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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보다 당백호(唐伯虎)라는 자(字)로 더 잘 알려진 시인은
시서화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명사대가(明四大家)’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스스로 ‘평생 그림 그리고 시 지으며, 꽃(花)과 버들(柳) 언저리에
내 종적을 남겼지’(‘감회’)라 고백했듯,
화류계를 떠돌며 풍류를 즐긴 자유로운 영혼이었지만
만년의 삶은 불우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하 唐寅의 시 24수모음
唐寅 (1470 ~ 1523)
明나라 文人. 畵家. 字 子畏/伯虎. 號 六如居士
(1) 姑蘇雜詠
長洲茂苑古通津 ~ 긴 물가를 따라 우거진 동산은 나루까지 이어져 있고
風土淸嘉百姓馴 ~ 風土는 맑고 아름다워 百姓들은 馴하다네.
小巷十家三酒店 ~ 작은 거리에는 집 열 채에 술집이 셋
豪門五日一嘗新 ~ 富者집은 닷새마다 場을 보네.
市河到處堪搖櫓 ~ 運河가 닿는 곳마다 노는 쉼 없이 움직이고
街巷通宵不絶人 ~ 밤에도 거리엔 사람의 발걸음 끊어지지 않네.
四百萬糧充歲辨 ~ 한 해에 稅金을 四百 萬 섬이나 매겼다니
供輪何處似吳民 ~ 누가 吳나라 사람들만큼 이바지 할 수 있었겠나.
(2) 宮裝仕女圖
佳人春睡倚含章 ~ 佳人이 含章殿에 기대 봄 잠에 빠지니
一瓣梅花點額黃 ~ 梅花 한 두 닢씩 떨어져 이마를 물드렸네.
起對鏡自添百媚 ~ 일어나 거울 마주하며 嬌態를 더하니
至今都學壽陽妝 ~ 이제야 壽陽妝을 다 배웠다네.
(★ 南北朝時代 南朝 劉松武帝의 딸인 壽陽公主는 일찌기 含章殿 처마 밑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梅花 다섯 잎이 이마에 떨어져 붙어 지워지지 않았다. 皇后가 예쁘다며 그냥 두라하였는데, 宮中 女人들이 다투어 이마에 梅花를 그렸다하여 壽陽妝이란 말이 생겨남)
(3) 金昌暮烟圖
霜前杮葉一林紅 ~ 서리가 오기에 앞서 감나무 잎에 온 숲이 붉은데
樹裏溪流極望空 ~ 나무 사이로 흐르는 溪谷에서 먼 하늘을 바라보네.
此景憑誰擬何處 ~ 이 景致를 누구와 함께 어느 곳과 견줄까?
金昌亭下暮烟中 ~ 金昌의 亭子 아래엔 저녁煙氣가 가득 찼네.
(4) 桃花庵歌 (복사꽃 庵子 노래)
桃花塢裏桃花庵 ~ 복사꽃 마을 안에 복사꽃 庵子있고
桃花庵裏桃花仙 ~ 복사꽃 庵子 안에 복사꽃 神仙이 사네.
桃花仙人種桃樹 ~ 복사꽃 神仙은 복숭아 나무 심어 놓고는
又摘桃花換酒錢 ~ 복사꽃을 따가지고 가서 술 살돈 마련 한다네.
酒醒只在花前坐 ~ 술이 깨면 오직 꽃앞에만 앉아 있고
酒醉還來花下眠 ~ 술이 醉하면 돌아와서 꽃 밑에서 잔다네.
半醉半醒日復日 ~ 半은 醉하고 半은 깨어서 하루 또 하루를 보내고
花落花開年復年 ~ 꽃은 졌다가 다시 피기를 한 해 다시 한 해를 거듭 한다네.
但願老死花酒間 ~ 다만 바라는 건 꽃과 술과 어울리 다가 죽는것
不願鞠躬車馬前 ~ 말과 수래 앞에 허리 굽히는 짓은 하지 않으려 하네.
車塵馬足富者趣 ~ 수레 먼지나 말 발굽은 富者들의 趣向이고
酒盞花枝貧者緣 ~ 술盞과 꽃 가지는 가난한 者들의 벗일세.
若將富貴比貧者 ~ 富하고 出世한 者들과 가난한 사람들은 견주어 본다면
一在平地一在天 ~ 한 쪽은 땅바닥에 있고 한 쪽은 하늘 위에 있는 것이지.
