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했습니다. 저녁에는 금요 정기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열대야가 지나가고 태양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한 후 밭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김장을 담글 무와 배추를 심는 날입니다. 오전에는 산 아랫 밭에 무를 심었습니다.
어제 행자들이 무를 심을 구멍마다 땅을 파고 깻묵으로 만든 거름을 뿌려두었습니다. 한 사람이 비닐 안을 평평하게 고르면 다음 사람이 무 씨앗을 뿌리고 흙으로 살짝 덮어주었습니다.
무를 다 심고 스님은 밭 가장자리에 늘어진 덩굴을 벴습니다.
“아마 내 무덤엔 덩굴이 가득할 거예요.”
반대편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는 모시가 사람 키보다 훌쩍 자랐습니다. 그 옆에 있는 고구마와 콩이 모시 그늘에 가려 햇빛을 못 받고 있었습니다.
“이제 모시는 다 벨게요.”
모시를 베다가 스님은 모시 줄기의 껍질을 벗겼습니다.
“삶아서 껍질을 벗겨내면 옷 재료나 튼튼한 끈으로 쓸 수 있어요.”
줄기 껍질을 몇 개 벗겨놓고 스님은 다시 모시를 베기 시작했습니다. 태양은 하늘 높이 떠오르며 점점 더 뜨거워졌습니다.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오늘은 우아하게 무를 심나 했더니 땀을 흘릴 팔자인가 봐요.”
스님은 땀을 닦으며 계속 모시를 베고, 모시 줄기를 한쪽에 정리했습니다.
모시 사이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토란을 발견했습니다.
“토란이 많이 자랐네!”
돼지감자도 키가 많이 컸습니다.
“돼지감자도 벨게요.”
행자들이 말렸습니다.
“돼지감자는 남겨주세요. 차도 만들고, 장아찌도 만들 거예요.”
“그럼 윗부분만 잘라줄게요.”
모시와 돼지감자를 정리하고 나자 가녀린 콩 포기에 햇살이 가득 안겼습니다.
스님은 뒤돌아서서 울타리를 뒤덮고 있는 덩굴과 풀을 벴습니다.
오늘도 허리까지 땀에 젖은 채 울력을 마쳤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오전 10시 30분부터는 어제에 이어서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오늘은 개원 기념법회, 교육연수 계획, 온라인 정토회 운영, 정회원 징계, 정토회 30년 사료 편찬 계획에 대해 차례대로 점검을 했습니다.
논의 주제가 많았지만, 그중에서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되었을 경우 의결구조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적합할지에 대해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먼저 2차 만일결사 준비위원장 전해종 님이 그동안 두북특위에서 논의했던 내용들을 최종 정리해서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정토회는 삼권분립이라고 해서 의결과 집행, 심의를 구분해서 진행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이 되면, 대중의 민의를 더 잘 반영하기 위해 의결구조는 어떻게 바뀌는 것이 적합할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온라인 실시간 의견수렴 시스템을 이용하여 직접 민주주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또한 직접 민주주의가 갖는 포퓰리즘의 단점은 대의원 제도를 통하여 최대한 보완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민주주의 제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지금 시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든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의 민주주의 역시 그 한계가 제기되어 왔는데, 만약 온라인 시대에 맞게 새로운 의결구조를 마련해 본다면 어떨까 하는 제안입니다. 한마디로 의결과 집행을 통합하여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대중의 의사가 더욱더 잘 수렴되도록 하자는 거예요.
그동안 의결과 집행을 분리시켰던 핵심적인 이유는 집행의 독선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각각을 구분시켜서 서로 견제할 수 있게 한 거예요. 그런데 만약 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하게 되면 회원들의 의견을 더 많이 수렴할 수 있기 때문에, 의결과 집행의 독선을 더욱더 잘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전환되면 회원들의 민의를 반영한다는 정신이 더 살려지는 것이지 기존의 대의원 제도가 훼손되는 건 아니에요.
대의 민주주의 단점은 대중의 의사를 반영해서 회의를 하지 않고 선출직 대의원 자신이 개인의 의견을 반영할 때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 국회도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결정하기 때문에 불신을 받는 거예요.
대의 민주주의 장점은 중앙 권력을 감시하기에는 굉장히 좋다는 겁니다. 선출직 사람들이 문제 제기를 많이 하니까 중앙 권력이 독선을 하지 못하게 돼요. 그리고 소수의 인원이 모여서 토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숙의가 가능합니다.
