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편 ] 아이돌, 연하남, 그 녀석 #46 (完)

[히토메보레]

# 아이돌, 연하남, 그 녀석

46

“채윤아, 여기 봐봐. 까꿍! 아유, 귀여워라. 태웅아, 채윤이 좀 봐봐. 천사가 따로 없지?”

“지난 번 볼 때보다 많이 컸네. 애기라서 그런지 쑥쑥 크는 구나...”

“쑥쑥 잘 커서 다행이야. 엄마 닮아서 의젓한 지 애기가 별로 보채지도 않고.”

“완전 은아누나 판박이네. 민준이형 섭섭하겠다.”

“예쁜 아내 붕어빵인 딸인데 뭐가 섭섭하냐.”

“그래도 딸이 자기 많이 안 닮았음 섭섭할 거 같은데.”

“별 게 다 섭섭하다.”

“둘이서 채윤이 가운데 두고 뭘 그렇게 심각하게 얘기해?”

채윤이를 낳은 지 채 6개월이 좀 넘었을 뿐인데 체질 덕분인지 은아의 몸매는 채윤이를 갖기 전과 거의 흡사한 상태로 돌아왔다.

볼 때마다 쑥쑥 살이 빠지고 몸매가 잡히는 게 아마 노력을 꽤나 하는 듯싶다. 아무래도 임신 전까지는 한 몸매 한다는 소리를 듣고 지내서 그런지

아이를 낳은 흔적을 티내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것 같다. 부엌에서 음료를 꺼내온 은아가 우리 앞에 주스 잔을 내밀면서 우리의 대화에 껴든다.

“아, 아냐- 민준씨는 휴일인데도 나간거야?”

“응, 회사에 갑자기 외국 바이어랑 미팅이 잡혀서 급하게 나갔어.

그래도 저녁 시간 때는 맞춰서 온댔으니까 너네도 저녁 먹고 가야한다. 알았지?”

“안 그래도 오랜만에 네 밥 얻어먹으러 온 거야.”

“그래 배터지게 먹고 가. 정태웅 너도 한가하지 오늘은?”

“당연하죠. 오늘 누나가 초대했다고 그래서 매니저형한테 스케줄도 절.대. 못 잡게 으름장 놨어요!”

“넌 어떻게 나이를 먹어도 여전하니.”

“그거 칭찬이죠? 활기차다는-”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스스로에게 좋겠지?”

“그럼 칭찬이라고 생각할게요.”

“그래,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아참, 너네 어디 갔다오는 거야? 오늘 오랜만에 제대로 데이트 좀 했어?”

“데이트는 무슨...”

“뭐야 이은호 오랜만에 정태웅이랑 데이트한다고 한껏 들떠있었는데, 정태웅 이러한 이은호 반응은 어떻게 된 거야? 또 정태웅 팬들이 달려들었어?!”

 녀석과 결혼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뒤 녀석은 결혼보다 더 큰일을 마구 터뜨리고 다녀 나는 그 일들을 뒷수습하고 다니느라 그 동안의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2년 뒤에 반드시 결혼하겠다는 확신을 나에게서 받아간 후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에 내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그 전에 있었던 그 기사에 대한 해명까지 읊는 일을 만들어버렸다. 그로 인해 녀석은 한동안 녀석의 기획사에서는 언론에 시달리느라

모든 스케줄을 당분간 접는 일까지 발생하고 말았었다. 항간에는 녀석이 결혼 발표를 한 것은 J6를 탈퇴하는 것과 동시에 연예계 은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헛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기자회견을 한 후에 녀석은 회사 측의 뜻대로 거의 잠적하다 시피 지냈으니 그런 소문이 돌 법도 했다.

녀석의 기획사에서는 아이돌에 아직 한창 잘 나가고 앞으로 해외 활동도 계획되어있는 상황에 결혼은 안 된다며 녀석을 꾸짖었지만 녀석은 그러면

모든 걸 그만두고 그냥 결혼해버리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결국 회사에서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 리더인 녀석이 그만 둬 버리면 이후 J6는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판단 하에 녀석의 뜻대로 해주기로 한 것이다. 녀석은 자기가 현역 중에는 최초의 유부남 아이돌이 되는 게 아니냐며 좋아하긴 했지만...

나는 녀석이 기자회견을 한 이후에 내 얼굴과 함께 내가 정태웅의 여자친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밖에 며칠동안 못 나갔었다.

정태웅의 무서운 여학생 팬들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얼마 전엔 남현준과 스캔들 나더니 이번엔 자기네들의 오빠에게 찍접대는 거냐며

온갖 안 좋은 소리를 듣긴 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그렇게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에는 오히려 지내기가 편해졌다. 물론 녀석의 극성팬들에게

욕을 먹고 길가다 봉변을 당한 적도 있긴 하지만 녀석과 숨어서 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어 많이 편해졌다. 그리고 우릴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차츰 익숙해지다 보니 별로 의식하지 않고 우리끼리 마음 편히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단 사실에 좋기만 했다.

뭐... 가끔 우리가 데이트하고 있는 걸 핸드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서 올린 사진에 못난 내 얼굴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며 좋지 않은 댓글이

달리는 일도 있곤 하지만 그래도 녀석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단 사실 하나에 아무렇지 않다. 그 동안 만나면 우리가 가는 곳은 늘

인적이 드문, 자주 갔었던, 가던 곳만 갔었는데 언론에 다 공개해버리고 나서는 놀이공원도 처음으로 함께 가보고 한강둔치에도 밝은 시간에

자주 갈 수 있고 그 동안 못해봤던 것들을 하고 다니느라 꽤나 바빴다. 1년 동안 그렇게 바쁘게 지내면서도 녀석은 나름대로 또 새로운 앨범을

내겠다고 자기 일에 매진이었고, 난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를 다시 시작하였다. 각자 결혼하기 전 2년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내 말에 따라 우리는 결혼 전 자유로운 생활을 제대로 만끽하자는 목표 아래 연애도, 일도 최선을 다해왔다. 물론 최선을 다하면서도

가끔은 녀석과 말도 안 되는 일로 크게 다퉈 깨지기 직전까지 가고,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서로 등 돌리고 꽤 오랜 시간 연락을 안 한 적도

몇 번씩이나 있었다. 그런 우리를 보면서 은아가 결혼은 할 수 있겠다고 혀끝을 찰 때마다 녀석은 화를 내며 당연한 걸 물어보지 말라고 했지만 말이다.

