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암리 민속마을로 출발
그동안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니, 엄마는 한 가지 느끼는 것이 있었다. 우리 것도 제대로 모르면서 남의 문화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지, 아이에게 우리 문화를 먼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우리 문화를 알 수 있는 곳은 많은데, 아이의 연령을 고려해 엄마는 민속마을을 골랐다. 손쉽게 박물관을 데리고 갈 수도 있지만 다녀본 결과, 박물관은 아이의 주관심사가 아니면 지루해했다. 게다가 전통문화는 역시 현장감이 살아 있는 장소에 데리고 가야 아이가 재밌어하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 더위가 오락가락하던 날 아침 가벼운 짐을 챙겨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로 향했다.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 인기인 한적한 마을
외암리 민속마을은 서울에서 1시간 30분 거리인 충남 아산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예안 이씨 집성촌으로 5백 년 역사를 가진 아담한 마을이다. 마을 전체를 둘러보는 데 1시간이 채 넘지 않는 소박한 이곳은 그동안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소로 등장했다. 영화 <취화선> <태극기를 휘날리며>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외암리 민속마을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으로 지난번에 왔을 때는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려 병현이는 우비를 입고 마을을 돌았다. 그야말로 우.중.산.책. 초가집과 담장길 사이로 노란 우비를 입고 서 있는 아이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러나 비가 와서 제대로 된 체험은 포기해야 했다.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 문화재
모처럼 찾아간 마을은 그때 그대로였다. 마을 곳곳에는 600m에 이르는 이끼 낀 돌담이 길게 이어져 있어 마을의 운치를 더해주는데, 담장 너머로 보이는 집 뜰에는 살구나무, 은행나무, 감나무가 심어져 있어 고즈넉한 풍경을 연출했다. 이 마을은 민속촌이나 박물관과 달리 마을 내 고택에 실제 사람이 살고 있다. 때문에 마을을 돌다 보면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마을 전체가 현재 국가지정 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 238호로 지정되어 보존 중이며, 관람객을 위해 일부 시설을 별도로 마련해놓았다. 전시장 시설 중에는 아이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전통 놀이기구와 옛 모습을 재현해놓은 전시실이 있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마을 할머니들의 다듬이질 시연도 펼쳐진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난 아이들은 ‘아, 이것이 우리 것이구나!’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낀다.

곤장놀이 해볼까?
마을을 도는 코스는 단순하다. 먼저 매표소가 있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물레방아가 나오고, 그 길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전시장이 나온다. 전시장 앞마당에는 전래 놀이기구와 옛 물건들이 손님을 반긴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곤장을 맞을 때 쓰는 형틀로 병현이는 이것을 처음 보았다.

투호 던지기는 어려워
넓은 마당에는 형틀 외에도 한쪽에 투호 던지기, 링 던지기 같은 전래 민속 놀이기구가 놓여 있었다. 병현이는 투호를 보자, “유치원에서 해봤어. 나 혼자서도 잘해.” 하며 혼자서 투호를 줍고 던지는데, 제법 폼이 그럴싸했다. 이곳의 투호는 대나무로 만들어 길이가 길며, 투호통은 쇠로 만들어져 입구는 좁고, 깊이는 깊다. 때문에 아이가 넣기에는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우습게 알고 의기양양하게 시작했지만, 병현이는 결국 하나도 못 넣고는 의기소침해졌다. 엄마는 아이에게 그건 너무 어려우니까 옆에 있는 링 던지기에 도전하라고 응원해주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의 전통놀이는 널뛰기, 제기차기, 외줄타기 등 종류별로 갖춰져 있으나, 난이도가 있어 아이가 너무 어리면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남자가 꽃가마를 타요
걸을 수 있는 3세 이상 아이라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외줄타기를 하고, 모형 우마차를 탈 수 있다. 주말에 방문하면 떡메치기 시연에 참가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떡을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것으로 전통 혼례식이 있다. 직접 전통 혼례를 올릴 수 있게 가마와 전통 혼례식장도 있어서 결혼 풍습을 잠시나마 체험해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결혼식 풍습을 알려줄 수 있다.
전래 동화를 얘기해주세요
전시장은 다양한 형태의 가옥이 연이은 형태로 아이가 어릴 경우 유모차로 이동할 수 있는 짧은 거리다. 내부는 신분에 따른 주거 형태와 생활양식을 한눈에 비교하며 볼 수 있도록 베틀 짜는 모습, 절구 찧는 곳 등 실제 모형으로 재현해놓아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대부분 생소한 것이어서 엄마가 전래 동화 속 한 장면을 얘기해주면 아이가 훨씬 이해하기 쉽다. 이곳의 주거 양식은 상류층, 중류층, 서민층으로 각기 다른데, 특히 개인 정자가 있는 상류층 한옥을 통해 당시 풍류를 즐기던 사람들의 여유를 함께 느껴본다.