若將貧賤比車馬 ~ 가난하고 賤한 것과 수레와 말을 모는 것을 견주어 본다면
他得驅馳我得閑 ~ 저들은 바삐 쫓아 다니지만 우리는 閑暇히 지내고 있지.
別人笑我忒風顚 ~ 딴 사람들은 내가 무척 미쳤다고 비웃지만
我笑他人看不穿 ~ 나는 그들이 제대로 꿰뚫어보지 못했다고 비웃고 있다네.
不見五陵豪傑墓 ~ 貴族과 豪傑들의 무덤을 보지 못하는가
無花無酒鋤作田 ~ 꽃도 없고 술도 없이 갈려서 밭이 되어 있는 것을.
(5) 牡丹仕女圖
牡丹庭院又春深 ~ 牡丹 핀 庭院에 또 봄은 깊은데
一寸光陰万兩金 ~ 한 瞬間 짧은 時間도 萬兩의 價値라.
拂曙起來人不解 ~ 이른 아침 일어나는 뜻 사람들 알지 못하는데
只緣難放惜花心 ~ 꽃에 對한 애틋한 마음 놓지 못하기 때문이네.
(6) 山莊讀書圖
撼地風聲破午眠 ~ 땅을 흔드는 바람소리에 낮잠이 깨어
懶拈書卷興茫然 ~ 나른한 채 책을 집어드니 더욱 멍해지네.
山僮報道茶初熟 ~ 山僮이 茶가 막 끓여졌다기에
掛起西窗浪接天 ~ 일어나 西窓을 열어 젖히니 물결이 하늘에 닿았네.
(7) 小庭良夜圖
簾外輕寒起暝烟 ~ 珠簾 밖 가벼운 추위 어스름 안개 일으키는데
手持玉玦小庭前 ~ 작은 뜰 앞에서 손으로 玉玦을 쥐네.
沈沈良夜與誰語 ~ 어둑하고 좋은 밤 누구와 더불어 얘기할까
星落銀河在半天 ~ 별 떨어지는 銀河水는 하늘에 半쯤 걸쳐 있는데.
(8) 松溪訪隱圖
松溪訪隱君 ~ 松溪로 숨은 君子를 訪問하러
直過橋南去 ~ 곧바로 지나 다리 南쪽으로 가다가
日暮携杖歸 ~ 날이 저물어 지팡이 가지고 되돌아오니
群鴉喿高樹 ~ 갈까마귀 무리 높은 나무에서 울고 있네.
晋昌唐寅 (晋昌에서 唐寅)
(9) 松林揚鞭圖
女几山頭春雪消 ~ 女几山 山자락에 봄눈은 녹고
路傍仙杏發柔條 ~ 길가 살구나무 가지엔 고운 꽃들이 피었구나.
心期此日同游賞 ~ 이날 함께 어울려 感賞하기로 期約하였기에
載酒揚鞭過野橋 ~ 술싣고 채찍 휘두르며 들녘을 지나가네.
(10) 松下論道圖
古木着霜多異色 ~ 古木에 서리 내려 異彩로운데
千山斂霧列奇峰 ~ 온 山에 안개 걷히자 奇異한 山봉우리들 늘어섰다.
高人不是紅塵年 ~ 高人은 이 世上 사람 아니거늘
日出山間聽古松 ~ 山中에 해 뜨면 옛 솔바람소리 듣겠지.
(11) 陽山積雪圖
正德戊辰燈夕 ~ 正德 戊辰年(1508年) 正月 大보름날에
余訪蠡溪發解 ~ 내가 蠡溪(地名)의 發解(科擧 試驗場)를 찾아가
留宿數夕 ~ 數日 밤을 머무르며 묵었는데
春寒特甚 ~ 봄 추위가 特히 甚했고
天意欲雪 ~ 하늘의 意道가 눈이 내리려 하여
因作此圖 ~ 이 때문에 이 그림을 그렸고
系之以詩 ~ 詩를 이었는데
用紀時事云 ~ 大綱을 간추려 그 때 일을 말한다.
十日春寒閉閤眠 ~ 열흘 봄추위에 門 닫고 쪽門에서 쉬었더니
銅匜燒盡篆文烟 ~ 구리 酒煎子 다 타버려 篆文같은 그을음 이네.
