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귀가 먹먹? … 청력 65세부터 급격히 나빠져요
소리를 듣는 것은 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귀는 눈만큼 소중하다는 얘기다. 귀는 사람이 죽을 때 가장 늦게 기능을 상실하는 감각기관으로, 청각은 죽기 직전까지도 살아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환자가 비록 정신이 없거나 임종을 앞두고 있어도 계속 말을 걸어주는 게 좋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귀는 오감 중 가장 손상되기 쉽다. 시력은 40대 이후 기능이 퇴화해 노안이 오지만, 청력은 본인이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30대에도 노화가 찾아온다. 소음에 자주 노출되면 10·20대에도 돌발성 난청이 생길 수 있다. 눈과 귀 질환은 중증질환과 같이 당장 생명을 앗아가는 질환이 아니어서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수명이 늘어날수록 시력과 청력은 삶의 질을 위해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청력 감퇴, 즉 노화성 난청은 주로 40·50대부터 본격화돼 65세 이후 빠르게 진행된다.
일본 특임교수의 도움을 받아 '노화성 난청'의 분석기사를 싣고 "평소 대화에서 특별히 지장이 없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이 끼어들어 대화를 나누는 회의나 회식에서 듣기 곤란함을 느낀다면 고령성 난청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면서 "난청은 '들림 저하'에만 그치지 않고 치매나 우울증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성인 639명을 12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경도 난청인이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두 배나 높았고, 중도와 고도 난청인은 치매 위험이 각각 3배, 5배 더 높았다.
노화성 난청은 왜 생기고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귀는 소리를 모아 고막까지 전달하는 외이(外耳), 소리를 증폭시키면서 안쪽으로 전달하는 중이(中耳), 소리의 진동을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내이(內耳) 등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어딘가에 장애가 생기면 들리는 데 문제가 생긴다. 외이나 중이에 생긴 청력장애를 '전음난청(傳音難聽)', 그리고 내이와 와우신경, 뇌의 문제에 의한 것을 '감음난청(感音難聽)', 그리고 이들 두 가지에 의한 '혼합성 난청(混合性 難聽)'이 있다.
노화에 의한 청력 저하는 와우(달팽이관) 속에 있는 '유모세포(有毛細胞)'의 감퇴로 발생한다. 유모세포는 표면에 작은 돌기 구조인 청모(聽毛·부동섬모)를 갖고 있는데, 외부의 소리 진동에 따라 움직인다. 유모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해 주변 신경세포를 활성화시켜 뇌로 신호가 전달되도록 한다.
노화성 난청은 대부분 감음난청이다. 소리가 뼈를 진동시켜 뼈 속에 내장돼 있는 내이가 감지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감음난청이다. 노화성 난청은 귀의 노화 감퇴가 외이와 내이에 생겨 공기 진동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얘기다.
교수는 "유모세포는 소리를 감지하는 세포로 소리를 받고 진동하는 작용을 한다. 이 유모세포나 거기에 나 있는 청모는 너무 심한 진동이나 일상적인 큰 흔들림을 반복하는 동안 서서히 빠져나간다. 일상의 소리에 수십 년 동안 노출돼 유모세포가 손상을 입으면, 젊었을 때는 빽빽했지만 서서히 소실돼 소리의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없는 상태(음향성 난청)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젊은 사람도 큰 소리에 노출되면 유모세포나 청모가 탈락해 난청이 발병한다"며 "보다 중요한 것은 빠진 유모세포가 포유류에서는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잃어버린 청력 재생은 어려워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항 주변의 비행기 이착륙음, 굉음 라이브 공간, 시끄러운 곳에서 이어폰 소리를 높여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유모세포나 청모 손상이 되기 쉬운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노화성 난청은 고막에 외부 소리가 강하게 닿기 쉬운 귀 구조를 가진 사람들도 잘 생긴다. 또 암이나 당뇨병처럼 유전적으로 난청의 발병률이 높은 경우도 있다.
연령별로 노화성 난청의 증상을 보면 50·60대의 경우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회의나 회식 때 옆 사람은 발언자의 말을 잘 알아듣지만, 자신은 알아듣기 어렵거나 잘못 알아듣는다. 찻집이나 레스토랑 등 주위에서 와글와글 말소리가 들리는 환경에서 말벗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그 악곡이 이전과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70대 이후는 가족에게 TV나 라디오 음량이나 말소리가 크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뒤에서 불러도 모르고 도어벨 소리가 잘 안 들릴 수도 있다.
