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는 도심지 내 아름다운 가로 경관 조성 및 관리, 구민 정서함양 기여 목표로 `도시 전체가 꽃과 정원이 되는 도시 조성`을 추진 중이다. 도시 유휴 공간과 주택, 공원, 가로변 등에 꽃을 심고 가꾼다는 계획인데 지역 공한지 곳곳을 꽃으로 채우는 명분에 반대할 주민이 없을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로 농소운동장 입구에 해바라기가 피었고, 시례잠수교에 코스모스가 주민들의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필자는 여러 차례 5년간 15억 이상의 주민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도시 꽃 단지 조성` 사업의 구체적이고 세밀한 계획을 지속 당부 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 하천유지관리 사업을 꽃 단지 조성에 맞게끔 자연친화적 생태하천 조성사업으로 이름만 변경하는 등 부서별로 36개 과제 3억 가까운 예산으로 실행 중이다. 꽃 심기가 얼마나 긴급한 일인지 몰라도 재해, 재난 관련 예산편성이나 국가 또는 시(市)로부터 받은 교부금의 조정 등의 사안이 아님에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한다. 단체장의 공약 사항이라 해서 비용편익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무리하게 혈세(血稅)를 집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첫째, 현재 꽃단지조성 컨트롤타워 역할을 농수산과에서 공원녹지과로 업무분장 변경이 필요하다. 농수산과의 존재이유는 살기 좋은 복지 농어촌 건설로 농업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 반면에 공원녹지과 목표는 도시공원 디자인으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생태도시 조성이며 공원 가꾸기, 녹지 공간 조성, 도시공원 만들기 등의 주요 시책 사업을 추진한다. 무슨 근거로 꽃단지조성 추진 업무가 농수산과에서 수행해야 하는지 명확한 설명이나 공감대도 없다. 부서 간 이기주의인 `사일로(Silo)` 현상을 없애는 방법 중에는 조직원이 서로 인정하는 업무 분장을 시행하는 것이다.
업무 분장에 대해서는 내부 조직원과 외부 수혜자가 동의가 되어야만 권한이 생기고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이 수반되는 만큼 공원녹지과에서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만약 농수산과에 업무를 추진하려면 농민의 수익증대 사업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 방안 중의 하나가 구청이 직접 초화 육성 등의 기능을 가진 양묘장을 운영하거나 지역 화훼 농가의 초화를 직접 구매하는 것이다. 북구는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제3대학을 운영 중인데 구청 양묘장에서 필요한 지식 및 맞춤과를 신설하여 은퇴자를 교육 후 고용하는 선순환의 효과를 기대 할 수도 있다.
둘째, 꽃단지조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후관리에 대한 인원과 조직이 필요하다. 여름철 가장 많은 민원 중의 하나가 풀베기 및 잡초제거 이다. 도시 미관상의 문제뿐 아니라 풀에 자전거가 걸려 넘어 진다 던지, 도로변 풀을 피하기 위해 차도로 다니는 등 안전과 관련된 직접적인 사안이다. 주민을 동원에 꽃을 파종하고 심고 사진을 찍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재 꽃 단지라는 이름으로 공한지에 조성된 곳이 잡초 밭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우거진 잡초 사이에 간혹 꽃이 보이고, 토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꽃을 심다 보니 더운 여름에 꽃이 말라 죽는 등 사후관리가 철저하지 못해 흉물로 전락 할 수 있기에 잡초제거, 물주기, 주변 정비 등의 인원과 장비를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꽃뿐만 아니라 다년생으로 관리되고 녹음을 느낄 수 있는 나무심기를 병행해야 한다.
꽃은 자주 물을 줘야 하고, 주변 풀 제거 등 관리가 까다로운 만큼 꽃을 키우기 어려운 곳은 나무로 대체, 병행하여 도시를 가꿔야 한다. 필자는 중국 북경에서 자주 업무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북경에는 학자수 나무라 불리는 회화나무가 가로수 역할을 목격했다. 회화나무는 미세먼지 흡착이나 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꽃이 피는 시기가 진사 과거시험이 있는 음력 7월이라 재물과 관(管)운을 상징한다 해서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가로수다.
이렇듯 나무나 꽃에 지역 향토 문화나 설화 등 스토리를 가미해서 북구를 상징 할 수 있는 꽃 단지 조성해야 한다. 공한지 자투리 땅 뿐만 아니라 누구나가 찾을 수 있는 대형화되고 규모 있는 꽃 단지조성 역시 필요하다. 꽃이 정치인에게 비유되는 말 중에 하나가 `권불사년(權不四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사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듯이 정치인이 권력을 잡았을 때 가장 화려하여, 그 화려함에 눈이 멀고 귀를 닫아 제대로 주민을 위한 비용편익분석, 예산 사용의 우선 순위를 혼돈 할 수 있다. 꽃이 먼지 인지, 소방도로가 우선인지, 소상공인 지원이 우선인지 등 우선순위에 정치인의 신념 외 과학적, 법률적 전문가 집단인 공무원이 올바른 조언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 집단인 공무원의 존재 이유이다. 정치인의 판단과 전문가인 공무원의 판단이 균형을 이룰 때 공익이 지켜질 수 있다. 북구 꽃 단지 조성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정치인과 과학적 판단을 하는 행정이 가시적 성과만 바랄 것이 아니라 함께 깊이 있는 설계를 고민해 주길 기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