직접 민주주의는 회원들이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는 굉장한 장점이 있는 반면에 너무 많은 인원이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숙의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인원이 너무 많으니까 매번 찬반 투표밖에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으로 흘러가기가 쉽습니다. 100만 명 이상이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데, 몇몇 선동가에 의해서 움직일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 의견은 대의 민주주의 장점과 직접 민주주의를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방법을 마련해 보자는 겁니다.”
스님은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를 결합한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고 두북특별위원회 모두 이에 동의했습니다.
“그럼 내일 결사행자회의에서 이 방안에 대해 토론을 붙여 봅시다. 코로나 사태라는 비상 상황에서 온라인 세상이 된다면 이렇게 해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초안을 제출하는 겁니다. 내일 토론해 보고 결사행자들도 동의하면 전국대의원회의에도 최종적으로 제출해 보자는 거예요.”
더 토론할 것이 많았지만 정기법회 생방송을 할 시간이 다 되어서 서둘러 회의를 마쳤습니다.
“저는 생방송 법회를 해야 해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겠습니다. 나머지는 부족한 부분은 저녁에 법사님들이 더 논의해 주시고, 저한테는 내일 아침에 결과만 간단히 공유해 주세요.”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서둘러 마치고, 스님은 정기법회 생방송을 하기 위해 수련실로 이동했습니다. 7시 30분에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과 함께 정기법회 생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을 보이며 정토회 회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오늘은 8월의 두 번째 정기법회입니다. 한 달 가까이 지속되던 지리한 장마가 지나가고, 밝은 햇살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좋기는 한데, 날씨가 너무 무덥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낮 기온이 섭씨 35도인 데다가 해가 지고도 33도 정도입니다. 또 낡은 폐교에 살다 보니 건물이 열을 받아서 저희들은 땀 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웃음)
장마가 지나가니 빨래가 잘 말라서 좋은 점이 있는 반면에 무더위 때문에 또 힘이 드네요. 비가 올 때는 시원해서 좋았거든요. 이런 걸 보면 이게 좋으면 저게 나쁘고, 이게 나쁘면 저게 좋고, 지금은 이게 문제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그때가 좋았다고 하는 이게 우리 인생 같습니다.
오늘 정기법회에는 8명이 질문을 신청하셨는데, 모두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법회가 끝나면 백중 천도재와 마음 나누기도 진행해야 하니까 좀 일찍 마쳐야 해요. 혹시 제가 진행하다가 시간 조절을 잘 못해서 마지막 질문까지 답변을 못하더라도 다음 주에 다시 기회를 드릴 테니까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온라인으로 법회를 듣기 때문에 너무 길면 듣는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니 제시간에 마치겠습니다. 자,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상으로 연결된 8명이 차례대로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상대방이 화를 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질문했습니다.
상대방이 화를 내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어떤 사람이 저를 보자마자 화를 내고 욕설을 하면, 저도 어쩔 줄 몰라서 말이 안 나올 수 있어요. 이게 문제가 아니라 ‘그때 이렇게 말해줄 걸’ 하고 후회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 상황에서 할 말이 있으면 하고, 머릿속이 하얘져서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아무 말도 안 하면 돼요.
말을 못 한 게 문제가 아니라 화를 내는 상대방에게 탁 받아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것 때문에 질문자는 후회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때 탁 받아친다고 뭐가 좋아요? 생각나는 말이 있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하면 됩니다. 지나고 나서 ‘이런 말을 해 줄 걸’ 하고 후회하는 것이 문제라는 거예요. 이미 지나가버리고 흘러가버린 일을 지금 붙들고 ‘그때 그렇게 말했으면 됐는데 바보같이 그렇게 말을 못 했다’ 하고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우리는 늘 어리석음을 범하고 살아요. 잘했든 잘못했든 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이미 지나가버렸는데 지금 다시 그 일을 붙들고 ‘아, 그때 그랬었으면 됐는데 바보같이’ 이렇게 후회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행동입니다. 늘 우리는 이렇게 낭비적이에요.
‘잘했든 잘못했든 지나가버린 것은 이미 없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내가 괴롭지 않습니다. 만약 정 아쉽다면 ‘다음에는 내가 제대로 대응해야지’ 하면 돼요.