청력 하락은 간혹 귀 안쪽에 쌓인 귀지가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귀에는 자정작용이 있어 보통 귀지를 바깥으로 밀어내주지만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딱딱해지고 변형되거나 피부 기능이 저하돼 귀지가 배출되기 어렵게 된다.
귓속에서 굳어진 귀지를 제거하면 "잘 들린다"는 사람도 있지만, 귀 청소가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청소 목적으로 귀에 무언가를 쑤셔 넣었는데, 오히려 귀지가 안쪽으로 밀려들어가 귓속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청력에 이상 징후가 보이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게 가장 현명하다. 난청중점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귀이개와 면봉으로 귀지를 팔 때 잘못하면 귀지가 고막근처로 밀려 들어가거나 고막 파열의 위험이 있다"며 "이비인후과에서는 귀지를 빨아들이는 석션을 이용해 귀지를 제거하는데 이는 고막을 손상하지 않고 안전하게 귀지를 제거한다"고 말했다.
청력기능 하락은 나이가 들면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 번 잃어버린 청력은 회복이 어렵고,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 주변과 의사 소통이 힘들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NILS)에서 40~80대 남녀 2194명을 대상으로 '노인성 난청'을 역학조사한 결과, 40~44세는 남성 4.4%, 여성 0.7%에 불과하지만 65세를 전후로 난청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해 70~74세 남성은 약 50%, 여성은 약 40%, 75~79세는 남녀 모두 약 7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청력이 떨어지는 비율이 높다.
청력검사는 청력도(audiogram)가 중요한데, 데시벨(㏈)과 헤르츠(㎐)로 구성돼 있다. 데시벨은 소리의 크기, 헤르츠는 소리의 높낮이를 말하며 청력도는 X축에 소리의 높낮이(㎐)와 관련해 주파수(125~8000㎐)를, Y축은 소리의 크기(㏈)와 관련된 청력수준(0~120㏈)을 표시한다. X축은 저음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고음으로, Y축은 큰소리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작은 소리를 뜻한다.
㏈은 음량의 상대적인 크기를, 1㎐는 물결처럼 1초 동안 1회 음파(공기 진동)를 말한다. 1초 동안 300회 공기 진동이 있다면 300㎐라고 한다. 진동수는 주파수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천둥음은 20~40㎐, 피아노의 가장 높은 음은 약 4100㎐다. 사람의 기본적인 대화 음높이는 100~300㎐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 범위는 20~2만㎐지만 청력검사는 다른 사람과 일상대화가 가능한 250~8000㎐ 범위로 한정한다. 청력도 검사 결과, 고주파수의 청력 손실이 있으면 어음이 비슷한 'ㅊ, ㅈ, ㅅ, ㅆ, ㅉ' 또는 'ㅌ, ㅋ, ㅅ, ㅎ, ㅍ' 등의 구분이 어려워진다.
이는 노화성 난청 및 소음성 난청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을 기준으로 청력도를 해석하면 △정상 청력(0~20㏈, 속삭임까지 알아들음) △경도 난청(21~40㏈, 시끄럽거나 여러 사람과 대화 시 소통 어려움) △중도 난청(41~55㏈, 먼 거리 대화 안 되고 고주파 어음 못 알아들음, 보청기 착용 효과 좋음) △중고도 난청(56~70㏈, 자음 식별 어렵고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 불가능, 보청기 착용 꼭 필요하고 효과 매우 큼) △고도 난청(71~90㏈, 어음 이해 불가능하고 매우 큰 소리에만 반응, 보청기 착용 효과 다소 떨어짐) △심도 난청(91㏈ 이상, 보청기 착용해도 입 모양 없이는 대화 어려움) 등으로 구분한다.
보청기를 사용해도 도움을 받기 어려운 난청 환자들은 인공와우 이식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인공와우 이식은 고도 이상의 감각신경 난청환자에게 와우이식기를 환자의 내이(달팽이관)에 이식하는 수술로, 전극자극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소리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난청은 방치하면 계속 나빠지기 때문에 조기에 난청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함께 치료가 꼭 필요하다. 노화성 난청의 진행을 늦추려면 소음에 의한 청력 손상이 되지 않도록 이어폰을 자주 사용하거나 큰 소리에 장시간 노출돼선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할 때 소리 크기를 85㏈ 정도로 유지하고 최대 110㏈을 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할 때 최대 출력의 60% 볼륨으로 하루 1시간 이하로 듣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