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대학교 입학을 앞둔 빠른 90이라(ㅡㅡ;;) 아직 스물 안된 소녀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그리고 중학교 3학년 중반까지 저는 장래희망란에 아무 생각없이 그냥 '교사'라고 적어왔었습니다.
즉 제가 뭘 원하는지 정말 뭘 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고 딸이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하시는 부모님의 말씀에 무조건 순종해
왔던거죠. 미래에 대한 비젼이 없는 바보였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생활의 끄트머리를 보내고 있을 즈음 도덕 선생님께서 수행 평가로 자기 진로에 대한 맵을 그리는 숙제를 내주
셨습니다. 우선 제일 중요한 직업부터 설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내신따는데는 정말 이를 악물고 덤볐
던 저라 거의 밤을 새다 시피 고민하고 생각하다 문득 제 뇌리를 번뜩 스쳐 지나간 것이 있었습니다. '아나운서..' 순간 저도 모
르게 가슴이 벌렁이기 시작하더니 뭔가 뜨거워지는게 느껴졌습니다. '아.. 정말 하고 싶다.' 그 때는 아주 큰 포부를 가지고 목
표대학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로 하고(어릴 때는 다들 이렇게 시작하잖아요 ㅡㅡ;;호호호~^^;) 그렇게 고등학교를 진학 했습
니다. 그런데 제가 알고지내던 저와 현실의 저는 너무 다르더라구요. 중학생 때 학원 하나 안다니고 공부해도 내신은 잘받아서
'나중에 플랫카드 하나 걸어야지.' '서울대정도 안가겠나.' '욕심이 많아서 뭐가 될지 참 기대되네.' 이런 어른들의 칭찬을 받으
며 고등학교에 입학한 저는 막상 수능이라는 큰 벽 앞에 섰을 때 저 자신이 너무도 작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정말 중학교 때 실
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주위 말을 실감하도록 제 모의고사 등수는 형편없었고 점점 목표 대학도 아래로 향했습니다. 그래도
욕심은 많아서 무식하게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 기대와는 달리 고3 한해는 제 인생에서 최악의 해가 되
어버렸습니다. 3월 말 부터 아주 작은 희귀병(?)(막 넘실넘실거리는 바다 물결 위에 떠있는 느낌이 들고 무기력 해졌어요 뉴
뉴) 에 걸려 모의고사 치다가 몇번 그냥 나와 버린 적도 있었고 신경정신과를 가도 백병원 원장님을 찾아가도 한의사에게 가
도 아무런 진단도 처방도 없어서 많이 울었습니다. 진짜 앞으로 살면서 울 거 다 울어버릴 정도로 말이죠. 지금도 아직 증세가
있긴 한데 이제 마음을 놓아버려서 그런지 신경쓰이는건 덜합니다. 또 한창 체력관리에 주력해야할 여름...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려서 오리털 이불 덮고 뜨거운 생강차 마셨던 기억도 나고 여름방학 때 그 희귀증세가 심각해져서 수능포기와 휴학
도 진지하게 고민해 봤습니다. 또 수능 전 일주일 동안 3번 체해서 고생했던 기억도 나네요. 수능 전날은 너무 긴장했던 탓에
속에서 불이나서 1시간 반 정도 자고 시험치러 갔었고, 수능 당일은 아침에 속이 안좋아서 토를 했던 기억이... 고3 시절 누구나
다 말못할 만큼 힘들기 마련입니다만 전 정말 죽고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고3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한이 많아서그런
지 ^^;;;) 중요한 1년 그렇게 허겁지겁 보내고 나니까 별로 남는 것도 없었습니다. 당일 컨디션 문제가 컸는지 평소 보다 거의
평균 1~2등급 떨어진 제 성적표를 받았는데 그냥 멍했습니다. 왜 충격을 받으면 눈물도 안난다잖아요 그냥 그 상황속에 묻혀
있을 뿐이지.. 부모님과 선생님은 실망이 너무 크셨던 탓인지 대학 상담도 전에 재수이야기 부터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너무
두려웠습니다. 고3 현역 때 그렇게 힘들었는데 재수를 하면 아마 올해 12월 쯤 제가 신문에 나오는건 아닌지 싶어 무서웠습니
다. '수능 성적 비관, 재수 끝에 자살.. 수능이 뭐길래?' 뭐 이런 헤드라인으로.. 자신감이 급다운되어 버린 저는 재수를 하려니
자꾸 부정적인 기대만 들어서 결국 포기했습니다. 대학입시 앞에서는 꿈도 용기도 열정도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냥 취업 잘
되는 데로 가라는 말씀에 충북 제천에 있는 세명대학교 간호학과에 지원해 합격을 했는데요.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 데도 그래
도 자꾸 아나운서에 대한 미련이 남아 '여기서도 열심히 하면 충분히 될수 있을거야.' , '평생 후회하느니 한번 해보는 게 낫잖
아,' 하며 저 자신을 합리화 시켰습니다. 이런 계속되는 미련들은 이제 간절함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아나운서. 정말 되고싶습니다. 사람들이 '그게 왜 그렇게 되고 싶냐?' 고 물으면 대답합니다. ' 세상이야기가 참 재미있어서..
