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공사비 감당 안 돼 공들여온 과천 재건축 포기
현대건설, 방배신동아 발 빼…공공주택도 시공사 못 구해
재정비·재건축 현장에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급등한 공사비로 인해 알짜 사업지에서도 건설사들이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는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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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고 서울에선 집값이 반등하고 있지만 정작 재정비·재건축 현장에선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공사비가 부동산 호황기였던 2년 전과 비교해 20% 가까이 급등하며 대형 건설사들도 ‘노른자 땅’에서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과천, 청량리 등 알짜 입지에서도 치열한 수주전은커녕 유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보냈다.
DL이앤씨는 해당 공지를 통해 “건설경기와 수주환경에 여러 변화가 있어 수주 방향에 고민을 한 끝에 사업 참여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과천주공10단지는 지난 1984년 준공된 총 632가구 규모의 단지로, 과천의 마지막 재건축 사업장이란 점에서 상징성이 커 일찍부터 많은 건설사의 주목을 받았다.
사업성과 직결되는 용적률이 86%로 낮고, 지하철 4호선 과천역과 인접한 초역세권이란 점도 있어 지난해부터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DL이앤씨가 경쟁해왔다.
DL이앤씨가 10개월간 수주에 공을 들이고도 물러난 이유는 최근 들어 건설자재 등 원자재가 폭등하고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로는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DL이앤씨가 빠지면서 삼성물산이 단독 수의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까지는 서울 한남2구역 재개발을 둔 롯데건설-대우건설의 치열한 수주전이 있었으나, 올해는 수주전 양상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시공사들이 수주전에서 발을 빼면서 수의계약이나 유찰로 이어지는 현상은 올해 들어 부쩍 빈발해졌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격돌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신동아아파트 수주전도 현대건설이 막판에 입찰에서 빠지면서 포스코이앤씨의 수의계약으로 마무리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 양천구 신정4구역도 시공사 선정 입찰에 두 번 연속 대우건설만 참여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제8구역은 2차례 유찰의 위기를 맞은 끝에 간신히 롯데건설이 맡게 됐다.
서울 중구 신당 6구역의 경우 아예 입찰한 건설사가 없는 상황이다.
과거 전쟁처럼 치열했던 수주전이 사라진 이유는 폭증한 공사비와 건설경기 침체에 동시에 맞닥뜨린 건설사들이 극도로 조심스런 선별수주 체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원자재 가격와 인건비 등을 지수로 나타낸 건설공사비지수는 151.11에 달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호황기 당시인 2년 전 4월 126.14와 비교하면 19.8%나 오른 것이다.
필수 건설자재인 시멘트는 2년 동안 4번이나 인상된 끝에 t당 7만5000원에서 10만5400원까지 치솟았다. 레미콘과 철근 등 다른 필수 자재도 마찬가지로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3.3㎡당 500~600만원 선이었던 서울의 공사비는 현재는 800만원대로 뛰어올라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이러한 공사비 급등은 공공분양 주택 공급에도 난항을 끼칠 전망이다.
위례신도시 A2-6블록 공공임대는 현재 GS건설과 계룡건설산업과 공사비 증액 협상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어 삽이 멈춘 상태다.
도시공사는 현대 부산 에코델타시티 민사추진사업을 맡은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컨소시엄과도 갈등을 겪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서울 등 수요가 많은 주요 거주 지역에서 주택 공급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업계에는 주기적인 사업 확장과 '숨 죽이기' 구간이 번갈아 찾아오고, 현재는 철저한 '숨 죽이기' 시간"이라며 "현재 받은 일감을 소화하며 한동안 기회를 지켜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