開窗正見陽山雪 ~ 窓을 열고 바로 보니 險한 山에 눈이 있는데
白玉巍巍倚檻邊 ~ 白玉이 높고 커서 欄干 곁에 依支하네.
城中燈事夜何如 ~ 城中 祝賀宴 밤은 어떠한가?
簫鼓喧闐錦袴袪 ~ 퉁소와 북소리 떠들썩하고 緋緞옷 걸치겠지.
爭似寒齋對知已 ~ 추위를 집에서 맞아 다투는 것과 같음을 이미 알겠으니
火圍榾柮酒浮蛆 ~ 불 周圍엔 나무토막이 있고, 술에는 구더기가 뜨네.
友生唐寅 ~ 親舊 唐寅.
(12) 漁暇閑眠圖
秋老芙蓉一夜霜 ~ 가을 밤 서리는 蓮꽃에 내리고
月光瀲灩湯湖光 ~ 달빛 출렁거리며 湖水에 銀빛으로 부서지는데
漁翁隱作船頭睡 ~ 漁翁은 뱃머리에서 平穩하게 잠이 든 채
夢入鮫官自渺茫 ~ 꿈속에 鮫官에 드니 銀白의 빛이 아득하여라.
(13) 言志
不煉金丹不坐禪 ~ 金丹을 달이지도 않고 坐禪도 하지 않으며
不爲商賈不耕田 ~ 장사도 農事지음도 아니네.
閑來只寫溪山賣 ~ 閑暇로이 山水畵는 그려 팔지언정
不受人間造孼錢 ~ 俗世의 賤한 돈은 벌지않으려네.
(14) 葦渚醉漁圖
揷篙葦渚繫舴艋 ~ 상앗대를 꽃고 갈대 물가에 작은 배 메어두니
三更月上當篙頂 ~ 三更에 달이 떠올라 상앗대 꼭대기에 걸렸네.
老漁爛醉喚不醒 ~ 늙은 漁夫는 잔뜩 醉해 불러도 깨어나지 않으니
起來霜印蓑衣影 ~ 서리가 일어 도롱이에 자국을 남기겠네
(15) 幽人何處寄高閑
(先生은 어디에서 閑暇롭게 지내시나요)
幽人何處寄高閑 ~ 先生은 어디에서 閑暇롭게 지내시나요
閣下溪聲閣外山 ~ 樓閣 아래엔 개울물 소리, 樓閣 빢엔 山.
日暮倚欄歌白竿 ~ 해 질녁 欄干에 기대어 白竿歌(梁나라 때 젊은 戀人의 사랑노래) 부르고
不知天壤有塵寰 ~ 하늘 아래 티끌 世上을 알지 못하겠네.
(16) 在畵面上題寫詩文 (梅詩)
雪壓江村陣作寒 ~ 눈 쌓인 江村에 추위가 繼續되니
園林俱是玉英攢 ~ 먼 숲엔 눈꽃이 아름답게 쌓여간다.
急須沽酒澆淸凍 ~ 酒煎子에 술을사다 맑은 얼음 띄우고
亦有疎梅喚客看 ~ 또 성긴 梅花꽃이지만 손님불러 보게하리라.
(17) 駿馬痴漢
駿馬每馱痴漢走 ~ 駿馬는 늘 어리석은 者를 태우고 달리며
巧妻常伴拙夫眠 ~ 賢明한 아내는 恒常 拙丈夫와 함께 잔다네.
世間多少不平事 ~ 世上에 많고 적은 不公平한 일들이
不會作天莫作天 ~ 억지로 되는 일 없으니 억지로 할 것 없다네.
(18) 千峰雲霽圖 (1508年作)
溟濛朔雪暗千峰 ~ 저 멀리 北쪽땅 봉우리들은 눈속에 어둑하고
滅沒寒雲萬徑踪 ~ 차가운 구름 사라지니 온갖 자취 드러나네.
獨有旅人情更好 ~ 가쁜한 마음으로 길떠나는 나그네는
閑吟行看玉芙蓉 ~ 閑暇로이 詩 읊조리며 눈 길을 遊覽한다. (芙蓉~雪의 멋스런 말)
(19) 秋山訪友圖
滿目風塵覓舊游 ~ 四方 가득 티끌世上 옛 벗 찾아 떠도는데
山深徑曲不勝幽 ~ 山은 깊고 길은 구부러져 그윽하기 그지없네.
