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고 억울하고 약사인 내가 한심하다.”, “약국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이건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고 설득하고 싶다”, “등돌리는 제약사들에게는 반드시 복수할테다”
우려했던 일부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 후 약국가가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끝까지 약사로서의 자존심과 직능을 지키기 위해 회원들의 힘을 모으기 위한 노력이 일선 약사들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무능한 정부와 대자본·언론에 분노…대약 분발 촉구
이번 사태에 대한 약국가의 기본적인 정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 정부와 그 정부를 굴복시킨 자본과 언론, 일부 시민단체에 대한 분노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인천 부평 L약사는 “8월부터 슈퍼판매를 허용한다니 이건 너무 일방적이다. 정부정책이 이렇게 일사천리로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은 처음봤다.”고 당황스런 심정을 밝혔다.
경기 고양 K약사는 “대기업만을 위한 MB정부와 그 대기업들의 떡고물을 받아먹기 위해 방송·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설레발 치더니 결국 의약품 시장이 붕괴됐다”고 분노했다.
또한 일단 대한약사회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 하지만 이는 앞으로의 대처가 더욱 중요한 만큼 보다 신중하고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주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지역 한 분회 임원은 “대약의 책임이 크다. 쉬쉬하며 숨기기만 하더니 결국 이뤄놓은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 됐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어찌됐든 내준만큼 얻어와야 할 것이고 특히 향후 의약품 재분류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차라리 의약분업 철폐하자 VS 위기는 기회다
이와 함께 일선 약국 현장에서는 ‘의약분업을 철폐하자’는 극단적인 입장과 ‘위기가 기회다’라는 신중론 등 격론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가 국민편의를 내세운다면 의약분업은 '왜 했냐'는 것이다.
서울 서초 K약사는 “의약분업의 취지는 국민이 불편하더라도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니었나. 이럴거면 차라리 의약분업 이전으로 돌아가서 자유롭게 조제하고 편하게 약국 운영하고 싶다. 조제료는 깎이고, 의약품도 뺏기고, 환자들 눈치봐야 하고, 약국의 존재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반면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단 이번 슈퍼판매 품목에 박카스와 까스명수 등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난매와 결제, 무상제공 등 여러 부분에서 약국 애물단지였고, 나머지 품목 또한 큰 영향은 없다는 것.
따라서 앞으로 의약외품 전환 품목을 최소화하고,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H약사는 “이번 사태가 앞으로 여타 일반약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일본처럼 90% 이상의 약이 풀린다면 그것이 문제다. 일단 감기약과 해열진통제 등이 빠졌고, 박카스 등을 빼면 큰 영향은 없다.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일단 줄 것은 주고 앞으로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등 얻을 것에 집중하는 게 오히려 중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민초약사 노력은 계속…5부제 참여의지도 강화
아울러 민초약사 회원들은 마지막까지 약사들의 입장을 적극 알리는 데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 약준모는 이미 회원행동요령을 배포하고 이번 정부 방침에 대한 반대입장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한편 대국민 설득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또 일선 약사들은 이번 정부 발표로 인해 약사회가 더욱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 고양 C약사는 “아직 많은 것이 남아있다. 우리는 5부제를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약사들은 여전히 보여줄 것이 많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것이 현재 약사사회의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