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PVC랩으로 창업 2년 만에 500만불탑
제이앤제이
경기도 포천에 소재한 제이앤제이(대표 정기명·32)의 공장 식당 점심상에는 싱싱한 상추, 오이, 고추가 빠지지 않는다. 직원들은 상추에 양념장을 바른 뒤 돼지고기를 얹어 먹는다. 이 채소들은 인근 밭에서 회사가 재배한 것이다. 제이앤제이는 상추, 오이, 고추, 토마토 등을 길러 싱싱한 상태로 회사공장 식당에 공급한다. 정기명 제이앤제이 사장은 “직접 재배한 상추와 고추를 반찬으로 삼으면 훨씬 맛있고 종업원과 정도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
제이앤제이는 최신 생산설비를 보유한 PVC 랩 제조업체다. 고객 맞춤형 식품용 PVC랩과 기계 포장용 PVC 랩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정 사장은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모닝랩은 업계 최고의 숙련된 엔지니어들의 축적된 기술 노하우와 최신식 설비를 바탕으로 생산되어 타사의 제품과 차별화된 고품질의 랩”이라고 밝혔다.
초기부터 해외시장 겨냥… 창업 2년 만에 500만불탑
이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했다. 2013년 10월 창업한 뒤 2014년 초부터 수출을 시작했고 그해 5월 미국 FDA 기준 적합 판정을 받았다.
2015년 경기도 전자무역프론티어기업 선정, 2015년 12월 ‘500만불 수출의 탑’ 포상에 이은 국무총리 표창, 경기도 수출프론티어 기업 선정 등 숨 가쁘게 발전해왔다. 2014년도 수출액은 487만 달러, 2015년 수출은 513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상반기에는 273만 달러어치를 해외로 실어 보냈다. 주요 수출국가는 이란, 이집트, 파키스탄, 쿠웨이트 등 10여 개국이다.
창업 초기기업의 이 같은 성과 뒤엔 뛰어난 품질이 자리 잡고 있다. 정 사장은 “고급 천연 식물성 가소제 사용, 뛰어난 투명도, 강한 점착력, 탁월한 신축성, 김서림 방지, 산소 투과율로 각종 야채, 생선, 육류를 포함한 신선 식품류의 뛰어난 보존성 등의 강점을 앞세워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제품규격 적합 판정을 받은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친환경 고품질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생산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201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했다. 먼저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은 뒤 국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정 사장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지속 반영하고 개선한 결과, 경쟁사 제품보다 두껍지 않으면서도 고신축성을 유지하는 국내 전용 제품으로 개발된 ‘모닝랩’과 프리미엄 브랜드 ‘모닝랩 골드’를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은 뒤 내수시장 진출
정 사장은 “우리가 생산하는 ‘기계 포장용 PVC 랩’은 높은 산소 투과율, 뛰어난 김서림 방지기능으로 건조식품, 고기, 채소, 버섯, 해산물, 과일 등의 자동기계 포장에 적합하다”며 “대형 마트 즉석 식품 코너, 식품 제조업체 및 버섯농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이앤제이는 지속적인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기능성 랩 개발에 도전하고 있으며, 기술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이 회사의 발전에는 모기업인 호명화학의 정호열 대표(59)의 공이 컸다. 호명화학은 제이앤제이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모기업이다. 호명화학의 정호열 대표는 정기명 사장의 부친이다.
제이앤제이 옆에 자리 잡은 호명화학은 열수축 필름의 강자다. 불황에도 과감한 설비투자를 통해 공장을 확장하고 클린룸도 가동하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비율은 국내 중소기업 평균의 2배에 달한다. ‘3층 열수축필름’ 특허도 획득한 기업이다. 1991년 창업한 호명화학은 25년 동안 각종 필름제품을 생산해 왔다. 이 회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이 회사 제품을 써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다. TV와 휴대폰 등 전자제품을 살 때 표면보호용으로 씌워진 얇은 필름이나 자동차를 받을 때 씌워진 필름, 생수 팩, 과자봉지, 식품용 랩 등이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이다.
모기업인 호명화학은 25년 필름 외길
일반인은 이 제품들을 비닐포장재라고 부르지만 물성과 특징이 서로 다른 수백 종의 필름이다. 폴리에틸렌(PE) 수축필름, 고밀도폴리에틸렌(HDPE)필름, 폴리프로필렌(PP)필름, 전자보호필름, 식품포장필름(랩), 연포장필름 등이다. 포천의 세 개 공장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들 필름은 이미 주문을 받은 것들이다.