예를 들어, 내가 농구 골대에 공을 던졌는데 안 들어갔다고 합시다. 이때 ‘아, 이렇게 던졌으면 들어갔을 텐데, 저렇게 던져서 안 들어갔다’라고 후회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행동입니다. 골이 들어갔든 안 들어갔든 그 공을 받아서 다시 던지는 행동이 필요한 것이지, 지나가버린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다시 공을 던졌는데 또 안 들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간 것은 버리고 새로 던질 것에 유의하면 됩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미 지나갔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지나가버린 것을 붙들고 후회하고 있어요. 상대의 말을 내가 탁 받아치고 지나갔든, 안 받아치고 지나갔든, 이미 지나가버렸다는 점에서는 결국 같아요. 어젯밤에 악몽을 꿨든, 선몽을 꿨든, 눈을 떠버리면 모두 헛것이었다는 점에서는 결국 같습니다. 좋은 꿈을 꿔도 헛것이고, 나쁜 꿈을 꿔도 헛것이에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지나가버린 것은 지금 뭐라고 해봐야 아무 도움이 안 돼요.
‘다음에 할 때 이런 것은 유의해야겠다’
이렇게 발전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후회를 하지 말고요. ‘다음에는 아무리 상대가 화를 내도 한마디를 해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다음에 한마디를 해주면 돼요. 사실은 상대에게 한마디를 해주나, 안 해주나, 제 경험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때 기분일 뿐입니다.
‘한마디 해주나, 안 해주나, 지나고 보면 같으니 연연하지 말자. 생각나면 말하고, 생각이 안 나면 말하지 말자’
이렇게 가볍게 받아들이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어떻게 하면 상대가 화를 내도 내 마음이 편할 수 있느냐가 아니에요. 상대가 화를 내는데도 내가 마음이 편안한 경지에 있겠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겁니다. 그러면 매번 그렇게 안 되기 때문에 ‘나는 안 돼!’ 하면서 오히려 자신을 학대하게 돼요. 후회하는 마음이 들 때는 항상 이렇게 생각하세요.
‘아이고, 이미 지나버린 것을 또 붙들고 있네. 차 떠났는데 손 드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미 지나갔다’
이렇게 자꾸 연습하면 지나간 것을 후회하는 습관을 멈출 수 있어요. 상대가 화를 낼 때마다 연습하면 돼요.
‘아, 내 머리가 이럴 때 하얗게 되지. 이번에는 안 그렇게 되도록 연습을 한 번 해봐야겠다’ ‘아, 안 되네. 다음에 새로운 상황이 되면 또 연습을 해야겠다’
상대가 화내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지 말고 그런 상황에서도 내가 연습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과제로 삼아보는 것입니다.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다시 연습하면 돼요.
얼굴 표정이 별로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네요. 도깨비방망이처럼 머리를 한 대 때리면 바로 해결되는 그런 대답을 원하나요?” (웃음)
“아닙니다. 해결이 되었습니다.”
짧은 문답 속에 마음이 홀가분해졌습니다. 이 외에도 질문이 계속이 이어졌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사는 게 불편하긴 합니다. 하지만 불편해도 불행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제가 불행할 것이라 단정 짓고, 제가 행복하다면 그럴 리 없다는 반응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경전반을 통해 다시 진리로서의 불교를 접하고 나니, 기존에 중요하게 여긴 천도재 같은 종교의식이 퇴색되어 다가옵니다. 이런 제 내적 변화가 혼돈스러운데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저는 30여 년 동안 고가 여성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정토행자의 서원을 읽을 때 ‘적게 입고’라는 구절이 마음에 걸립니다. 수행자로서 어떤 자세로 장사를 해야 할까요?
코로나로 인해 법당에 대중 공양의 횟수가 적어지면서 김장 김치가 많이 남았습니다. 법당 보시물이라 외부 반출이 불가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먹어서 양을 줄이기에는 좀 버거운데 필요하신 분들이 있으면 나누어도 될런지요?
새벽기도를 250일 정도 꾸준히 한 결과 지금은 수행에 꾀를 부리며 나태해집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꾸준히 할 수 있을까요?
5살 외손녀가 고집이 세고 예민한 탓에 친구가 없어 어린이 집에 가기 싫어합니다. 직장에 다니는 딸이 너무 힘들어하는데, 딸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쉽고 빠르게 성 관련 영상물을 봅니다. 왜곡된 성 인식으로 인해 성 관련 범죄가 더욱더 늘어날 것 같아 불안한 마음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질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끝내자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기타 질문이 더 있었지만 정해진 시간에 법회를 마쳤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스님은 내일 일정과 관련해서 공동체 법사단과 의논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하루 종일 농사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 결사행자회의를 연달아하고, 저녁에는 아시아, 태평양, 유럽에 살고 있는 해외 정토행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