요새는 따로 음반 활동은 안 해 덜 바쁜 듯싶더니 얼마 전 새로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을 하게 되면서 지방 촬영이다 스튜디오 촬영이다 부쩍 바빠진 녀석이다.

그래서 요즘엔 일주일에 두어 번 얼굴을 볼 뿐 제대로 데이트도 하지 못해서 많이 우울해하고 있는데 어제 연락 온 녀석이 오늘 데이트를 하자고 하여

굉장히 들떠있었다. 그래서 오전 강의만 듣고 얼른 집에 와서 오랜만에 녀석과의 데이트를 위한 준비를 하고 녀석을 만났는데... 녀석이 날 데려간 곳은...

“데이트 했어요! 제대로!”

은아의 말에 데이트를 제대로 했다며 목청을 높이는 녀석. 나는 녀석을 힘껏 째려주고는 채윤이를 품에 안고 채윤이와 놀아주었다.

“은호는 별로였나 본데? 오늘 둘이서 뭘 했는데 그래? 또 싸웠어?”

“누나는 뭐 우리가 맨날 싸우는 줄 아세요- 안 싸웠어요!”

“은호 표정은 싸운 사람 표정인데?”

“괜히 저러는 거에요, 부끄러워서-”

내가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라며 내 옆구리를 쿡- 찌르는 녀석에게 나는 다시 한 번 힘껏 째려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깨갱-이라고 입으로 소리를 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뭐야, 너네 둘- 진짜 뭐했길래 반응이 이렇게 상반 돼?”

“뭐 했는지는 정태웅 너가 대답해. 아마 은아도 기겁할거다.”

“그게 기겁할 일인가?”

“아, 답답하게 둘이서만 알아듣는 얘기하지 말고 뭘했길래 그래.”

“식장 예약하고 왔어요!”

“식장?”

식장을 예약하고 왔다며 신나게 들떠서 얘기하는 녀석을 보니 고개가 절로 흔들어진다.

“네!”

“뭐야, 너네 결혼하려면 아직 1년 남았잖아! 너네 그냥 올해 결혼하기로 한 거야?!”

“무슨 올해야, 올해는!”

올해 결혼할 거냔 은아의 말에 내가 발끈하며 아니라고 손을 휘휘 저었다.

“뭐야 그럼... 그럼 1년이나 남은 결혼식을 미리 예약하고 왔단 소리야?”

“네!”

“정태웅 너 진짜 못 말린다.”

“혹시 그 때가서 식장 없으면 어떡해요. 미리 해놔야죠. 미리미리.”

“미리도 너무 미리잖아. 1년 뒤 결혼식 예약한다니까 거기선 뭐래? 어이없어 안하디?”

“어이없어 하면서도 정태웅이 자기네 호텔에서 결혼하는 거라고 좋아하더라. 쟤 거기서 싸인까지 해주고 왔어.”

“진짜 최고다, 정태웅.”

“멋지단 소리죠? 고마워요, 은아누나.”

어깨를 으쓱하며 내 품에 있는 채윤이를 안아들고는 쇼파로 가서 앉는 녀석. 그런 녀석을 보고 나와 은아가 동시에 혀끝을 찼다.

정말 못 말리겠다. 1년이 지났는데도 변한 거 하나 없이, 아니 오히려 더 철이 없어진 녀석이다.

“그래서 결혼 날짜는 며칠로 했어?”

“안 정했어. 그건.”

“뭐야, 예약했다며-”

“그래도 예의는 차려야 한다고 결혼날짜는 우리 부모님한테 받아야 한대.

일주일치 예약해놓고 그 중에 우리 엄마아빠보러 고르시랜다.”

“뭐?! 그럼 일주일을 예약하고 왔단 말이야?”

“응. 한 달 하겠다는 거 겨우 줄여서 일주일로.”

“정태웅 저 밀어붙이는 성격 어떻게 감당하냐... 결혼하면 좀 나아지려나.”

“나아지겠지...”

나와 은아가 동시에 녀석을 보자 녀석은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신나서 채윤이를 안고 채윤이가 자길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다며

또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는 자신감을 가지고 채윤이에게 계속 목마를 태우다 결국 애를 울리고 말았다.

“아무튼 하루에 사고 하나는 쳐야 속 편하지?”

“분명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울음을 터뜨린 채윤이를 은아에게 넘기면서 분명 채윤이가 좋아했다고 말하는 녀석에게 내가 한마디 하자 녀석은 아닌가...? 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결혼하자는 말이 나온 이후 의젓하게 굴어 철이 드나 싶었는데 여전하다. 하긴 이제는 저런 모습 뺀 정태웅은 아마 내가 어색할 것 같다.

“왜?”

“그냥.”

“아, 진짜 채윤이랑 잘 놀아야 나중에 우리 아기한테도 좋은 아빠 노릇 할 수 있는데.”

“뭐?”

“아기 달래는 법부터 배워야겠어. 은아누나! 채윤이 내가 볼께요!”

