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63) -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씨름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제18회 천하장사 씨름대축제가 경상북도 안동시 안동체육관에서 열렸다. 해마다 여러 차례 체급별 장사씨름대회가 지역을 돌아가며 열리는데 경기장을 찾은 적은 없지만 TV로 중계되는 장면을 빼놓지 않고 시청하며 즐기는 편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최근 들어 씨름의 인기가 예전보다 시들하여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해설자의 설명, 오랜 역사를 지닌 민속씨름의 열기가 되살아나면 좋겠다. 친정 쪽에 씨름선수를 둔 아내는 경기장을 직접 찾아 인척이 출전한 경기를 관전한 적이 있는데 현장에서 보는 실황이 압권이었다고 술회하기도.
5일간의 대회기간 중 특히 관심이 가는 종목은 25일과 26일에 열린 남녀 천하장사 결정전, 체급을 무시하고 남녀부문 최강자를 가리는 종목이어서 더 흥미롭다. 이번 천하장사는 남녀 공히 전통의 강호가 아닌 다크호스들(남자: 박정석, 여자: 최희화)이 정상에 올라 더 박진감이 넘쳤다.
천하장사 씨름대회가 끝난 직후 멀리 아프리카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한반도 고유의 민속경기인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남북공동으로 등재된 것, 아프리카 모리셔스의 포트루이스에서 개막한 제13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는 11월 26일에 ‘씨름, 한국의 전통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eum/Ssirum)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남북 공동 등재하기로 최종결정하였다. 이날 무형유산위원회는 씨름의 남북 공동 등재를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여 참여한 24개 위원국의 만장일치로 공동 등재를 결정, 위원회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차원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남북은 ‘대한민국의 씨름(전통 레슬링, Ssireum)’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한국식 레슬링, Ssirum)’이라는 명칭으로 각각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유네스코의 적극적인 권유와 남북한 정부 간 협의 등 국제공조 끝에 공동등재라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무형유산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남북한의 씨름이 전승 양상과 공동체에 대한 사회 문화적 의미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름은 5세기 고구려 고분인 각저총(角觝塚, 씨름 무덤)에 짧은 바지를 입고 오른쪽 어깨를 맞댄 채 상대의 허리를 잡는 모습에서 가장 오래된 유래를 찾을 수 있고 18세기에 단원 김홍도(1745~1806)의 단원풍속도첩에서도 씨름 장면이 나타나는 등 각종 문헌과 회화 등에서 씨름의 명확한 역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씨름 그림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우리나라는 총 20건의 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한 국가다. 중국이 31건으로 가장 많고, 일본이 21건으로 뒤를 잇는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 것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다. 종묘제례는 종묘에서 행하는 제향의식으로, 조선시대 국가 제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중요도가 높았다. 종묘제례악은 종묘제례에서 연주하는 기악(樂)과 노래(歌), 춤(舞) 등이다.
이후 판소리(2003년)와 강릉단오제(2005년), 강강술래·남사당놀이·영산재·제주칠머리당영등굿·처용무(2009년), 가곡·대목장·매사냥(2010년), 택견·줄타기·한산모시짜기(2011년), 아리랑(2012년), 김장문화(2013년), 농악(2014년), 줄다리기(2015년), 제주해녀문화(2016년) 등이 차례로 무형유산에 등재됐다.
북한은 아리랑(2014년)과 김치담그기(2015년)에 이어 씨름까지 총 3개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씨름을 계기로 기존에 남북이 따로 등재한 아리랑과 김장문화를 공동 등재하는 방안은 물론 비무장지대(DMZ) 생물다양성 보존 등 남북문화유산 공동 등재도 논의할 만하겠다.
작년 10월, 조선조에 12차례 일본을 왕래한 조선통신사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007년부터 2년 터울로 조선통신사가 왕래한 옛길을 도보로 탐사하는 한일우정걷기 행사에 여러 차례 참여하면서 유네스코문화유산등재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지난 10월에 일본걷기단체와 한국체육진흥회가 공동주관하는 도쿄 ~닛코 워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우리 모두 다양한 분야의 세계 문화유산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음을 새기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 좋으리라.
첫댓글 그 동안 마음의 양약 같은 좋은 글로 세상사는 지혜와 지식을 전해주셨는데...청주로 이사를 가신다고 하니 섭섭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정겨운 소식 자주 전해 주셔요.
광주에는 천혜가 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