 재목과 기와를 내어주어
정명공주의 살림집을 짓게 하고 또 사미인곡의 저자 정철을 내어주는 등
그녀를 후대하였습니다. 본래 공주의 집은 50칸을 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었는데 정명공주의 집은 200칸에 이르렀고, 경상도에만 8,076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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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는 넓은 땅을 하사받는 등 엄청난 호사를 누렸습니다.
정명공주는 선조와 인목왕후를 닮아 선이 굵고 힘이 넘치는 한 석봉 체를
잘 썼는데 조선 후기의 서예가 남구만은 자신의 저서에서 정명공주의
글씨를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정명공주가 서 궁에 유폐되어 있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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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선조를 닮은 글씨를 쓰며 어머니를 위로하였으나 30대와 40대
때에는 인조의 의심을 살 것이 두려워 붓글씨와 한문을 끊었고,
바느질과 가사에만 전념하며 의도적으로 정치를 외면하였습니다.
인목왕후 사후 궁중에서 발견된 무도한 백서로 인해 인조와 효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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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산적도 있으나, 인조반정의 공신인 장유, 최명길 등의 구명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인조와 효종이 죽고 나자 현종, 숙종 2대
동안 정명공주는 종친의 어른으로서 최고의 대접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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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화정'에서는 남편 홍 주원을 택해 사랑을 쟁취했으며 아들 딸을
무려 8명을 낳고 9월 8일 83세를 일기로 사망하였으니 인수대비보다
더 장수한 셈입니다. 예주야, 아빠가 지금은 축구를 안 하지만 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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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까지는 즐겨했단다. 그 닥 잘하지 못해서 늘 풀백을 했는데 수비를 잘
서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한 번에 태클을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야.
대부분의 공격수는 현란한 개인기로 수비를 속이는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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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는 먼저 움직이지 말고 공격수 앞에 서서 있는 것이 아주 중요하단다.
그럼 공격수가 당황해서 실책을 할 개연성이 많게 되지.
찰스 다윈은 우리 기독교에서 악마로 취급받는데 그의 진화론은 '악마
변호인'을 둔 다윈의 업적이란다. 물론 아빠는 진화론을 옹호하려는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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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만 우리 딸내미가 '확정편향'적인 사람으로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서는 널 반대하는 친구의 의견도 경청하란 소리다.
예주야, 세상은 온갖 트릭이 난무하기 때문에 페인트모션에 속아서는 안 돼.
그리고 주변 환경에 갇혀 액션을 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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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사물을 선입견으로 보지 말고 소묘를 할 때처럼 빛의 굴절과
각도를 세밀히 보되 전체적으로 구도를 잡는 것이 중요할 것 같구나.
그러려면 절충이 필요할 것이다. 아빠는 젊은 시절에 타협은 비겁한자들이나
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확정편향'은 주로 나이 많고 성공한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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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이란다. 그러나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말하는 아저씨들이나
‘한번 구원은 영원하다’고 말한 보수 신학자들은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회를
적잖이 멍들게 했다는 것을 기억 하렴. 예주야, 요새 시간이 잘 가지?
아빠는 그동안 네가 ‘현상유지 편향적‘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요즘 네 그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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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성으로 는 것을 보니 네 뇌가 바쁘도록 도전하는 너의 액션 때문에 시간이
잘 가는 것이란다, 어쩌면 이번 다이어트는 너의 회화(繪畵)실력처럼 모종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아빠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대부분
의 사람들은 현상유지 편향적이거든.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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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관철시키려는 경향성이다. 쉬운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뜻인데 우리 예주가 사물을 보다 전체적이고 객관적
으로 볼 수 있는 호연지기를 기른다면 다이어트도, 서울대입시도, 그리고
결혼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아빠는 하나님께서 네게 부여하신 인생을 네가
꼭 멋지게 즐기기를 기도한다. 아빠는 영원히 네 편이고 죽어서도 너를 지켜줄
것이다. 사랑한다. 내 딸.
2017.6.11.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