녀석은 혼자 중얼중얼 거리면서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는 벌떡 일어나 은아에게 다가가 채윤이를 받아 안는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웃음 밖에 안 나오더라.

저런 마음가짐만 가지고 있으면 녀석은 분명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면서 결혼하면 딸보단 녀석을 꼭 빼닮은

아들을 낳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둘이 나란히 서 있으면 꽤나 멋진 부자로 보일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

“이거 어때. 괜찮지? 내가 보니까 너는 이거랑... 아, 이거! 이게 어울릴 거 같애.”

“야, 진짜 이건 급해도 너무 급하잖아.”

“급하긴 뭐가 급해. 얼른 골라봐. 내 뛰어난 안목에 의하면 이 두개가 분명 너한테 잘 어울릴 거야.”

“정태웅. 아직 시간 많이 남았잖아. 이렇게 급하게 다 해치울 필요 없어.”

“급하게 해치우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하나씩 준비하는 거야. 우리 미래잖아.”

“휴...”

“은호야, 얼른- 음... 난 이게 제일 나은 거 같은데. 이거 입고 나와 봐.”

“너 진짜...”

“응? 얼른- 디자이너 선생님 기다리시잖아-”

녀석의 간절한 눈빛과 옆에서 기다리시고 있는 디자이너 선생님의 눈빛에 민망해진 내가

결국 두 손 들고 눈빛이 반짝거리는 녀석을 뒤로 한 채 드레스 룸으로 들어섰다.

“정태웅씨 TV에서 볼 땐 꽤 카리스마 넘쳤는데, 실제론 애교가 많으신가봐요-”

징징대는 녀석을 보며 애교가 많다는 표현을 쓰시는 디자이너 선생님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이고는 옷을 벗고는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어이없는 식장 예약을 하고는 그 다음날 바로 우리 집을 찾아와 우리 부모님을 조르며 예식 날짜를 잡아달라고 생떼 쓰는 녀석에게

우리 엄마 아빠도 두 손 두 발을 다 드셨다. 아빠야 그런 녀석의 성격을 남자답고 시원시원하다며 좋아하셨지만, 엄마는 나와 녀석의 관계를

할 수 없이 인정은 하셨으나 아직 마음에 썩 들어 하시진 않았는데... 어제 녀석의 말에 기겁을 하셨다. 결혼식 날짜를 1년 전에 정하라니.

나 역시 황당했던지라 그런 엄마의 반응에 뭐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 우리 부모님엔 상관없이 계속 좋은 날짜로 잡아달라며

우리 부모님을 보챘고, 그런 녀석의 모습이 웃긴 건지 옆에 앉아있던 오빠는 자꾸 웃으며 녀석의 편을 들어 부모님께 얼른 날짜를 잡아줘야겠다며

부모님을 설득시켰다. 그리고 결국 엄마에게 날짜를 받아내고는 바로 호텔에 전화를 걸어 나머지 6일을 취소시키더라. 그 모습에 아빠는

시원시원한 성격이 마음에 든다며 허허 웃으셨고, 엄마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드시는 듯 녀석을 보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시더니

저녁을 먹고 가라며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그래도 엄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녀석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처음엔 녀석과

내가 사귄다는 사실 하나도 기겁을 하며 반대하셨지만, 녀석이 일부러 자주 찾아와 엄마에게 살갑게 굴고 사위 노릇하려 들고 얼굴도

지속적으로 들이미니 엄마는 그런 녀석의 총공세에 결국 누그러지셨다. 뭐... 녀석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녀석이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엄마가 녀석에게 밥을 먹고 가라는 말을 꺼내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그동안 녀석은 일주일에 세 번을

꼬박 우리 집에 출근했다. 6개월에 만에 듣게 된 우리 엄마의 말에 아마 녀석은 그날 우리 엄마를 엎고 동네를 한 바퀴 돈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우리 부모님께는 우여곡절 끝에 허락을 받았지만, 녀석의 집에서는 생각 외로 별 말씀 없이 나를 반겨주셨다. 오히려 철없는 녀석과

결혼을 결심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에 녀석이 발끈하긴 했지만, 녀석의 부모님들은 나를 꽤나 마음에 들어 하셨다.

덕분에 녀석의 부모님께 결혼 허락을 받는 건 별 어려움이 없었다. 양가 부모님의 상견례도 없이 결혼 날짜까지 정해버리고 녀석은

오늘 웨딩 사진을 찍자며 자기가 잘 아는 스튜디오가 있다며 나를 억지로 끌고 왔다. 뭐가 그리 급한지 결혼식 날짜를 정한 지 일주일 만에

웨딩 촬영을 하자는 녀석. 그런 녀석에게 이건 정말 급해도 너무 급하다며 뭐라 했지만 오늘도 역시나 녀석은 내 말은 귀에 담지도 않은 채

자기 멋대로 스튜디오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골라 피팅룸으로 날 들여보냈다. 정말... 이럴 때보면

이런 막무가내인 녀석과 어떻게 살아야 하나가 걱정이 앞선다.

“정태웅씨 안목이 꽤나 좋으신데요. 정태웅씨가 고르실 땐 이렇게까지 잘 어울리실 줄 몰랐어요. 역시 신부는 신랑이 가장 잘 아나봐요.”

“네?”

“자, 여기로 나와서 서보세요.”

“아, 네...”

내 앞에 거울이 놓여있지 않은지라 나는 커텐이 쳐져 있는 곳까지 나와서야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 선생님의 말씀대로 드레스가 정말 예쁘다.

녀석이 골라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나랑 잘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정태웅씨?”

내가 거울을 등지고 바로 자리를 잡자 커텐이 서서히 열리고 쇼파에 앉아 있는 녀석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녀석은 내 모습을 보고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날 바라본다. 일어서서 다가오지도 그렇다고 안 예쁘니 다른 걸 입으란 소리도 하지 않은 채.

