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추억이 가슴을 살포시 적신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고,
보이면 생각하고,
생각하면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한다.
바르게 행동하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알면 사랑한다
세상의 최고 진리는 사랑이다
사랑하면 아름다워진다
알면 진실해집니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끼고
느끼는 만큼 행복합니다.
눈물 주르룩 흘리며
아름다운 추억에 젖어들 때
세월은 더욱 향기롭고 밝아진다.
그리움과 추억이 가슴을 살포시 적신다
나는 그대에게 가고 싶다
“해 뜨는 아침에는/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그대에게 가고 싶다// (중략)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이제는 불러도 불러도 볼 수 없고, 꿈속에서 그려보지만 생각이 가물가물한
그리운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한다
울 엄마가 살아 계실 때가 생각난다 .
추석명절을 맞아 고향집에 들렀다.
늦은 감나무에 감홍시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빨간 대추가 달려 누구를 기다리고 있다
여든한 살의 노인네는 자식이 오면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단락에서
오래된 절편, 시루떡, 감 홍시, 곶감, 식해를 내 놓으며 먹으라고 한다.
언제 떡인지 단단하여 먹을 수 없지만 자꾸만 먹으라고 하신다.
‘얘야! 이 떡은 누구네 생일 떡이고, 이 떡은 누구네 제사 편이고,
누구네 생일, 제삿날, 누구네 집 아들이 노인정에 라면 한 상자,
누구네 는 귤 한 상자, 누구네 자식은 쌀 한 포대기’
시시 꼴꼴한 정보를 들려주시지만, 자꾸만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하시는
노인네의 주름진 얼굴이 생각 난다
평생을 함께 지내 오신 아버지가 육십칠 세가 되던 해 어느 찬 서리가 내리는
늦 가을날에 뇌출혈로(중풍) 스러져 병간호를 하여 일으켜 세워 팔십까지는 마을 출입을 하시더니
자리에 누워 칠년간을 집안에 만 계시던 어른의 병간호 하시며
이야기 동무로 지내시다가 삼년 전에 하늘나라로 보내시고,
이제는 홀로 적적하게 고향 집을 지키시기에 자식으로 늘 걱정이 되어
아침저녁으로 전화 안부를 드리지만 방학이 되어 고향집에 다니려 가면,
‘또 대구가자 하지 말 네이’ 하시는 어머니에게 해 질녘이 되어 어머니 모시려 왔습니다.
참아 떨어지지 않는 말씀을 드리면
‘야야! 나는 도시 지옥 같은데 가지 않는다. 노인정에서 밥해 먹고,
이웃 노친네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나에게는 몸에 훨씬 좋다.’
참아 대구 간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차 가를 서성이면
‘야야! 가나. 하루 밤만 자고 가지.’
어머니 정에 못 이겨. 고향집에 하루 밤을 잔다.
여든한 살의 어머니는 흰쌀밥을 지어 자식 놈 앞에 놓고, 고향 동네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머니의 시시 꼴꼴한 정보를 정보라고 들려주시며,
엄마의 정이 가득 담긴 흰쌀밥이 고봉으로 담긴 밥그릇에 배추랑,
김치랑 함께 반쯤 먹고 상을 물리며,
어머니는 육십 길에 들어선 자식 놈 어린애인 냥 밥을 더 먹이려고, 자꾸만 성 가신다.
고향집 아랫목에 자리를 펴시고 어머니 옆에 누우면 참으로 편안하다.
어머니는 잠이 들 때까지 고향 동네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잠자리에서도 여러 번 이부자리를 덮어 주시는 주름진 엄마의 손이 정으로 가득하다.
그리움과 추억이 가슴을 살포시 적신다
엄마 보고 싶어요
어머니 살아 실제
추석 명절을 쇄고 집으로 가고자
“어머니, 이만 가 볼게요.”
