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사회는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15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 소분과위원회를 통해 박카스 등 44품목의 일반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전환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약사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이날 복지부는 브리핑을 통해 일부 액상소화제(15품목), 정장제(11품목), 외용제(6품목), 자양강장드링크류(12품목) 등 44품목에 대해 이달 중으로 관련 고시 개정(안)을 마련, 행정예고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약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의 결정에 대해서는 향후 위원회에서 의견 수렴을 거쳐 논의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이날 대한약사회가 긴급 소집한 제6차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회에서는 복지부의 발표가 나오는 순간 집행위원들의 언성이 높아지며 강경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복지부가 일반의약품 44품목이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과정을 성과위주로 진행했고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다는 내용들이었다.
이에 약사회는 복지부의 의약외품 전환에 대한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앞으로의 논의에서 최소한의 품목에 대한 의약외품 전환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또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이 발표된 상황에서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약사회 관계자는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등에 대한 결정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먼저 일반약의 의약외품 전환을 기정사실화 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 처사"라며 "안전성이 확보된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떠한 의약외품 분류 결과도 수용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 약국가 "의약외품 전환 자체가 타격" = 일선 약사들도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는 품목이나 매출 등에 대한 영향도를 따지기 전에 일반약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큰 모습이다.
총 44품목 중 22품목이 생산실적이 없는 품목이지만 박카스, 까스명수 등의 품목들이 약국 밖으로 나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안양의 A약사는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막기 위해 지난 몇달간 노력을 한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 같아 허탈하다"라며 "박카스 등에 대한 의약외품 전환 자체가 약국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5부제 시행으로 국민불편 해소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한 약사들은 "힘이 빠진다", "명분이 사라졌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밤 12시까지 근무를 해야 하는 5부제 근무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의약외품 전환 소식으로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일반약 의약외품 전환과 약사법 개정 추진 등으로 5부제 근무를 통한 국민불편 해소라는 명분이 사라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B약사는 "5부제 시행을 며칠 안 남긴 상황에서 복지부의 발표를 보니까 5부제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라며 "힘을 줘도 모자랄 판에 힘이 쭉 빠진다"고 토로했다.
대한약사회 집행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커졌다.
조제료 삭감과 일반약 의약외품 전환이라는 펀치를 연이어 얻어 맞은 일선 약사들이 약사회 집행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C약사는 "집행부에서 단 한 톨의 약도 약국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의약외품 전환이라는 형식이지만 의약품이 나가게 됐다"라며 "최근 조제료도 삭감됐고 일반약도 약국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의료계 "의약 갈등 비하 바로잡을 것" = 의료계는 이번 일반약 의약외품 전환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겠다고 전했지만 향후 의약품 약국외 판매에 대해 전면에서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일반의약품이 약사법 상 안전한 약이라는 점에서 약국 밖으로 나가도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의료계로서는 이번 의약외품 전환에 대해 인정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논의 과정에서 의사와 약사 간 갈등으로 비하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잡고 싶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한의사협회의 고위 관계자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 논란부터 재분류 논의까지 의사와 약사 간의 직능간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앞으로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자제해 의약 갈등이라고 비하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