자동화된 기계설비는 가로 세로가 각각 10m 안팎, 높이는 15m에 이른다. 5층 건물 높이다. 주요 원료에 몇몇 첨가제를 섞어 필름을 만든 뒤 높이 올려 보냈다가 식으면 둘둘 만다. 거래처는 약 250곳에 이른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 대부분 망라돼 있다.
필름은 단순한 제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정호열 대표는 “생수와 음료, 캔맥주 등을 포장하는 열수축필름은 찢어져도 안 되지만 너무 두꺼우면 재료비가 많이 든다”며 “이를 얇으면서도 튼튼하게 만드는 게 바로 기술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서로 다른 성질의 원료를 바탕으로 3층 구조의 수축필름을 개발해 발명특허를 받았다. 정 대표는 “기존 제품보다 20%가량 더 얇게 만들 수 있었고 원가절감분을 거래처와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꺼운 끈 한 가닥보다 가는 끈 세 가닥을 꼬면 더 튼튼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열수축필름은 생수통 음료캔 등을 담은 뒤 열풍을 불어넣으면 오그라드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그래야 내용물이 빠져나오지 않는다.
호명화학은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기능의 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꾸준한 성장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25년간 외길을 걸으며 과감하게 첨단 설비에 투자한데 따른 것이다. 정 대표는 고향인 경남 고성에서 맨주먹으로 상경해 동대문에서 필름 유통을 하다가 제조업에 뛰어들어 호명화학을 창업했다. 그뒤 필름만을 생산했다. 번 돈은 첨단 설비 확충에 사용했다. 포천에 1공장을 세운 뒤 바이어의 주문에 성실하게 응해 사세가 커지자 10년 뒤인 2001년 2공장을 지었다. 정 대표는 “우리는 100% 주문생산을 하는데 바이어가 원하는 물성과 사이즈에 맞춰 공급하다 보니 주문이 꾸준히 늘었다”고 말했다
2013년에는 3공장을 지었다. 열수축필름은 국내 굴지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들 공장 설비 중 전자제품 포장필름 생산설비 등 핵심 설비는 클린룸에서 가동한다. 종업원은 에어샤워를 해야 들어갈 수 있다. 필름에 미세한 불순물이 붙어 있을 경우 자칫 전자제품 표면에 긁힘 현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제품에 대한 품질검사도 엄격하게 실시된다. 이 회사는 국제표준의 품질관리시스템을 갖췄고 환경관리시스템도 구축했다.
‘더불어 사는 경영’… 다세대주택에 종업원 입주 배려
둘째, 연구개발 중시다. 그는 “좋은 설비만 갖다놓는다고 양질의 필름이 생산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본사 전시실에는 수십종의 필름제품이 전시돼 있고 그 옆에는 원료 수백종이 병에 담겨 있다. HDPE PP 등이다. 정 사장은 “이들 원료만으로 제품이 생산되는 게 아니라 여기에 어떤 재료를 혼합하면 좀 더 좋은 물성이 나올지 연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3층 폴리에틸렌계 열수축필름’과 ‘방충(防蟲)열수축필름’ ‘자외선차단 수축필름’을 개발해 3건의 발명특허를 취득했다. 정 사장은 “연구개발 투자비율은 매출의 4.31%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비율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셋째, 종업원과 더불어 사는 경영이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공장 근처에 다세대주택을 지어 종업원이 가족과 입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정 사장은 “종업원용 주택이 20여채”라고 설명했다.
그의 아들인 정기명 제이앤제이 사장은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기업 계열사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초 경영수업을 받기 위해 입사했다. 정 대표는 “많은 중견·중소기업이 2세 경영 준비를 소홀히 하다가 가업 승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종종 봤다”며 “10년 이상 고되게 훈련시켜 경영에 본격 참여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2세 경영인의 덕목 1순위는 남에 대한 배려다. 생산 판매 자금 등 업무에 관한 정확한 지식과 국내외 시장동향 분석은 기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종업원, 거래처 등에 대한 배려라고 그는 강조했다.
정 대표는 고향인 고성과 본사가 있는 포천 주민을 위해 장학금을 쾌척하고 종업원을 위한 명사초청 특강과 동호회 활동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2세 경영인인 정 사장은 “과감한 첨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종업원과 상생하는 정직한 경영을 통해 호명화학을 필름업계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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