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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은 차(茶)의 고장이다. 서편제 소리꾼이 넘나들었다는 고개 ‘봇재’는 온통 초록 융단의 물결이다. 급경사의 산능선을 타고 차밭의 선들이 이리 돌고 또 저리 돌고. 그 굽이가 장단을 타고 있다.
보성 차밭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관광명소. 하지만 그 웅장한 차밭 풍경은 보고 또 봐도 식상하지 않는다. 보성 사람들도 마음의 휴식을 찾으러 가는 곳이 봇재의 차밭이라고 했다.
새벽 안개 젖은 차밭을 거닐고 율포의 녹차탕에서 몸을 풀고는 녹차밭 입구에서 녹차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면 몸 속, 마음 속의 더위가 저만치 사라진다고 한다.
봇재 아래 회천의 율포는 보성이 자랑하는 해수욕장이자 항구다. 해송이 빼곡하다. 백사장 바로 옆에 2006년 조성된 꽤 넓은 풀장이 있다. 보성군이 직접 운영하는 해수풀장이다. 지하 120m에서 뿜어 올린 암반해수로 운영된다.
염소로 소독한 민물이 아니다보니 민감한 아이들 피부에도 무리가 없다. 81m 길이의 터널 튜브형 슬라이드에, 유수풀, 파도풀까지 갖추고 있는 워터파크다. 2,0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성수기(8월 17일까지)는 대인 2만원 소인 1만5,000원, 비수기는 대인 1만4,000원 소인 1만원. (061)853-4243
해수풀장 옆에는 역시 지하 120m의 암반해수를 이용한 해수녹차탕(061-853-4566)이 있다. 역시 보성군이 직접 운영한다. 바닷물에 녹차를 풀어 목욕을 하는 곳이다. 바다 쪽으로 통유리가 나 있어 목욕을 하면서 득량만을 바라볼 수 있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바로 옆 다비치콘도도 해수녹차탕을 갖추고 있다.
보성군의 윗자락 주암호변에는 독특한 사찰인 대원사가 있다. 10리 넘는 왕벚꽃나무 터널을 지나 만나는 예쁜 사찰이다.
사찰 입구에는 생뚱맞게도 티베트 박물관이 들어섰다. 주지 스님이 티베트 일대를 순례하며 수집한 불교미술품 500여점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연꽃이 화사하게 피어난 연못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좌우 두 그루가 손을 맞잡은 사철나무를 만난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커다란 목탁이 이채롭다.
연꽃 문양의 연지문을 지나면 극락전이다. 마당에는 동자상이 꽤 많이 조각돼 있다. 빨간 모자를 쓴 이 동자상은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하고 버림받은 낙태아들이 지장보살의 품에서 새로운 환생을 준비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대원사는 낙태아의 영혼을 천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는 사찰이다.
사찰 맨 위에는 음침한 연못을 끼고 있는 수관정(睡觀亭)이 있다. ‘잠(죽음)을 보는 정자’라는 뜻의 이곳에는 빈 관이 놓여있다. 잠시나마 관에 누워 죽음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대원사의 템플스테이는 ‘죽음 명상’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