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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정보
은하수와 백합
 
 
 
카페 게시글
시 해석 및 시 맛있게 읽기 스크랩 세컨드 라이프-버뮤다/ 류인서
은하수 추천 0 조회 37 18.12.01 22:5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세컨드 라이프-버뮤다/ 류인서

 

그런 곳이 있어

내 가는 귀와 오는 귀 사이

 

내가 접어 날린 종이비행기가

네가 띄워 보낸 풀잎배가

흔적 없이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 곳

무지개를 가장할 엷은 기름띠 한줄 떠다니지 않는

의문의 바다

 

일체의 교신과 교감이 차단된

자동항법장치도 모스부호도 먹히지 않는

웅웅거리는 떨림만 떨림으로 살아있는

 

그곳은 좌표 없는 암사지도 위, 안개 속의 휴양지

사라진 나는 그러므로 너의 나날 궁금하지 않아

나는 창()의 유리심장에 귀를 대고 파도소리를 듣던 사람

유령선과 유람선을 한 바다에 띄워두고

신의 파라다이스를 즐기지

 

- 시집신호대기(문학과지성사, 2013)

.....................................................

 

버뮤다 삼각지의 난기류는 거의 미스터리 수준이다. 몇 년 전 에어프랑스 여객기 한 대가 이 지역에서 실종된 것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크고 작은 비행사고가 이어졌다. 버뮤다, 푸에르토리코, 플로리다 마이애미, 돌풍과 허리케인이 잦은 이 세 지역의 연결 지점을 ‘버뮤다 트라이앵글’이라고 한다. 항해하는 선박이나 항공기가 갑작스런 기상이변으로 추락하고 침몰하는 것을 두고 심지어는 외계인의 소행, UFO의 공격설도 있어 공상과학소설의 소재를 제공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그렇듯 믿을 수 없고 확인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이상기류에 의한 가벼운 롤링과 피칭은 항공기를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무리 갑작스런 난기류일지라도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미스터리라 아니할 수 없다. 과학적으로는 이 지역에 형성된 열대성고기압이 예측불허의 강력한 허리케인 돌풍과 함께 소용돌이를 발생시켜 일어난 사고로 판단한다. 문제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사라졌다는 사실에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신비를 포장하기 위한 많은 거짓과 의도적인 왜곡, 과장 등이 포함되어 있음을 한 과학자가 밝힌 바 있다.


항공기가 한 순간 블랙홀로 ‘흔적 없이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 경우는 사실상 버뮤다 트라이앵글이라 해도 비현실적이지만, 1987년 11월 29일 탑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운 KAL858기가 바그다드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중 미얀마 안다만 해역에서 사라진 사고는 지금도 이해 불가이며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물론 북의 지령에 의해 김현희 등이 폭파한 것으로 대부분 알고 있으나, 당시 서둘러 사고조사를 끝내고 이를 대선국면에서 이용한 사실이 명확히 밝혀진 이상 근본적인 사고원인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당시 해당 항공사 운항관리부에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이 어이없는 사고는 엄청난 충격이었고 사고처리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도 한 둘이 아니었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기부 주도하에 조사에서부터 종결처리 결과발표로 이어졌다. 당시 바레인과 아부다비에 근무하던 대한항공 상당수 직원에게 김현희 체포와 관련한 공로가 인정되어 정부포상이 주어졌다. 이뿐 아니라 만약 다른 이유로 항공기가 폭파되거나 실종되었다면 책임을 추궁당하고 처벌을 받아 마땅할 직원들까지 포상자 명단에 포함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당시 조중훈 회장은 다른 사고원인의 가능성을 조사하기도 전에 북의 소행이 틀림없다고 주장했고 안기부도 그렇게 몰고 갔다.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잔해를 찾아내어 원인 규명을 했어야 옳았다. 또한 시신 수색 등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마땅했다. 사고해역에 식인상어가 우글거린다면서 수색을 포기하고 서둘러 사건을 종결한 후 김현희를 선거 전일 압송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실종자의 남겨진 가족은 시체도 유품도 하나 없는 상태에서 가슴에 멍울과 억울함을 품고 오늘날까지 버티고 있는데 말이다.


북의 지령에 의해 비행기가 공중 폭파되어 승객과 기체 모두가 영원히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를 그대로 믿어도 좋은가. KAL858기 사건은 군부독재 민정당의 정권 연장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민주화의 물줄기를 비틀어버린 결과를 낳았다. 의혹 덩어리인 이 사건이 허점투성이의 각본에 의한 조작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한데에는 당시 정부뿐 아니라 대한항공도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나중에라도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 사고조사협조를 구하여 기체조사에 의한 명확한 결론을 얻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원래 이 시에서의 ‘세컨드 라이프’는 인터넷 속에 존재하는 가상현실공간을 의미한다. 그 공간에서 ‘버뮤다’를 연결시킨 시인데, 엉뚱하게 항공기 실종사건을 이야기하고 말았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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