또 그걸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전한다는게 재미있는거 같아서..' 이렇게 마음과 머릿속에는 아나운서로 가득 찼는데 제 현실은 그
렇지 못한거 같아서 힘듭니다.
부모님께 아나운서 하고 싶다하면 머리부터 아파 하십니다. '왜 그렇게 현실을 모르고 설치냐고,,' '분수도 모르네..'이러십니
다.
솔직히 이 글 읽으시는 분들 제가 갈 세명대학교 라는 곳 다 처음들으실 건데요 (참고로 4년제 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이;;; 꿈을 이루기엔 학력 부분에서 너무도 부족한 거 같습니다.
아나운서들 보면 스카이나 인서울 대학들 그리고 지방 명문대.. 이렇게 많이 나오셨는데 거기에 비하면 너무 부족한 제가 어떻
게 해야 되는지 고민입니다. 그래도 '꿈을 꾸는 사람은 언젠가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에 위로받으며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만일 학력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건지 아니면 또 이 부족한 점을 다른 재능을 기르기 위한 채찍질로 삼아보는 건지..
나이가 어려서 (핑계지만 ;;) 아나운서의 자질에 대해 잘 몰라서 경험이 많으신 분들께 조언 구하고 싶습니다.
아랑카페는 타 카페들에 비해 댓글을 정말 정성스레 달아 주시는 거 같아서 좋은 것 같은데 바쁘시더라도 꼭 부탁드립니다.
꾸벅~
첫댓글 밑에 워낙 좋은 답글이 있어 조언은 생략합니다. 참고로 김주하, 박혜진, 최송현 아나운서도 대학 편입했습니다. 조금 덜 알려진 대학 출신 아나운서도 많고요.
김주하씨는 다시 수능 본 거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 사람 책에서 봣음-_-;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뭔가 생각이 잡히네요^^
손정은 아나 추가요
아가 토닥토닥.. 힘내요- 아직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준비하세요-^^
고맙습니다 뉴.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꼬... 아직 핏덩인데... 힘내요~ 참... 살다보면 꿈도 변하기도 해요. 아나운서도 좋지만 다른 좋은 것도 아주~ 많아요. 아주~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
세명대 출신으로 이번에 KBS 들어온 기자도 있긴 합니다. ^0^
우왓? 정말요? 진짜 하기 나름이네요 ^^
아나운서할려면 치아교정도 해야하고 아카데미도 수강해야 하고 얼굴도 좀 손보고 머리도 해야하고 이래저래 돈이 많이든다는거 학벌은 둘째치고
부모들이 쫓아다니면서 각종 지원 안해주면 방송사 아나운서 지원하기 힘들거요 그리고 그런걸 못해준다고 원망하는 무개념 애들이 있지
제가 너무 몰라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솔직히 부모님 도움 받을 생각은 해본 적 없습니다. 제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어떻게든 해봐야겠죠 ;;;
글쓴님, 저도 토닥토닥. 마음 많이 아팠겠네요. 토닥토닥. 희귀병의 원인은 제 생각엔 마음의 문제인 것 같아요. 입학 앞두고 EBS지식채널e 여러편 보는 게 어때요?^_^ 그리고, 뭘 하든...다 자기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가능성을 많이 열어두고, 많이 생각해보세요.^-^
조언감사드리고 가르쳐 주신데로 많이 생각해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