“저... 정태웅씨?”

아무 말 없이 날 쳐다보는 정태웅의 반응에 디자이너 선생님이 당황한 듯 정태웅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불러보지만 녀석은 그 모습 그 상태로

한참을 그러고 있다 갑자기 벌떡 일어서 내 앞으로 다가와 난 민망하다가 깜짝 놀라 뒤로 주춤했다.

“뭐, 뭐야... 별로야? 이거 너가 골라준 건데... 뭐 별로면 다른 거 입고...”

“이은호 맞아?”

“뭐?”

“내 애인 이은호 맞냐구.”

“뭐야... 그렇게 별로야?”

“이은호.”

“답답하게 그런 표정 짓지 말고 말 좀 해.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도 돼.”

“아, 우리 결혼 그냥 당장 내일 올리면 안 되냐?”

“뭐?!”

“이렇게 예쁜데 이걸 1년 동안 기다려야 한단 말이야? 와... 진짜 이은호 정태웅 제대로 고문시킨다. 으아-”

역시나 정태웅이다. 녀석은 오버스러운 표현을 써가며 이제서 표정을 밝게 하고는 내게 당장 내일 결혼하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오버 좀 하지 마. 그럼 이걸로 한다. 됐지?”

“아, 벗지 마. 벗지 마- 그냥 이거 입고 가자.”

“뭐?!”

“진짜 잘 어울린단 말이야. 아, 마음 같아선 여기 있는 드레스 다 입혀보고 싶은데.”

벽에 쭉- 늘여져 있는 드레스들을 가리키며 다 입혀보고 싶다고 말하는 녀석의 눈빛이 당장이라도 저 드레스들을 다 꺼내와 디자이너 선생님 앞에

내밀 분위기다. 그런 녀석을 보며 적지 않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디자이너 선생님의 모습에 내가 먼저 녀석에게 하나 입는데도 꽤나 힘들었다며

고생시키지 말아달라고 녀석에게 부탁을 했다.

“흐음... 아, 다 입혀보고 싶은데...”

“됐네요. 난 이거면 돼. 그럼 나 갈아입고 나올게.”

끝끝내 벗지 말라고 소리치는 녀석을 뒤로 한 채 나는 불편하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벗고 내가 입고 온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입고는

밖으로 나왔으나 녀석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다른 드레스들을 탐내는 눈치다.

“넌 안 입어봐?”

“응, 난 예전부터 골라 논 거 있어.”

“뭐야... 나 안 보여줄거야?”

“이따 스튜디오가서 촬영하면 다 볼 텐데 뭘. 아... 그나저나 이걸 다 입혀봐야 하는데...”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인지 드레스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녀석에게 다정스레 팔짱을 끼려 내가 녀석에게 탁- 다가가자마자

녀석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크게 ‘아!’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내가 크게 놀라 뒤로 한 걸음 주춤했다.

“아, 깜짝이야...”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무슨 방법?”

“은호야, 우리 한 달에 한 번씩 웨딩사진 찍자.”

“뭐? 한 달에 한 번?”

“응!”

얘가 이번엔 또 무슨 꿍꿍이인가 싶어서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묻자 녀석은 너무나 해맑은 표정을 지으면서 결혼 전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웨딩촬영을 하자고 말한다. 너무나 터무니없는 녀석의 말에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게 하긴 힘들다고 말하며 손을 휘휘- 저었지만

녀석은 이미 마음을 먹은 듯 내 반대 의견은 귀에 담지도 않는다.

“정태웅 너 정말 이렇게 매번 네 맘대로 할 거야?!”

“난 이은호 드레스 종류별로 다 입혀보고 싶은데 어떡해, 그럼.”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잖아. 그냥 상황에 맞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할 수 있는데 왜 포기를 해?”

“너가 지금 말이 되는 걸 할 수 있다고 하는 거야? 한 달에 한 번씩 웨딩촬영을 어떻게 해. 그리고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나 돈 많아!”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처음엔 옆에 계신 디자이너 선생님과 직원 분들 때문에 눈치껏 녀석에게 목소리에 힘주어 말을 했지만, 점점 막무가내로 나오는 녀석 때문에

결국 목소리가 커져버렸다. 하지만 녀석은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이후 결혼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너무나 급하게, 너무나 많은 것을 밀어붙이는 터라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녀석의 행동에 점점 지친다. 결혼이라는 건 세상에 단 한 번뿐이고, 이것저것 최고로 다 하고 싶겠지만 그런 걸 떠나서

그냥 우리 둘이 함께 할 준비를 한다는 것으로 행복하면 나는 그게 최고라 생각하는데... 녀석은 남들 눈에 최고로 보이고 싶은 듯 너무 욕심을 부린다.

난 남들 눈보다는 그저 우리가 행복한 거면 아무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그러니까 그냥 하자고. 한 달에 한 번! 그래봤자 12번이다!”

“12번 그래봤자야?! 정태웅 생떼 좀 쓰지 마. 응?”

“누가 생떼 쓴다고 그래. 이은호한테 예쁜 드레스 많이많이 입혀보고 싶은 게 잘못된 거야? 어?

신랑이 자기 신부를 최고로 만들어 주고 싶은 게 이상한 거냐고. 응? 선생님, 그런 거에요? 네?”

“하하... 그거야... 당연... 하지만서도...”

“거봐! 당연한 거라잖아!”

갑작스런 정태웅의 질문에 많이 당황하신 듯 디자이너 선생님이 말을 얼버무렸지만 녀석은 자기가 좋은 것만 듣고는 당연한 거라며

오히려 내게 역성이다. 정말 이렇게 밀어붙일 때 녀석의 모습은 통제 불가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정태웅, 억지 좀 그만 부려. 응?!”

