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약사회, 정치권·보건당국으로 `동분서주`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실련이 불을 지피고 편의점협회가 기름을 붓는 등 보건당국을 전방위에서 압박하고 있다. 반면 약사단체들만이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강력하게 반대하며 대척점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잠잠했던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갑작스레 이슈로 떠오른 것은 정책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일반약 약국외 판매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복지부는 ‘의약품은 접근성보다 안전성’이란 입장을 철저하게 고수하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관련 “취약시간대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일정교육을 받은 약판매사가 마트에서 약을 팔고 복약지도 하는 일본 사례를 예로 드는 등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다.
복지부의 긍정적 변화를 감지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약사회에서 반대근거로 내세우는 심야응급약국의 부실성을 꼬집으며 일반약 약국외 판매의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경실련은 지난 18일 전국 심야시간대 약국 접근성은 0.2%에 불과하며 전국에서 참여하는 약국 56곳 중 8곳은 운영하지 않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심야응급약국에서 96%가 복약지도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약국 외 장소에서 판매를 주장한 상비약 수준의 간단한 약이 약국에서도 설명 없이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 약국 외 판매 주장을 거듭 촉구했다.
또한 한국편의점협회도 최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편의점 및 슈퍼마켓에서 일반약 판매를 허용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힘을 실었다.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약국외 판매를 한 목소리로 내고 있고 기존 반대했던 복지부의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변화된 상황에 약사회만이 홀로 반대 입장을 고수,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긴급회의를 갖는 등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어 고민에 빠져있다. 21일 긴급이사회를 갖고 약국과 편의점을 연계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려했지만 계획도 취소됐다.
정부와의 협의도 난항을 겪고 있다. 약사회는 이날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 제한적 리필제, 불법의약품 판매업소에 대한 감시강화 등을 요구했지만 서로간의 의견차이가 커 불발되고 말았다.
결국 정부와의 협상도 결렬되고 홀로 남겨진 약사회에게 남아있는 카드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조만간 일반약 약국외 판매가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정부가 약사회와의 협상을 수용하지 않은 점, 다양한 시민단체의 허용 요구 목소리,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들의 허용방안 정당성 등 이제는 약사회가 홀로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현재 김구 대한약사회장은 다시 일반약 약국외 판매 요구가 거세지자 정치권과 복지부 고위관료들을 만나 설득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허용 요구에 비해 설득은 미약한 상태다.
한편, 지역약사회들은 한 톨의 의약품도 약국외 판매로 이어질 수 없다는 강력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힘겨운 줄다리기 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