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6월까지 총 230건
4월 전매제한 완화 이후 대폭 증가
실거주 의무 여전해 주의해야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이 지난해 5배로 뛰었다. 집값 바닥 인식이 퍼지고, 분양가 급등 공포가 커지자 수요가 늘어났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을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분양가보다 5억원 뛰는 등 몸값도 오르는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 불황과 각종 규제에 묶였던 서울 분양권·입주권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서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총 230건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48건보다 380%(182건) 증가한 수치다. 지난 한 해 총 거래량 80건과 비교해도 거의 세 배에 이른다.
지난해 매달 한 자릿수를 이어가던 서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올해 1월 20건, 2월 12건, 3월 23건에서 4월 55건, 5월 80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6월은 현재 40건이지만 실거래 등록 기한이 한달가량 남아 있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분양권·입주권 거래량 급증은 지난 4월 정부가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에서 최대 3년으로 대폭 축소한 영향이 크다. 특히 공공택지와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규제지역의 전매 제한 기간은 3년이지만 그 외 지역은 서울이라도 1년으로 짧다. 이에 청약 당첨자들이 분양권을 매도하기 용이해졌다.
여기에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새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분양권·입주권 시장에 몰려들었다. 특히나 서울은 3기 신도시 등이 공급되는 경기·인천과 달리 신규 택지가 적어 청약 당첨 확률이 낮다.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이 충분치 않기에 수요자의 눈이 분양권·입주권에 쏠리는 분위기다.
최근 분양가가 급등해 더 늦기 전에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조급함도 거래량 증가에 한몫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3105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0% 뛰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분양권은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라면서 "공사비 인상으로 앞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더 오르리라는 심리가 번지면서 이미 분양된 아파트의 분양권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요가 늘자 가격도 눈에 띄게 오르는 중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분양권은 최근 18억원에 손바뀜됐다. 같은 면적 분양가가 12억원 초반~13억원 초반대인데, 이보다 약 5억원 높은 값이다. 인근 대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 84㎡ 매매가가 최근 1년 만에 20억원대를 회복하면서 시세차익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59㎡ 분양권도 지난달 11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6억원 후반~7억원 초반대이던 분양가보다 4억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다만 아직 분양권을 안심하고 거래하기에는 제도가 불완전하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당초 정부는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 완화와 함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아무리 전매가 가능해져도 당첨자 실거주 의무가 없어지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여전히 계류 중이다.
거래 시기에 따라 세금 부담이 상당한 것도 잘 살펴봐야 한다. 분양권의 경우 청약 당첨일로부터 1년 내 매도하면 시세 차익의 77%(지방소득세 포함), 1년 초과 시엔 66%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양권·입주권 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실거주 의무가 여전해 시장이 활성화되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매수자들도 입주가 아닌 취득이 취득세 부과의 기준이 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