“이은호 너나 고집 좀 피우지 마! 내가 그냥 하자는 대로 하면 좀 안 돼?

내가 뭐 하자고 할 때마다 이렇게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나올꺼야?”

“내가 언제 무조건 반대만 했어? 너가 정도 이상의 일을 하니까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정도 이상으로 한 일이 뭔데?! 어?!”

“휴... 그만 하자. 그만 해. 정말 지겹다. 너 그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거.”

“뭐? 지겨워? 막무가내?”

“그래! 지겨워! 너 맨날 니 멋대로 하려는 그 성격 지겹다고!”

“나도 이은호 그 고집피우는 성격에 맨날 지치거든! 뭐 너라고 안 그러는 줄 알아?!”

“그래, 됐다, 됐어! 그러니까 그만 하자고! 결혼이고 뭐고 다 그만 둬!”

“뭐?! 결혼 그만둬?! 이은호 너 말 다했어?”

“그래, 말 다 했어. 내 맘대로 하나도 못하는 결혼 내가 뭣하러 해.

결혼 전부터 너가 매번 이런 식인데 결혼 후에는 얼마나 또 네 멋대로 하겠어. 눈에 빤히 보이는데 내가 어떻게 이 결혼을 해?!”

“이은호!!!”

결혼 하지 말자는 말은 진심은 아니었으나 열이 올라 있는 나는 결국 내가 내 뱉은 말을 주워 담지 못하고 녀석에게 싫은 소리만 퍼부었다.

녀석은 내 말에 정말 화가 난 듯 웨딩샵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고 나는 그런 녀석을 힘껏 째리기만 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상태로 한참을 서로 바라보다 결국 녀석이 먼저 자리를 뜨고 말았다.

“휴... 죄송합니다... 소란을 피워서...”

녀석이 웨딩샵을 나가고 난 뒤 나는 기운이 빠져 그대로 쇼파에 주저앉을 뻔 했으나 갑자기 느껴지는 나를 향한 시선에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깨닫고 굉장히 민망해져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아, 아니에요. 원래 결혼 전에 가장 많이들 싸워요.”

“죄송한데... 오늘 일 소문 안 나게 잘 좀...”

결혼까지 할 사이라고 밝혀는 졌으나 녀석과 웨딩 촬영 하러 와 대판 싸우기만 했다는 기사가 나는 건 보고 싶지 않아

내가 디자이너 선생님을 보며 부탁조로 말을 하자 선생님은 웃으며 잘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요. 뭐 흔한 일이에요. 예비부부들 결혼 준비하러 와서 싸우는 일이요.”

“흔해요?”

“아무래도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오다 한 인생으로 합쳐야 해서 그런지

다정했던 커플도 결혼 준비할 땐 꽤 많이 싸우더라구요. 사소한 것 가지고도요.”

“아...”

“아까 보니까 정태웅씨 예비 신부님께 정말 많은 것들 해드리고 싶어 하는 눈치던데... 그냥 받아주시지 그러셨어요.”

“아...”

“다 신부님 최고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 그런 건데-”

“그래도 매번 이렇게 터무니없는 일을 밀어붙이니까 받아주기가 좀 힘들어요.”

“정태웅씨 TV에 나올 땐 남자답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만 보이더니, 실제론 굉장히 다정다감하시네요. 멋지세요.”

“아... 감사합니다.”

갑자기 정태웅 칭찬을 늘어놓는 선생님 때문에 민망해진 나는 얼른 자리를 떠야겠다 싶어서 일어나며 죄송하다고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를 한 후

웨딩 촬영을 다른 날로 미루고는 웨딩샵에서 나와 녀석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휴... 그래도 결혼 하지 말자는 말한 건 나니까 내 잘못이 크긴 한데...

왠지 여기서 녀석에게 먼저 연락을 하면 평생을 내가 잡혀 살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괜히 자존심을 부리게 된다. 웨딩 샵 근처서 고민을 하며

한참을 서성이던 나는 결국 마음을 결정짓고 집으로 곧장 향하였다. 우선 집에 가서 고민해보자는 심보로 말이다.

“웨딩 촬영은 잘 했어? 태웅이 바쁘지 않으면 집에서 밥 먹고 가라고 하지 그랬어.”

“뭐야... 오빠는 알고 있었어? 오늘 정태웅이 집까지 데리러 온 이유?”

집에 오는 내내 녀석은 내 핸드폰은 절대 울리지 않았고, 나 역시 녀석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도 않았다. 아침에 나갈 때는 분명 기분 좋게 나갔었는데... 하는

씁쓸함을 가지고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웬일로 집에 일찍 온 오빠가 쇼파에 앉아 TV를 보며 내게 말을 건넨다. 마치 다 안 다는 듯한 저 말투는 뭐야-

“너 모르고 간 거야? 녀석 꽤나 들떠서 한 일주일 전부터 나한테 자랑하던데.

드레스 사진들 보여주면서 너한테 어울릴 만한 거 고르면서-”

“들떠서?”

“응, 엄청 들떴던데? 자기가 능력만 되면 너한테 그 드레스들 다 사주고 싶다고 그러면서.”

“능력도 안 되면서 말은.”

“능력이 안 되니까 말이라도 그렇게 하는 거지. 자기 여자한테 다들 최고로 해주고 싶어 해. 자기가 능력이 안 되서 그런 거지.”

“꼭 남들 눈에 최고여야 하나. 그냥 본인이 최고의 기분이 들면 됐지.”

“뭐야, 너네 싸웠어? 그래서 촬영 못해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아, 몰라 몰라.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나 머리 아파서 좀 쉴게.”

