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자녀도 다자녀 혜택… 특공-車취득세 감면
정부, 3자녀→2자녀로 기준 완화
‘다자녀’의 기준이 앞으로 3자녀에서 2자녀로 바뀐다. 자녀가 둘만 있어도 아파트 분양 시 다자녀 특별공급(특공) 청약을 넣을 수 있고, 차를 구입할 때 취득세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정부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다자녀 가구 지원정책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현재 3자녀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는 각종 다자녀 혜택을 2자녀까지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2자녀 가구도 공공분양주택뿐 아니라 민영주택(민간 아파트 등)의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에 지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차량 취득세 감면 혜택도 받는다. 국립극장, 미술관 등 국립 문화시설을 이용할 때 할인도 받는다. 지금까지 ‘3자녀 이상’만 받던 혜택들이다.
정부는 특히 다자녀 가구가 어려움을 겪는 주거, 양육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올 12월까지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공공분양주택의 다자녀 특별공급 기준을 2자녀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16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이 같은 혜택을 민영주택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18세 미만 자녀가 셋 이상이면 차를 구입할 때 취득세를 면제·감면받는다. 정부는 이를 2자녀 가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2025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지방 세수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뒤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자녀 수에 따라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18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 중 자녀가 ‘둘 이상’인 비중은 2017년 60.5%에서 2022년 57.6%로 줄었다.
2자녀부터 민간 아파트도 ‘특공’ 혜택… 초등돌봄교실 신청 가능
정부, 다자녀 지원 기준 완화
아이돌봄 본인부담금 추가 할인
초중고 교육비 지원도 늘어날 듯
문화시설 할인받고 우선 입장
현재 차를 구입하면 차종에 따라 차량 가격의 4∼7% 취득세(등록세 포함)를 내야 한다. 4000만 원짜리 승용차의 경우 내야 할 세금은 280만 원이다. 단,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가 정원 7∼10명 승용차나 정원 15명 이하 승합차를 한 대 구입할 때는 이를 면제해준다. 정원이 6인 이하인 차는 취득세가 140만 원 이하면 면제하고, 그 이상이면 140만 원을 감면해준다. 16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내놓은 다자녀 혜택 확대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자녀가 2명만 있어도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용 시점은 이르면 2025년부터다.
● ‘2자녀’ 혜택 확대… 주택 구입-세금 등
16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다자녀 혜택 확대 방안 중 주거 관련 내용도 주목을 받았다. 이날 정부는 민영 주택, 즉 민간이 분양하는 아파트도 ‘다자녀 특별공급(특공)’ 지원 조건을 ‘2자녀’로 완화하는 쪽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 3월 공공분양주택에 대해서는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됐으나 민간 아파트에까지 적용하겠다고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다자녀 특공 물량은 아파트 전체 분양 물량의 10%다. 정부는 다만 자녀 수에 따라 가점에 차이를 둘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간 3자녀 이상 가구만 다자녀 특공을 넣을 수 있었는데 이제 자녀가 둘만 돼도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시설 할인 기준도 ‘2자녀’로 통일된다. 증빙 서류는 다자녀 우대카드 외에 가족관계증명서 등도 허용할 계획이다. 국립극장은 올 9월 이후 기획공연부터 가족관계증명서에 2인 이상 자녀가 표기돼 있다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영유아 동반자가 문화시설에 우선 입장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 제도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초등돌봄교실 신청 자격에 다자녀 가정도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는 맞벌이, 저소득, 한부모 가정 혹은 담임 추천 대상자가 신청할 수 있고 다자녀 가정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봄 서비스에서도 본인부담금 추가 할인 유형으로 다자녀 가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초중고교 교육비(입학금, 수익자부담경비 등) 지원 대상을 ‘2자녀’까지 확대하는 교육청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3자녀 가구의 셋째 이후’부터 교육비를 지원하는 강원도는 2025년부터 ‘2자녀 이상 첫째부터’ 지원한다. 대전시와 경남도는 ‘2자녀 이상 둘째부터’(각각 2024년, 2025년 실시) 지원할 방침이다. 관련 조례가 없는 부산시는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
● 역대 최저 출산율… ‘경제적 부담’ 등 원인
정부가 ‘2자녀’ 혜택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저출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처음으로 1.0명 이하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이란 15∼49세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저치인 0.78명까지 떨어졌다. 이 통계로만 보면 ‘2자녀’를 다자녀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저출산 현상의 원인으로는 일·육아 병행의 어려움과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 등이 꼽힌다. 고용 불안, 높은 주거 비용 등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인 점도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앞서 3월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1차 회의에서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 비용 △건강 등 저출산 정책의 5대 핵심 분야를 정했다고 발표했다.
최예나 기자, 김소영 기자, 최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