남자와 여자의 공간이 달라요
양반가에는 남자들이 주로 생활한 사랑채와 책을 두는 책방이 눈에 띄는데, 여자들이 집안 살림을 하는 안채와는 구조가 다르다. 이곳은 조선시대 선비를 많이 배출하여 현재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사는 집 중 11채의 집에도 사랑채가 있다고 한다. 사당도 아이에게는 낯선 곳인데 옛날 이곳에서 돌아가신 조상의 위폐를 안치하고 제사를 지냈다고 설명하니 아이는 무척 신기해했다. 덧붙여 양반은 사당을 별도로 두지만 서민은 주택 안쪽에 모셔둔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집들이 가옥 주인의 관직명을 따서 참판댁, 별사댁, 종손댁, 신참댁 등의 택호가 정해져 있는 것도 특이한 사실.

진짜 사람들이 사는 마을
전시 공간과 달리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마을의 주산인 설화산 계곡에서 흐르는 실개천이 곳곳에 연못이나 웅덩이를 이루고 반가 고택과 초가집, 돌담과 논이 어우러져 옛 마을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6백년 된 느티나무가 드리워져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그 앞에 만들기 체험장이 있어 병현이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종목은 나무로 된 솟대나 곤충 만들기, 가면 만들기, 부채 만들기, 액자 만들기. 4세 아이라면 부채 만들기를, 5세 아이라면 가면이나 곤충 만들기를 추천한다.
처음이라 가장 무난한 부채 만들기에 도전했다. 만드는 방법은 단순했다. 붓에 풀을 묻혀서 부채 위에 바르고 오려진 한지 색조각을 붙이면 완성된다. 부채살을 이어 붙이는 전 과정을 하지 않아 실망했지만, 무늬를 넣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매우 만족해해 엄마는 그걸로 위안을 삼았다. 체험료는 부채 개당 5천원. 부채를 만드는 동안 전통 혼례식장에서 본 외국인 가족을 다시 만났다. 마을 안에 논이 있어서 추수가 시작되는 가을에는 고구마 캐기, 추수 체험, 메뚜기 잡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도 할 수 있다. 이곳은 하룻밤 민박을 할 수 있는데, 1박 2일 단체의 경우 3식을 포함해 3만8천~4
만4천원이며, 일일 체험은 단체의 경우 1인당 1만8천원이다.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선착순 10가족만이 참여할 수 있는 짚풀문화제가 시작된다. 참가비 1인 3만6천원, 아이는 36개월 이상 요금을 받는다.
마을 입장료 어린이 1천원, 어른 2천원 문의 041-540-2654
이곳의 즐길거리 주말 상설 체험_한지부채 꾸미기. 모형곤충 만들기. 아기솟대 만들기, 조청 만들기, 조청 이용한 한과 전통 소주 만들기 시연, 전통 혼례, 떡메 체험, 연중 체험_널뛰기. 그네타기. 줄타기. 투호 던지기. 제기차기. 링던지지. 곤장체험, 다듬이 체험 주변 갈 만한 곳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현충사, 조선 초의 명정승 맹사성의 옛집으로 우리나라 살림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맹사성 고택,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아산・온양・도곡 온천 주변 먹을거리 민속마을 바로 앞에 있는 식당 두 곳이 유명하다. 수수부꾸미를 직접 만드는 솔뫼장터(041-544-7554), 수수 부꾸미는 10개들이 도시락 하나에 5천원. 매표소 바로 앞에 위치한 깔끔한 인테리어의 외암촌(041-543-4150)

