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수가 신앙생활에 심취한 뒤 여러가지 변화가 일어났고, 결과적으로는 운동생활까지도 영향을 받아 만남이 뜸~해졌고, 거기다가 교통사고에 코로나세상까지 겹치고, 또 안선생님까지 날벼락 수준의 부상이 더해지며 과거 현재 미래 모두가 어둠속에 묻히고 말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와이키키 브러더스의 현실판이 따로없었다.
그러던 중 그 기나긴 시간동안 그 틈을 메꿔준 매체는 운동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당구'였다.
운동량으로만 보면 산책하는 수준에도 못 미치니 당연히 운동 범주에 넣기도 어렵다.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마라톤이나 런닝이 정해진 길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이동하느냐의 문제가 핵심이라면 당구는 한정된 공간내에서 공이 움직이는 길 자체를 설계하고 만들어내는 일이다보니 묘한 비교가 된다.
정해진 길과 만들어 내는 길.
speed와 exact
physical과 mental
self-control과 competition
... ...
아무튼 곡절끝에 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날이 왔다.
토요일 06:00 마전교
맴버 셋이 구성이 됐고 말리까지 더해지며 옛날 분위기가 완벽하게 재현된다.
첫날이고 몸 상태들이 검증되지 않았으니 5Km만 한정해서 마전교에서 추천대까지 왕복하는 코스로 정하고 출발
교통사고로 왼쪽무릎이 완전히 망가졌던 오선수는 장애인의 문턱까지 갔다온 사람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온전한 자세로 수월하게 달려나간다.
안선생님 또한 몇달간 노심초사하며 쉬었던 몸은 아닌데...
말리도 이 상황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듯 잘 적응하고 대열에 맞춰달린다.
31분 걸려서 5Km를 완주.
마치 장거리훈련이라도 무사히 마친 것처럼 뿌듯하다.
이후의 시간도 예전과 비슷하게 이어진다.
미가옥에 가서 콩나물국밥으로 아침식사, 말리는 차에서 대기, 그 뒤론 오사장 사무실로 이동해 고가의 머신에서 만들어진 원두커피를 마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