금세 추궁할 것 같은 낌새를 보이는 오빠를 뒤로 한 채 나는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곧바로 쓰러졌다. 정말 머리가 아파오는 거 같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마음만 들다보니 잠이 쏟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든 것인지 눈을 떠보니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피곤했었나...”

정신을 차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내 손에 꼭 쥐어진 핸드폰. 혹시나 녀석에게 연락이 왔을까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부재중 통화 30건. 문자 10통... 확인을 해보니 전부 녀석이다. 난 녀석이 이렇게 핸드폰 뜨겁게 달구도록 전화하는 동안

벨소리 듣지도 못하고 뭐한 건지 혼자 자책하며 문자를 확인했다.

「전화 안 받을래?」

「한 번만 내 전화 안 받으면 진짜로 결혼 다 취소시켜 버린다!」

「딱 한 번이야. 진짜 전화 안 받으면 정말 결혼 취소야!」

「한 번만 더 기회 줄게.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니까 전화 받어!」

「정말 마지막 한 번만이야. 이번엔 전화 안 받으면 나 당장 호텔 가서 취소한다!」

「설마... 무슨 일 생긴 거야? 응?」

「이은호, 내가 잘못했으니까 전화 받기만 이라도 해.」

「은호야... 내가 잘못했다니까.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전화 좀 받아.」

「아까 한 말 다 홧김이야. 잘못했어. 그러니까 사람 속 그만 태우고 연락 좀 해.」

「너 연락 올 때까지 니네 집 앞에서 기다릴 거야.」

나는 마지막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자느라 엉망이 된 내 모습을 정리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바로 일어나 현관을 나섰다. 내일 아침 일찍

스케줄이 있다던 녀석이 설마 여태까지 기다릴까 싶으면서도 밀어붙이는 녀석 성격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나는 1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도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으로 뛰어내려 주차장으로 나갔다. 주변을 휘휘 돌아보는데 녀석의 차가 보이지 않는다.

역시... 내가 안 나오니까 그냥 돌아간 걸까 싶어서 핸드폰을 다시 열어 문자 시간을 확인해보니 마지막 문자가 온 지 벌써 2시간 가까이 지났다.

녀석이 돌아갔을 만 하다. 그래도 전화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 자리에 서서 통화버튼을 바로 누르고 귓가에 핸드폰을 가져다 댔는데,

뒤에서 벨소리가 들린다.

“어?”

“이은호 사람 애태우는 거 진짜 제대로 한다.”

“뭐야... 돌아간 거 아니였어?”

“내가 너 연락 올 때까지 기다릴 거라고 했잖아.”

“난 너 차 안 보여서...”

“차 윤재가 부모님 갑자기 아프시다고 해서 빌려줘서 택시타고 왔어.”

“아...”

“이은호 진짜 못 됐다. 진짜 기다릴 내 성격 뻔히 알면서 2시간 딱 채우고 나오냐.”

“아니, 그게 아니라...”

2시간 내내 그 자리에 앉아 나를 기다린 것인지 많이 피곤해 보이는 녀석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게 아니라며 얘기를 하려하는데

왜 갑자기 울컥하는지 모르겠다. 녀석에게 미안해서 그런 건지 녀석이 나 때문에 속앓이 했을 게 속상해서 그런 건지...

“야, 왜 울어. 내가 잘못했다니까. 응? 이제 내 멋대로 안 그럴게.”

“흑... 흐흡...”

“아씨... 아, 정말... 은호야, 내가 잘못했어. 울지 마.

아, 왜 우는데. 그게 그렇게 싫었어? 응? 그럼 하지 말자. 안 하면 되지 울긴 왜 울어.”

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자 녀석은 놀랐는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내 앞에 서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게 아니라고 내가 미안해서 그런 거라고

말을 하려 하는데 목이 메어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흐느끼기만 하자 녀석은 더욱 당황하여 고민하는 듯싶더니 망설이다 결국 나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는다.

“이은호 말 안 듣고 속 썩여서 미안해. 난 그냥 너한테는 모든 다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건데 너무 욕심 부려서 미안해.

나 원래 욕심 많고 고집 세잖아. 며칠 동안 온 드레스 다 뒤져보면서 너한테 가장 잘 어울릴 만한 거 미리 골라놓으려고 했는데

오늘 너 드레스 입은 모습 보니까 정말 다 입혀보고 싶더라. 최고의 신부 되게 하고 싶었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고집 피웠어 미안해...”

“흑... 흐흡... 끄...읍...”

“은호야, 미안하다니까... 나 앞으로 너 싫다는 데 고집 피우지 않고 욕심도 버리는 방법 배울게. 그러니까 결혼하지 말자는 말은 하지 마...

나 아까 너한테 그 말 듣는 순간 머리 속이 텅 비어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 말은 취소해줘. 나 변할께. 내가 잘 할게.

그러니까 은호야 울지말고... 응?”

“흐흐... 흐읍... 미안해... 태웅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녀석의 모습에 결국 눈물이 더 나온 나는 녀석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잠긴 목에서 한 마디 한 마디 천천히

녀석에게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쓸데없는 일로 너 이렇게 신경 곤두서게 만들고 우리 싸워서 기분 상하게 만들어 미안하다고.

네 마음 알면서도 이해해주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괜찮아.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서로 미안하면 솔직하게 사과하고 오해 풀고

그러면서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그렇게 살자. 그러면 나 우리 이렇게 가끔 다투고 싸워도 이겨낼 수 있어.”

“미안해, 태웅아... 미안해...”

“우리 둘 다 잘못한 일이잖아. 그러니까 이제 미안하다는 사과는 그만하자. 그리고 서로 용서해주자.

나도 잘못했고 너한테 사과하니까 받아 줄꺼지?”

“흐흡... 응?”

“그만 울라니까. 눈 팅팅 부으면 못난이 되면서. 나 용서 안 해줄거야?”

