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아가 2,8-14
8 내 연인의 소리! 보셔요, 그이가 오잖아요. 산을 뛰어오르고, 언덕을 뛰어넘어 오잖아요. 9 나의 연인은 노루나 젊은 사슴 같답니다. 보셔요, 그이가 우리 집 담장 앞에 서서, 창틈으로 기웃거리고 창살 틈으로 들여다본답니다. 10내 연인은 나에게 속삭이며 말했지요.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11 자, 이제 겨울은 지나고, 장마는 걷혔다오. 12 땅에는 꽃이 모습을 드러내고, 노래의 계절이 다가왔다오. 우리 땅에서는 멧비둘기 소리가 들려온다오. 13 무화과나무는 이른 열매를 맺어 가고, 포도나무 꽃송이들은 향기를 내뿜는다오.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14 바위틈에 있는 나의 비둘기, 벼랑 속에 있는 나의 비둘기여! 그대의 모습을 보게 해 주오. 그대의 목소리를 듣게 해 주오. 그대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그대의 모습은 어여쁘다오.”
복음 루카 1,39-45
39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40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한산한 오후 시간에 저는 어디를 다녀오기 위해서 전철을 탔습니다. 한산했기 때문에 빈자리도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어요. 깜짝 놀라서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어떤 할아버지께서 한 청년을 향해서 마구 욕설을 퍼붓는 것입니다. 저는 저 청년이 무슨 예의 없는 행동을 했기에 할아버지를 화나게 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할아버지와 청년의 대화를 통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청년은 한산한 시간이었고 또한 빈자리가 많았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경로석에 앉은 것입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는 ‘젊은 놈’이 경로석에 앉았다고 하면서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지요. 청년이 죄송하다고 하면서 자리를 옮기는데도 할아버지께서는 청년의 뒤를 향해 계속해서 욕을 퍼 부으시는데 왠지 그 할아버지의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화를 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다면서, 또한 자신이 손해 보았다면서 화를 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화내는 그 모습이 절대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떤 형제님께서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이었답니다. 그의 맞은편에는 어떤 부부가 앉아 있었지요. 그런데 아내는 계속해서 모든 일에 불평인 것입니다. 좌석이 불편하다고, 시트가 지저분하다고, 청소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승무원도 불친절하다면서 계속해서 불평을 던집니다. 그러다가 서로 인사를 교환하던 중 남편이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변호사이고, 제 아내는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 형제님은 “부인께서는 어떤 것을 제조하십니까?”라고 물었지요. 그러자 남편이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불평을 만들어 내는 제조업자입니다.”
우리도 불평을 만들어 내는 제조업자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주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의 자리에서 이 땅으로 내려오셨지요. 우리의 구원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으셨습니다. 따라서 이런 주님의 사랑을 받는 우리는 조금 힘들고 어렵다는 이유로 불평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힘든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준비했던 엘리사벳과 성모님. 두 분은 불평의 상황을 간직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감사의 상황으로 만들어 하느님을 찬미 찬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이 있었기에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탄생하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을 맞이하려면 우리도 이러한 마음을 간직해야 합니다. 즉, 불평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자가 아닌, 감사와 사랑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예수님께서 편안히 우리 곁에 오실 수 있습니다.
나에 대한 믿음이 꿈을 이루는 최고의 비결이다.(랄프 왈도 에머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