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는 여수가 거느린 317개의 섬 중 하나다. 여수항에서 뱃길로 27㎞ 거리의 사도(沙島)에 딸린 작은 섬이다. 주민이 단 두 명뿐인 이 섬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과 2월 영등일, 4월 중순께 인근 6개의 섬으로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공룡발자국과 퇴적암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아이들에게는 유용한 자연학습장이다. 여수의 여타 섬에 비해 거창하지는 않지만 고즈넉한 섬 풍광에 취해 며칠 쉬어갈 만하다.
전남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에 위치한 사도는 ‘바다 한 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본섬인 사도를 중심으로 추도, 중도(간도), 증도(시루섬), 장사도, 나끝, 연목 등 7개의 섬이 원형으로 빙 둘러 마주하고 있다. 이 중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사도와 추도뿐.
선착장을 떠난 배가 추도에 다다르자 빨강·파랑·회색 지붕과 함께 층층이 쌓아 올린 돌담장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문화재로 등록된 담장은 흙을 쓰지 않고 납작한 돌을 책처럼 쌓아 올렸다. 그 모양새가 자연스럽고 멋스러워 섬의 운치를 한결 돋보이게 해준다.
태풍에도 견딜 만큼 견고한 담장은 이영식 할아버지가 50년 전 인근 퇴적암을 모아 쌓은 것. 할아버지는 겨울에 쓸 땔감을 할머니에게 선물로 남긴 채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추도마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현재 섬 주민은 김을심(84)·장옥심(74) 할머니 단 두 명뿐. 한창 때는 12가구가 살기도 했다. 섬에는 수돗물이 없어 빗물을 받거나 샘물을 사용한다. 그 흔한 경운기나 자전거도 없다. 섬살이에 꼭 필요한 ‘생존도구’만 있을 뿐이다.
마을은 선착장에서 눈에 들어오는 10여채의 건물이 전부. 20여년 전 폐교된 낭도초등학교 추도분교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주인 잃은 빈집에는 어구(漁具)만이 한가로이 뒹군다.
추도는 여수의 여느 섬과 달리 유명 관광지는 아니다. 하지만 낭도·사도와 더불어 공룡발자국 화석과 퇴적암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룡섬’이다. 천연기념물 434호로 지정된 이곳에는 중생대 백악기(1억4400만~6500만년 전)의 퇴적암층에서 900여개의 공룡발자국이 나왔다. 84m 길이의 보행렬 흔적은 세계 최대 규모.
사도까지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도 장관이다. 해마다 이를 보기 위해 모여드는 외지인이 적지 않다. 마을 왼쪽에는 ‘용궁가는 길’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바다로 향한 길은 기암절벽 사이를 비집고 간다.
공룡발자국 화석은 섬 좌우에 널려 있다. 변산반도의 ‘채석강’을 연상케 하는 우측 기암절벽을 따라가면 공룡발자국 화석지. 켜켜이 쌓인 퇴적암층 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 그루가 그림 같다.
기암절벽 사이로 난 길을 빠져 나오면 순간 시야가 확 트인다. 그 옛날 공룡이 지나다녔을 법한 널찍한 바위 위에 발자국이 선명하다. 때마침 장옥심 할머니가 따개비를 캐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섬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는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으려면 몸 놀릴 새가 없다”며 연방 호미질이다. 할머니의 휘어진 등 너머로 사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본섬인 사도는 주변에 볼거리가 가득한 무인도를 여럿 거느렸다. 20여가구 40여명이 모여 사는 섬은 선착장에서 내리면 2개의 커다란 공룡모형에 먼저 눈길이 간다. 이곳의 공룡화석은 초식과 육식공룡을 모두 볼 수 있다. 게다가 1억년 전으로 추정되는 규화목 화석층까지 남아 있어 ‘쥐라기 공원’이 따로 없다.
사도교 건너 증도를 지나면 중도. 일명 ‘시루섬’으로 불리는 중도는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다. 바위는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어 흥미롭다. 높이 10m, 길이 15m의 거북바위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 때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꼬리부분이 사라호태풍 때 떨어져 나가 아쉽지만 영락없는 거북이 모양새다.
사람의 옆모습을 닮은 ‘얼굴바위’, 200명이 동시에 올라설 수 있는 ‘멍석바위’, 바다를 향해 꼬리를 감춘 ‘용꼬리바위’, 이순신 장군을 지칭하는 ‘장군바위’ 등이 대표적. 이 중 용꼬리바위는 그 머리가 제주도의 ‘용머리바위’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맑은 날이면 전남 고흥의 우주발사센터를 볼 수 있는 사도는 홍마늘과 돌미역이 특산물. 백사장에는 바닷물에 밀려온 해산물이 지천이다. 민박집에서 두툼하게 썰어주는 서대회도 제철을 만나 그 맛이 일품이다.
[사진설명-‘공룡섬’으로 불리는 추도는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공룡화석지를 끼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고즈넉한 섬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위에서부터 추도 퇴적암층, 추도 돌담장, 사도 양면해수욕장, 추도 공룡발자국 화석지.]
▲찾아가는 길:사도는 여수항이나 백야도에서 배를 타고 간다. 추도는 정기운항선이 없어 사도에서 고깃배를 이용해야 한다. 여수항에서 사도까지 1시간30분, 백야도에서는 30분 정도 걸린다. 태평양해운(061-662-5454)
▲주변 볼거리:진남관, 흥국사, 선소, 거문도, 백도, 돌산대교&공원, 향일암, 오동도 등
▲먹을거리&맛집:갯장어 또는 참장어로 불리는 ‘하모’는 여수의 여름철 보양식. 회로 먹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데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활어를 취급하는 모든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남경(전복, 061-686-6653), 미로횟집(자연산활어, 061-682-3772) 등
▲숙박:추도에는 민박집이 없어 사도의 모래섬한옥민박(061-666-0679), 우리동네민박(061-666-9198), 남도민박(061-666-0012), 사도식당횟집(061-666-9199) 등을 이용해야 한다. 또 23일 그랜드 오픈하는 디오션리조트(061-692-1800)를 이용해 볼 만하다. 모든 객실이 오션뷰로 꾸며져 조망이 환상적이고 ‘워터파크 파라오션’의 색다른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문의:여수시청 관광문화과 (061)690-2036, 화정면사무소 (061)690-2606
- 디오션리조트 황산염온천 오픈 -
일상에 지친 심신과 여독을 풀기에 온천만한 것도 없다. 여수시 소호동에 자리한 디오션리조트에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황산염온천을 개발, 23일부터 워터파크 오픈과 함께 일반인에 개방한다.
약알칼리성 칼슘형 황산염 온천은 지하 800m에서 용출되는 천연암반수로 일본에서 이미 그 효능을 검증받아 ‘온천치료의 장’으로 유명하다. 일명 ‘뇌졸중 치료탕’으로 알려진 온천은 동맥경화 예방은 물론 음용 시 당뇨병과 중풍치료에도 효과가 있고 여성의 경우 담즙 분비를 촉진시켜 변비나 비만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오션리조트는 43층 규모의 특1급 관광호텔을 비롯해 컨벤션센터, 콘도, 워터파크 파라오션 등의 시설이 들어서는 대규모 리조트로 23일 콘도와 워터파크를 우선 오픈한다. (061)689-0000
<추도(여수) | 글·사진 윤대헌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