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밭 근처에서 텃밭을 가꾸는 처제가 아내에게 전화해 도둑이 농작물을 뽑아갔다고 하소연을 한다. 밭이 길옆이고 외진 구석이다보니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도난이 손쉬운 장소이다. 농작물이 다른 밭보다 잘됐다면 탐심에 사로잡힌 자들에게는 표적이 된다. 그나마 대책이 된다면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처제는 독특한 주관이 있어서 울타리는 만들지 않겠다는 주의이다.
사실 우리도 울타리를 만들었지만 도난에 대한 대비책 보다는 고라니의 습격을 막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농사를 하다보면 울타리로 고라니는 막지만 사람의 탐심은 막을 길이 없다. 내가 직접 개간한 밭도 처음에는 고라니의 습격을 여러번 받았었다. 그 때마다 울타리망으로 대비를 했었다. 그런데 2년전 수확을 앞둔 마늘 200여개를 도난맞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철저히 울타리를 해야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나름대로 견고한 울타리와 출입문을 만들었다.
하지만 아마츄어의 공사는 완벽하지 못하다. 그물망의 일부를 손상하고 침투하는 도둑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표적이 농작물에서 창고에 보관중인 농기구와 연장으로 바뀌었다. 보강에 보강을 거듭해 지금은 나름 견고한 울타리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되었다. 번호키를 사용중인데 번호키를 이렇게 저렇게 조작해 뚤려버렸다. 다행히 창고는 디지털키로 견고히 장치가 된 덕분에 창고밖에 있던 워터펌프 1개와 전지가위가 사라져 버렸다.
견물생심이라는 사자성어는 인간의 탐심을 너무나 잘 표현하는 언어라 생각된다. 하와도 보지 말아야할 과일을 쳐다본 탓에 범죄에 빠졌다. 우리의 주변에는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 것들로 가득차있다. 사실 그 유혹을 이기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그래서 서로 조심을 해야 한다. 도난을 당한 다음에 원망한들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감시카메라가 도처에 넘쳐나지만 그 방법 역시 만능은 아니다. 중국처럼 안면데이타가 확보된 상태라면 검색으로 찾아내겠지만 자유민주 국가에서는 개인의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안면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획실한 증거를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