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반대합니다|작성자
1. 여는 글
먼저,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제1의 가치로 생각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남북한의 긴장감이 높아져 가는데 국면을 전환하고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하며 대화의 장을 여는데 올림픽이 좋은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역시 공감합니다. 그러나, 국가가 지향하고 있는 그 목표에 동의하였다는 것이 그 방법과 과정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제 식견이 짧고 경험은 미천하며 연륜과 경륜에 있어서도 부족한 부분이 많음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남북 단일팀 추진의 과정을 보면서 본인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반박을 미약 하나마 부족한 글로 남겨 봅니다.
2. 내재적 측면 - 아이스 하키라는 종목에서부터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제1의 가치로 생각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허나 작금의 남북 단일팀 추진 건에 대해서는 아이스하키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우선 아이스하키라는 그 운동의 내재적 측면에서부터의 문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2.1. 단체 운동 / 호흡
평창 동계올림픽의 종목 중 '여자 아이스하키'가 단일팀의 대상으로 오른 데에는 '단체 종목' 이라는 특성도 이유 중 하나라 봅니다. 철저히 개인의 기록을 통해서 출전권 확보 및 순위가 가려지는 개인 종목과 달리
하키는 '단체 운동'으로서 개인의 기량만으로 결과가 판가름 나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정부의 시각에서는
북한 선수들의 합류가 여타 종목에 비해 용이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단일 종목으로 많은 선수단을
부를 수도 있으니 좋은 기회라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수준이 여타 종목에 비해서 나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단체 운동이라는 특성 때문에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북 단일팀 추진에 반대합니다.
아이스하키는 무엇보다 선수 간의 호흡이 중요한 운동입니다.
여느 단체 구기 종목이 그러하겠지만, 아이스하키도 부족한 개인기량을 팀원 간의 호흡과 끈끈한 조직력으로 극복해 낼 여지가 있습니다.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2002년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팀이 그러하였듯 상대와의 기량의 차이에 대해 조직력을 앞세운 플레이를 통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아이스하키는 축구에 비하여 국가 랭킹간 격차가 크기에 기량의 차이를 100% 조직력만으로는 메울 수 없습니다. 큰 간극은 분명 존재 합니다. 그러나 조직력을 무기로 내세웠을 때 상대해 봄직한 상대도 분명 존재한다고 저는 우리대표팀의 역량을 믿습니다.
더불어, 하키는 그 종목의 특성상 경기 진행이 매우 빠릅니다. 그 빠른 속도 속에서 올바로 전략과 전술을 이행 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팀원 간의 호흡입니다. 아이스하키의 경기장은 사방이 막힌 빙상장으로 사이드라인 아웃, 엔드라인 아웃이 없습니다. 반칙 상황이거나 골리(골키퍼)가 퍽을 잡지 않는 이상, 경기가 중단되지 않고 진행 됩니다. 빙판위의 선수들은 쉴 틈 없이 스케이팅을 하면서 동시에 상대 선수의 위치와 경기의 흐름을 읽어야 하며 또한 같은 라인 메이트들과의 약속된 플레이를 해내야만 합니다. 이 지점에서 무엇보다 호흡이 중요 합니다.
더불어, 통상적으로 4개라인(공격수3인, 수비수2인)으로 구성되는 출전 선수들은 끊기지 않고 진행되는 경기 속에서 유려하고 빠르게 라인 교체를 해야만 합니다. 라인 교체에서 실수는 곧 실점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이 역시도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적절한 라인 교체의 시점을 맞춰 나가왔으며 이 역시도 하키에 있어서 중요한 호흡의 일환입니다. 그러나 이제서야 추진되고 있는 남북 단일팀 추진은 함께 훈련한 시간이 전무하기 때문에 팀 호흡이라는 측면에서 어떠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때문에 대회가 30여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추진되고 있는 남북한 단일팀은 상기의 아이스하키의 특성을 미루어 보건데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2.2 출전 선수 / 기회 제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께서는 '최대한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IOC에 올림픽 출전 선수 인원을 30여명으로 늘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무런 실효성 없는 책상 위에서 나온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22명으로 준비되는 라커룸의 개보수 라는 현실적인 면을 차치 하더라도 위의 방안으로 인해 우리 선수들이 얻게 될 혜택은 전무 합니다. 총인원과 상관 없이 경기당 출전할 수 있는 인원은 22명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올림픽에는 가더라도 해당 경기에는 출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 선수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지난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북한 선수라면 낯선 곳에서 정치적 쇼의 들러리가 될 뿐입니다.
이에 회장께서는 경기당 출전인원을 늘리는 것까지도 IIHF에 건의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하키라는 종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에 나온 대안 아닌 대안책입니다.
3~4개의 라인으로 구성되는 정규 라인은 각각의 역할과 라인 내 팀워크가 있기에, 설사 출전 인원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떠한 실효도 없습니다. 짜 놓은 각각의 라인과 라인 별 선수 구성은 특별한 전략적 선택이 아닌 다음에야 코칭 스태프가 경기 중 라인별 선수를 교체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로 인해 혼란만 가중 되고 제대로 된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 입니다.
또한 인원이 늘어났다고 해서 5~6개의 라인을 늘리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 경우는 단지 선수들의 아이스 타임(빙판위에서 그 선수가 플레이한 시간)만 축소할 뿐 그 입니다. 다른 팀들의 경우 팀의 중요 전력인 선수들의 평균 아이스 타임이 18~20분으로 전력을 극대화 하겠으나, 우리 대표팀은 오히려 늘어난 인원으로 인해 주요 선수들의 아이스 타임이 10분 초반대로 줄어들게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팀 전체의 전력의 약화는 불가피 합니다. 오히려 스코어링 라인, 체킹 라인 등 각각의 라인 운용을 복잡하고 번거롭게 만들어 전력의 효율적 운영 만을 어렵게 할 것입니다.
상기의 조건으로 볼 때 설사 단일 팀이 되더라도 기존의 팀원이 아닌 북한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경기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이를 다른 제도나 규정으로 막는 것은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이스 하키에서 라인을 구성하고 전략과 전술을 짜는 것은 경기의 일부로 온전히 코칭스태프의 몫이어야 합니다. 만약 정치적인 이유로 라인을 구성함에 있어서 북한 선수들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던가 혹은 북한 선수는 최소 몇 분 이상을 플레이한다 등의 외부적 요인이 작용한다면 이는 분명 올림픽 정신에 반하는 행위 일 것입니다.
따라서 대회가 30여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추진되고 있는 남북한 단일팀은 상기의 아이스하키의 특성을 미루어 보건데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4. 닫으며,
아이스하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사실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어쩌면 위의 국민 청원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이 글 역시도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은 채 조용히 사장될 지도 모릅니다. 아니 청원은 되더라도 이 글은 거의 분명히 조용히 묻힐 것입니다. 아무도 저희의 요구에 답을 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또 답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명 받고 있지 못한 '여자 아이스하키'라는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불합리한 정책으로 인해 상처 받고 있는 우리 대표 선수들을 보며 미약하나마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무런 친분도 직접적인 연관도 없으나, '하키'라는 공통 매개 때문에 조금 더 그녀들의 소식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고 그렇기에 소리를 낼 수 있는 소수 중에 하나라고 생각 해습니다. 혹시라도 저희들의 목소리가 계신 그 곳에 닿는다면 이 시간까지도 걱정하고 있을 우리 대표 선수들에게도 이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이고 대표하고 픈 나라일 수 있도록 올바른 판단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제1의 가치로 생각하고 있음을 밝히며,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우리 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