“용서해, 용서해.”

“그래 나도 이은호가 아까 결혼 다 취소라는 말 했던 거 용서할게.

몹시 미운 짓했지만 그래도 지금 이은호 너무 예쁘고, 내가 이은호가 너무 좋으니까 그냥 다 용서할게. 나 멋지지?”

“흡... 뭐?”

내가 눈물을 닦아내며 내 앞에서 자신이 멋지지 않냐고 어깨를 들썩이는 녀석을 보며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리자 녀석은 울다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며

엉덩이에 뿔난 신부는 싫다고 나를 놀려대기 시작한다. 그러자 내가 녀석을 한 대 때릴 기세로 녀석에게 달려들자 녀석이 내 손목을 잡더니 자신의 입술을

내 입술에 가져다 댄다. 나는 놀라서 떨어지려고 했으나 내 허리를 꾹 안는 녀석의 행동에 더 물러서지 못하고 녀석이 하는 그대로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부드럽게 내 입으로 들어오는 녀석의 혀에 기분이 좋아진 내가 녀석의 입술을 살짝 깨무는 장난을 하자 녀석은 아프다고 엄살을 피우려는 듯

눈을 떠 나를 살짝 째려본다. 나는 그런 녀석의 눈에 손을 뻗어 도로 감기고는 그 손으로 녀석의 목에 팔을 둘러 녀석의 입맞춤을 진하게 받아들였다.

이렇게 한바탕 싸운 후에 찾아오는 달콤함은 어느 때보다도 더욱 기분 좋게만 느껴진다.

녀석과 결혼을 하기로 한 날까지는 1년이 남았다. 1년이란 시간동안 녀석과 마지막 연애를 하면서 오늘처럼 결혼준비로 말도 안 되는 싸움을

몇 번이나 할 수도 있고 어쩌면 그러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변해 헤어지는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지난 3년 동안 녀석과 연애하면서 그래왔고

그럴 때마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든 그 힘든 일들을 다 극복해왔고 여전히 연인이라는 관계를 유지하며

예비부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어떤 상황에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녀석과의 결혼 생활도

꽤나 시끄럽고 힘들지 모르겠지만 분명 녀석과 함께 라서 행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녀석을 우연히 만나 영화처럼 재회하고

드라마처럼 만나고 여느 다른 커플처럼 연인이 되고 이렇게 결혼을 앞두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뒤돌아 다시 보면 다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싸운 일도 후에는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녀석과 1년 동안의 연애와 평생 동안의 결혼도 후에는 모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길 기대하며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먹고 사는

아이돌인 녀석과 내가 다른 사람의 눈에 단순히 흥밋거리인 연인이 아닌 정말 예쁜 연인의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란다.

“이은호 사랑해.”

“나도 정태웅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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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결이 났습니다~!!  완결 편은 스페셜하게 좀 길게 썼어요~ 잘했죠??^^

아, 이 시원 섭섭한 느낌은 뭘까요. 끝내고 싶지 않아서 완결편을 완성시키고도 올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고 여러번 수정도 거쳤지만

여전히 올리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끝낸다는 느낌이 싫어서 말이죠. 결국 은호와 태웅이는 해피엔딩을 맞는 것 같죠?

역시 사랑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아, 아직까지 다음 소설에 대한 결정을 못 내렸어요. 예전엔 여기서 몇 편 연재했던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을 다시 끄적이고 싶단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정말로 아이돌, 연하남, 그 녀석 시즌2에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에 무척이나 고민 중입니다. 혹시라도 시즌2를 안 하게 된다 하더라도 번외 편으로

두 사람의 결혼 이야기는 살짝 다룰테니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아주세요~

이후에 쓸 소설을 결정하는 건 다음이 번외로 올라오느냐, 시즌2로 올라오느냐로 아실 수 있게 될 것 같네요~

아, 아무튼 아이돌, 연하남, 그 녀석 을 그동안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그동안 힘이 되어준 댓글을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정말 감사하는 마음 갖습니다.

한 분 한 분 다 기억하고 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제가 들고 올 소설이 어떤 소설이 되든 지금과 같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려도 될까요~~??^^;;

결정은 빠른 시일 내로 해서 조만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드렸구요. 앞으로 찾아뵐 소설에서는 조금 더 발전된 히토메보레가 될께요^^

그동안 정말 진심으로 최고로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요~~~

[준수마눌이삼]

우와~~~~~~~꺅~~ 넘 마지막까지 잼써요^^*

[나에겐사랑이야♡]

우선번외부터써주세요~~~~~~~~호홋 너무 기여워요!!

[똥먹는中]

와- 너무 재밌게 잘봤어요^^ 시즌2 좋아요 기대할께요

[김양이]

시즌2올려주세요 !정말재미있었어요 !ㅋㅋㅋㅋㅋㅋ정말 항상봤어요 !ㅋㅋㅋ

[일마레~]

정말 잼있었는데~ 살짝 아쉽네요~

[구짓말]

흐아ㅠㅠㅠ벌써 완결이라니 아쉬워요ㅠㅠㅠㅠㅠ시즌2기대기대중 ㅋㅋㅋㅋ

[감나무 낌씨]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시즌 2 !!! 기대할께요^^

[꼴통머리소녀]

마지막까지 알콩달콩 ㅋㅋㅋ 시즌2를 강력 추천합니다 !!