相逢欲話當年事 ~ 서로 만나 그 해의 일 얘기 나누려해도
正是蕭蕭万木秋 ~ 뭇 나무들 벌써 스산한 가을 옷 입었네.
(20) 秋山草閣圖 (沈周의 秋山草閣圖에 쓴 詩)
晩山掩映明斜照 ~ 어스름에 山은 그늘지고 밝은 달빛 비꼈는데
疏樹高低帶遠汀 ~ 듬성듬성 높고 낮은 나무는 먼 물가를 둘렀네.
欲識江南秋幾許 ~ 江南의 가을 몇 番이나 지났는지 알고 싶은데
西風吹上水邊亭 ~ 西風이 물가 亭子로 불어오는구나.
(21) 秋風紈扇圖
秋來紈扇合收藏 ~ 가을이 오니 紈扇을 거두어 넣어두네
何事佳人重感情 ~ 佳人은 어인 일로 저리 슬퍼하는가.
請把世情詳細看 ~ 世上 物情 꼼꼼히 살펴보시게
大都誰不逐炎凉 ~ 누가 炎凉世態 좇지 않는지.
(22) 打趣詩 (感懷)
不煉金丹不坐禪 ~ 道家도 아니요 佛家도 아닌데
饑來喫飯倦來眠 ~ 배 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자네.
生涯畵筆兼詩筆 ~ 平生 그림 그리고 詩 쓰면서
踪跡花邊與柳邊 ~ 花柳界 周邊에서 얼쩡거렸네.
鏡裏形骸春共老 ~ 거울 속 얼굴은 어느새 늙어버렸고
燈前夫婦月同圓 ~ 燈불 속 夫婦 모습 달처럼 圓滿하다.
萬場快樂千場醉 ~ 平生 快樂에 묻혀 살았거니
世上閑人地上仙 ~ 世上에 閑暇로운 사람 이 땅에 神仙일세.
(23) 畵鷄
頭上紅冠不用裁 ~ 머리에 붉은 벼슬 마르지도 않고
滿身雪白走將來 ~ 온 몸에 눈같이 희게하고 앞으로 달려온다.
平生不敢輕言語 ~ 平生을 가벼이 말 한 마디 않아도
一叫千門萬戶開 ~ 한 番 울음으로 千門萬戶를 열어졌힌다.
(24) 花下酌酒歌
九十春光壹擲梭 ~ 九十春光도 一瞬間이니
花前酌酒唱高歌 ~ 꽃 앞에서 술 마시며 소리 높여 노래부르새.
枝上花開能幾日 ~ 가지 위에 꽃피어 몇 날이나 가던가
世上人生能幾何 ~ 世上의 人生살이 얼마나 되던가.
昨朝花勝今朝好 ~ 어제 아침 꽃이 오늘 아침 꽃보다 나았지만
今朝花落成秋草 ~ 오늘 아침 꽃 지고 가을 풀이 되었구나.
花前人是去年身 ~ 꽃 앞의 사람은 바로 昨年의 그 사람이니
去年人比今年老 ~ 昨年사람이 今年 보다 더 오래 된 사람.
今日花開又壹枝 ~ 오늘 또 한 가지 꽃이 피었건만
明日來看知是誰 ~ 來日 와서 볼 이 누구일지 알 수 있을까.
明年今日花開否 ~ 來年엔 오늘 꽃이 필지 말지
今日明年誰得知 ~ 來年의 오늘 누가 알 수 있을까.
天時不測多風雨 ~ 하늘의 運航에 따른 비바람 豫測할 수 없고
人事難量多齟齬 ~ 人生事 어긋남 헤아리기 어렵구나.
天時人事兩不齊 ~ 天地調和와 人間萬事 다 고르쟎나니
莫把春光付流水 ~ 靑春은 흐르는 물에 흘려 보내지 말라.
好花難種不長開 ~ 좋은 꽃은 기르기 어렵고 오래 피지도 않고
少年易老不重來 ~ 少年은 쉬이 늙고 다시 오지도 않나니
人生不向花前醉 ~ 사람이 살면서 꽃 앞에서 醉하지 않는다면
花笑人生也是呆 ~ 꽃들의 人生살이도 어리석긴 마찬가지라 비웃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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