그 외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
안동 하회마을 풍산 류씨가 6백년간 살아온 집성촌으로 현재 1백27가옥이 살고 있는 대표적인 민속마을이다. 고문서 등 유물 전시관 외에 하회별신굿탈놀이 등의 무형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다. 매주 수・토・ 일요일에는 탈놀이 공연도 펼쳐진다. 체험은 종목에 따라 날짜가 다르므로 인터넷으로 확인할 것. 이곳의 즐길거리 주말 상설 체험_ 4~10월 다도 체험, 가훈 쓰기 연중 체험 도자기 체험, 한지공예, 사군자 그리기 주변 갈 만한 곳 하회마을과 낙동강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부용대, 부용대 주변의 화천서원, 겸암정사, 옥연정사, 경관이 빼어난 병산서원, 차로 40분 거리의 안동 봉정사 주변 먹을거리 안동 하회마을 내에 옥류정(054-854-8845), 안동 구시장 안에 찜닭 골목 안동찜닭 대가(054-856-7888), 간고등어구이가 유명한 솔밭식당(054-853-0660)
경주 양동마을
이곳 역시 국가지정 문화재로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 종가가 5백 년을 살아온 반촌마을이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동양화처럼 펼쳐지며 민박과 함께 유교 전통문화와 관습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황토 천연염색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곳의 즐길거리 예절, 문인화 배우기, 천연염색 기념 티셔츠, 천연 비누 만들기, 쌀엿, 한과, 인절미 등 전통 식품 만들기 주변 갈 만한 곳 선조시대 창건된 회개 이언적 선생의 옥산서원, 독락당, 동광서원, 경주 보문단지 주변 먹을거리 정갈하고 깔끔한 경상도식 정식 이풍녀 구로쌈밥집(054-749-0600), 갈비탕과 냉면집 강산면옥(054-775-8251~2), 여류화가 류영희 씨가 운영하는 곳 고색창연(054-748-0952)

남산골 한옥마을
서울 시내에서도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한 남산골 한옥마을. 우리 조상의 풍류 생활을 느낄 수 있도록 남산골에 전통 정원을 꾸미고, 한옥 5채를 이전해놓았다. 오전 9시에서 오후 8시까지이며, 매주 화요일은 휴관한다. 문의 02-2264-4412 이곳의 즐길거리 주말 프로그램 _남산골 선비들의 산책, 제기와 미니 솟대 만들기, 미니 장승 만들기 주변 갈 만한 곳 야경을 감상할 남산 N타워, 덕수궁, 광복절에 문을 연 복원된 광화문과 경복궁 주변 먹을거리 50년 된 중국집 일품향(02-753-6928), 명동 교자(02-776-5348), 명동의 오래된 돈가스 전문점 명동돈가스(02-775-5300)
경북과학대학 전통문화체험학교
경북 칠곡 교육청과 경북과학대학 박물관이 함께 운영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체험박물관이다. 1천8백 점의 유물을 관람하며, 12개의 체험 전시실에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상설 전시체험장에서는 다도와 예절 등의 효 문화 체험전시실과 음식, 공예, 예술, 탁본 등을 할 수 있으며, 세시풍습을 재현한 행사도 벌어진다. 체험 비용 소인 8천원, 성인 9천원 문의 054-972-9795~6 이곳의 즐길거리 다도, 한복 입고 절하기, 두부 만들기, 김치 담그기, 떡 만들기, 다식 만들기, 염색공예, 한지공예, 매듭공예, 연 만들기, 목공예, 고인쇄, 탁본 체험 주변 갈 만한 곳 벽계계곡, 소중한 문화재를 많이 보유한 송림사, 오래된 종가집 문헌종택, 해은 고택 주변 먹을거리 30년 전통의 맛집 개정(053-422-0366), 김갑성 한우마을(054-975-6802), 송림지 입구의 곤드레밥(054-976-1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