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서울에서의 기훈이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니 날짜가 넘어간다.
해찬솔의 장수 팔공산에 가고 싶지만 무리일 듯해 바보에게 윤의원과 연락해
장흥쪽 산을 가자고 하라한다.
당초 9시에 부용산 입구에서 만나자고 해 시간 맞춰 가는데
9시에 읍 토요시장에서 약속이 있댄다.
10분 전에 읍에 도착해 시장 구경을 한다.
너른 시장에 마늘과 여러 모종들이 많고 나이든 할머니의 좌판 앞을
가끔씩 단체 관광객들이 지나간다.
다리에 나와 기다려도 연락이 없다.
다리 위에서 경상도 말씨를 쓰는 골동품 가게 주인과 이야기르르 나누며
물건 구경도 한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라며 자칭 노빠 문빠란다.
9시 반이 지나 윤의원을 만나 내 차로 이동한다.
외곽도로가 새로 뚫려 용산면 소재지로 들어가 운주마을 입구에 차를 세운다.
그러고 보니 윤의원은 사람 만난다고 신은 신발을 등산화로 갈아신지도 않고 탔다.
다시 읍에 다녀와도 될 터인데 난 그냥 무시한다.
속으로는 죄송하다. 이정표를 제대로 보지 않고 임도를 따라가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되돌아 온다.
풀속에 등산로 표지가 있어 지나가니 부용사로 오르는 시멘트포장길을 만난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하얀 길은 가끔 나무가 그늘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땡볕이다.
보랏빛 엉겅퀴가 많고 같은 색깔의 꿀풀도 보인다.
하얀 개망초꽃도 높이 피어 있다.
빨간 뱀딸기가 바닥에 앉아있고 가시를 단 산딸기가 빨갛게 유혹한다.
뒤에 쳐저 혼자 따 먹고 가는데 바보도 알고 따 먹는다.
신발이 걱정인 윤의원은 혼자 앞서 가신다.
대가 오른 취나물 윗쪽과 잎이 다 피어버린 두릅의 끝순을 따며 오른다.
1.2km 시멘트길을 오르는데 벌써 지친다.
공사중인 임도입구 앞에 행복의 석상을 보고 잠깐 큰 나무 사이를 오르니
초롱 연등이 보이고 개가 짖는다.
두마리 개가 위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다.
멈췄다나왔다 하는 꼭지에서 물을 받으니 시원하다.
약초가 많다는 약다수다. 동학농민전쟁 때 불타버렸다는 글이 써 있다.
건물 한 채에 대나무 울타리가 있는 사찰엔 불교대학과 법회시간 등이 안내되어 있는데
개가 짖어대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개가 짖어대 안에는 못 들어가고 화장실 앞의 등산로를 오른다.
이제 본격적인 등로가 시작되는데 가파르지는 않은 듯한데 힘들다.
사람 다닌 흔적도 거의 없다.
뒤에 오는 두 여성이 걱정되지만 나도 배낭이 무거워 낑낑대며 오른다.
돼지주물럭에 도시락 등을 챙긴 작은 배낭이 단단하다.
취나물 웃순을 꺾으며 한참을 올라도 용샘은 나타나지 않는다.
지칠무렵 길이 옆으로 휘어지며 짙은 숲으로 들어거니 풀들이 수북한 용샘이다.
물은 없다. 배낭을 열어 가느다란 물을 떠 올려 한바가지 채워 취나물 등을 씻는다.
물을 마시고 한참 기다려도 오지 않아 걱정하는 차에 전화가 왔다.
바보는 쓰러지기 직전이라고 기다리라고 한다.
한참 후 둘이 올라와 물을 마신다.
갈아 온 블루베리 생주스를 마시고 100m 위의 정상을 오른다.
100미터가 멀다.
능선에서 오른쪽은 제한구역이라고 써 있다.
왼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정상석이 보이고 헬기장이 둘인데 뙤약볕이다.
다시 돌아와 삼거리에 서 있는 둘에게 여기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그늘 속이 좁고 옹색하지만 자릴 잡고 불을 켠다.
모기들이 윙윙거리고 파리들도 온다.
주물럭을 태우며 익혀 내가 키운 상추와 뜯어온 취와 두릅으로 향취를 보태
점심을 먹는다. 바보가 챙겨 온 막걸리 한병을 마시며 난 점심을 몇번 받아 먹는다.
돌아서 오도재로 가며 가파르지 않을 것 같은데 자신이 없다.
신발 사정이 어려운 윤의원이 올라 온 길로 가자해 그렇게 한다.
내리막에 발에 물집에 생겼을 것이다.절에서 화장실에 들른 바보를 기다려
옆 계곡의 숲에 다녀 온다.
하얗게 물든 미역줄?인가의 잎을 보며 내려오다 바보가 전화기를 찾는다.
화장실까지 다시 올라가 수건과 함께 찾아온다.
올랐던 면소재지쪽으로 향하지 않고 예전부터 보아두었던 나무를 보자고 왼쪽 마을 쪽으로 운전한다.
다행이 길은 연결되어 있다.
천연기념물인 어산리 푸조나무를 나 혼자 내려서 보고
읍의 '오래된 숲'에 들른다.
예전 알던 사람은 보이지 않고 젊은이들이 수제맥주만 있다고 한다.
나 혼자만 한잔 사 주신다. 관산의 동백숲에 이웃하여 산다는 남자 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온다.
바보가 운전하는데 여름 더위 탓인지 더위에 졸면서 운전한다.
다리 아픈 바보가 밖에 나가 저녁을 먹자고 해 처음 보는 중국집에서 죽엽주에 마라탕을 먹고 반쯤 취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