몸을 일으키는데 어머니도 따라 일어선다.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어머니는 집 안에서도 엉금엉금 다니신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막무가내다.
“우리 아들 얼굴 좀 더 봐야제.”
바리바리 보따리 싸서 들러주며
대문 앞 까지 엉금엉금 기어나와 내 차의 뒤를 바라보며 손만 흔들고 계신다
할 말이 없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어머니를 바라보다 장난기가 발동했다.
어머니 젖가슴을 확 만졌다. 효자가 되고 싶었다. 김선굉 시인가 생각났다.
“아우야, 니가 만약 효자가 될라카머/ 너거무이 볼 때마다 다짜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된다/ 너거무이 기겁을 하며 화를 벌컥 내실끼다/
다 큰기 와 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된다”
(‘효자가 될라카머’ 전문).
엄마 젖 만져뿌라
바로 이때다. 어머니의 얼굴이 빨개지면서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싼다.
“야야, 왜 이러는데….”“넘서 스럽게” 그때 알았다.
목계(木鷄) 같던 어머니도 천상 ‘여자였구나!’
그날 밤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잠을 잘 수 없었다.
한번은 찾아올 어머니와의 이별이 마음을 흔들었다.
어머니가 지구별 소풍을 끝내는 날,
어머니 시신은 내 손으로 씻어 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머니 옆에서 하루 밤을 지내고 아침이 되어 대구로 돌아 가려면
다락에서 감이랑, 곶감, 사과, 땅콩 등 각추, 각추 고향 냄새,
엄마 냄새가 나는 과일과 오래된 먹지 못하는 떡들을 봉지봉지 보따리를 싸주시고,
올 일년 우리네 식구 입맛을 지키는 배추, 무우를 차에 실어 주시며
“야야! 조심해라.”
“어머니 안녕히 계시라요.”
막 떠나려는 그 순간 희미하게 당신의 속눈썹을 내리 깔리며 눈물 젖은 주름진 늙은 어머니!
어머니 편히 모시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말씀드리지 않지만 “니 맘 내 다 안다.”는 듯 바라만 보시는 어머니!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자식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바라만 보고 계신다.
차에 시동을 걸면 차장을 손으로 만지며
“야야! 조심해라. 집에 도착하여 전화해라.”
차가 떠난 뒤에도 한참 손을 흔들고 계시는 늙은 어머니의 정을 가득 담고 대구로 온다.
오늘도 행복한 삶을 곱게 다듬어 가기를 기도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며,
열심히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늙으신 어머니가 손을 흔들고 계신다
‘얘야 ! 사람답게 살아서 나를 욕 먹이말지’
‘단디 살아라’
‘남 여리대로 살아라’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들리는 것 같다
엄마가 들려 준 보따리가 생각난다
보따리를 풀어 보면
토실토실 영근 알밤
방금 캔 듯 흙이 묻은 팔뚝만 한 더덕,
길죽한 고구마
배추
열무
두릅이 푸른 이야기를 나눈다
배추의 지스러기로 담근 김치도 한통이다
입에서 군침이 돈다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머드러기만 따! 굵고 실한 놈만!”
사람 중에도 머드러기가 있다.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를 일컫는다.
군계일학(群鷄一鶴), 백미(白眉) 등의 한자말을 대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머드러기를 뺀 나머지는 ‘지스러기’다.
골라내거나 잘라내고 남은 것을 말한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지스러기조차도 갈무리한다.
대표적인 게 ‘덤불김치’다.
무의 잎과 줄기, 또는 배추의 지스러기로 담근 김치인데, 아주 맛있다.
사람 지스러기는? 어딜 가든 환영받기 힘들다.
당신은 머드러기인가, 지스러기인가.
행복한 삶을 곱게 다듬어 가라고 기도 하시던 엄마
어머니의 지스러기로 살라는 가르침이 생각나는 추석이다
어머니! 아버지!
다시 한 번 당신을 불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