[졸라멋쪄훀]

ㅋㅋㅋ 정말 재미 있게 봤어요 완결 내신거 정말 축하드려요 시즌 2 랑 번외편 둘다 좋아요 번외편 보다 약간 시즌 2를 더 원하기는 하지만..ㅋㅋㅋ

[두시삼분]

♡

[아르노]

제가 최근 본 소설중에서 결말이 제일 깔끔하고 좋은거같아요 여운도 남고 번외보다 시즌2를 기대하며 수험생은 이만 물러날께요^_T

[토순리]

ㅠ.ㅠ너무좋아용 태웅이짱 나두저런남편촘..ㅎㅎ

[d웃기시넹]

ㅠ.ㅠ후우 완결이나버렷네용 ㅠ 지금까지 진짜 잘봣슴니댜지금 댓글아서넘죄송하구용^*^마직막 음...번외편기다리겟슴댜

[Trust0]

아 태웅이 완전 귀여워요- 작가님 그동안 연재하시느라 수고많으셨어요! 번외기다릴께요~

[harusong]

우앗 끝났군요.. 해피하게 끝나서 좋아요 ^^

[안뇽깜띡이]

윽.. 완결이네요ㅠㅠ 너무 아쉬워요ㅠㅠ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시즌2 원츄!! 좀더 다정한 둘의모습기대해요><

[순정★단아]

재미잇어요.. 제발 시즌2나왓으면 좋겟어요...

[성제마리아]

시즌2나왓으면좋겟어요!!!!!!!!!!>.<아막입에웃음이떠나질안아요~ 알콩달콩너무좋아요! 시즌2,번외화잇팅!!!!꼭보구시퍼여>.,

[올리비아핫세♡]

마져요~~! 시즌2기대

[베베★]

시즌2보고싶어요!!!ㅜㅜ

[신이리]

와 완결이 났네요 아쉽기도하고 좋기도 한데 또 마냥 좋지만은 않은 시원섭섭한 느낌! 지금까지 태웅이랑 은호랑 지지고 볶고 하는 거 보다가 이렇게 또 달달한 완결맞으니까 제가 다 즐겁네요 작가님 그동안 연재하시느라 수고 많으셨구요 음 태웅이랑 은호랑 결혼생활도 너무너무 보고싶네요 전 번외든 시즌2든 다 좋아요 하하 암튼 진짜로 너무 수고하셨구요 번외가 될지 시즌2가 될진 모르겠지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시한번 정말로 수고많으셨어요♡

[손님입니다]

와 나두 맨날 하루하루 기다리면서 언제올라올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게 마지막이라니 좀 아쉽네요 번외편나와도 좋구 시즌2나오면 더좋구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하하하

[아리거얄]

제발시즌2222222

[피키랑영이랑]

진짜재미잇어요!! 역시 태웅이랑은호가짱짱이에요!!>^< 그동안 잼있는소설써주셔서감사했습니다!!! 시즌2또는 연재하던소설등 전 아무거나 기다리며, 그치만 살짝 시즌2가끌리지만!! 작가님이 글쓰면 그것도 꼭꼭 챙겨볼께요!!>.< 헤헷 저도기억해주세요!!!♥ 그럼다음작품에서도 우리같이만나요!!~

[돌똘이]

시즌2도 써주세용!!!!!

[s너만사랑해s]

진짜 재밌어요!!!!! 태웅이랑 은호!!! 짱!!!! 그동안 재밌는 소설 쓰느라...가끔 슬럼프도 있었지만^^ 극복하면서 저희들에게 재밌는 글을 보여 주신 작가님!! 완전 사랑해요!!!!!!ㅋㅋ -아이돌, 연하남, 그녀석- 진짜 제 기억 속에 남을 거예요!!!^^ㅋ♡

[Daylight★]

평소에 보고 싶었는데 언제볼까.. 하다가 완결! 글자 하나 보고 얼른 검색해서 1편부터 쭈~~욱 봤습니다! ㅋㅋ정말 은호랑 태웅이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부럽네요. 유쾌한 글이예요! 시즌2 라면 더좋겠지만~~ 어쨌든 은호와 태웅이의 결혼이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코코min]

완결나서 아쉬워요~~~ 다음내용 궁금!! ㅋㅋㅋ 시즌2 원츄~~

[story가 조아]

결혼식까지 써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작가님께서 알아서 써 주셨네요~ㅎㅎ 그럼 담편 기대할께요!! 되도록이면 시즌 2 였으면 좋겠네요ㅋㅋ

[치즈맛사탕]

우와 드디어 완결이네요 !!!!!!!!!!!!! 꺄악 어뜩해 ㅠㅠㅠㅠ 너무 아쉬워요 진짜 최고최고♡

[_keith_]

시즌2 아니더라도 번외 기다리고 있을께여~^^수고하셨어여..^^

[퓰퓰]

:)너무 잘봤어요!!!!!!!!!!!!!!!!왠지 너무아쉽네요 ㅠㅠ 이다음에 어떻게될지 너무 궁금해요!!수고하셨습니다:)

[혜미늬]

수고하셧어요~ 재미있게 너무 잘봤어요~ 아쉽고~ 담작품 기대할게요~ ^^ 건필하세요~

[Moonㅋㅋ]

두사람의 결혼이야기가 너무 보고 싶고 또 시즌2도 보고 싶어요~아!!어뜩해~꺄악

[달콤한초콜릿a]

으앗, 드디어 완결이군요 너무 아쉬워요 ㅠㅠ 완결 축하드려욤~ 채윤이 나왔을때 제 조카이름이 채윤이라 깜짝,, ㅎㅎ 새소설도 기대할께요~

[ハオサマ]

정말 재밋게 잘 봤어요~~ㅎㅎ 완결이라서 너무 아쉬워요ㅜㅜ 완결 축하드리고 시즌 2 진짜진짜 기대할께요!!!ㅎㅎㅎ

[Smile_Again]

너무아쉬워요ㅠㅠ 하지만 그래도 잘됐으니 다행이에요 ㅋㅋㅋㅋㅋ태웅이 완전좋아

[키다리아가]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