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 장로 직분을 내려놓으며 2
무진교회는 의사소통의 네 영역인 말하기, 읽기, 쓰기, 듣기를 성경통독반, 필사반, 독서반, 서신반 등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교우들과 이웃, 세상과의 소통에도 원활한 교회로 성장해 가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욕심을 더 내보자면 말하고 듣기의 심화 과정이라 할 ’무진경청반‘을 만들어서 운영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이루어지겠지요.
지난 40년 동안 쉼 없이 교회와 교우들 속에서 맡겨진 직분을 충실히 감당한다고 해 왔습니다. 또 해야 할 일을 찾아서 나름대로 도전한다고 해 왔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네가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 또 ’네가 할 일을 다 했느냐?‘고 물으신다면
’아뇨, 부족하고 모자라고 무익한 종이었습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할 일을 몰라서 못한 것이 많습니다.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의 상당 부분을 유교 집안에서 자라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교회의 구조나 속성, 전통이나 역사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분하게 중요한 직분을 맡아 왔습니다. 모름지기 교회의 일은 기도와 말씀,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감당해야 함에도 세상의 이치와 머리와 관념으로 접근하고 처리한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교회 재정이나 치리에 있어 모르는 것이 많고 지혜롭지 못해 소홀했던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제 직분을 내려놓으려니 부끄럽습니다.
또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도 안 한 것이 많습니다. 교회의 직분을 맡은 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기도와 묵상을 비롯하여 청소, 주일 성수, 목사님과 어려운 교우들 살피기 등 섬김의 사역에 대하여 몰라서 못한 것도 있지만 알고도 모른 척 외면한 적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큰 죄인임을 솔직히 고백하며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알고도 안 한 것만 아니라 알면서도 못한 일도 있습니다. 교우님들과 더 가까이에서 친교하고 특히 어려운 교우들을 살펴야 함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그러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아는 것이 모자라고 능력도 부족하고 경험이 없어 교회와 교우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거기다가 내 편리와 입장을 앞세워 못한 일들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교회 비전을 세우는 일이나, 정체성 확립, 교회사 정리 등은 언젠가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임에도 미루다가 아직도 과제로 남겨 두고 직분을 내려놓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렇듯 모자람, 부족함 투성이 속에서도 작게나마 무진교회에서 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마땅히 너무나 마땅히 해야 할 것들 중 일부일 뿐입니다. 너무 미미하고 초라하여 또한 부끄럽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특별한 은총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저의 이 부끄러운 고백이 무진 제단의 시무 장로님들과 직분을 맡으신 분들에게 썩어지는 밀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또 무진교회가 하나님의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 하나님의 역사를 증언하며 영화롭게 하는 교회가 되길 소원합니다.
이제 저는 직분을 내려놓으면서 하나님의 자녀 됨을 다시 새롭게 하며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무진교회 설립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리스도께 속한 자로서 끝없는 십자가의 길이 이어지게 될 것이지만 주님 가신 길을 묵묵히 기쁨으로 따르려고 합니다. 그 길이 비록 험한 가시밭길이요 울퉁불퉁한 돌짝밭길이라 하더라도 ’아멘!‘ 하며 걸어가려고 합니다. 이미 그리스도께 속한 자로서 그리스도의 증인된 역할을 하는데 순종하는 마음과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애쓸 것입니다. 그것만이 그리스도께 속한 자가 마땅히 할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저로 인해 섭섭하신 분, 마음 상하신 분, 상처받으신 분이 있을 것입니다. 다 저의 믿음의 수준이 낮고, 태도가 거칠며, 자세가 누추한 탓입니다. 모든 것이 제가 져야 할 짐인데 제가 스스로 제대로 짐 지지 못한 까닭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하나님과 교우님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사랑이 때로 몸에 버겁기도 했지만 진정으로 사무치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 사랑에 빚을 갚는 마음으로 이후의 신앙생활을 하는 출발점으로 삼으려 합니다.
나는 하나님을 얼마나 영화롭게 했는가?
나는 무진교회를 얼마나 영화롭게 했는가?
나는 교우들과 이웃을 얼마나 영화롭게 했는가?
나는 세상을 얼마나 영화롭게 했는가? 하는 질문을 새롭게 하면서 저 자신에게 다시 다짐해 봅니다.
나는 예수님만 바라보고 산다!
나는 예수님만 좇으며 산다!
나는 예수님을 증거하며 산다!
끝으로 광주무진교회 설립 당시에 중심에 두었던 성경 말씀을 새기면서 그간의 직분을 내려놓습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1:8)
무진교우님 여러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24.3.10
첫댓글 소통. 의사소통이 주는 크나큰 영향력을 실감합니다.
무슨 일에건 최선을 다하시는 교수님께서 열정과 함께 하셨을 직분.장로님. 수고하셨고 너무 겸손하십니다.^^
감히 무슨 말로 그간의 노고와 감사의 말씀를 드릴수있겠습니까.
흉내조차 낼수없는 성실과 깊은 신앙심이지요.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