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에 시작된 달 탐험 프로그램 ‘아폴로 플랜’은, 1969년 7월 아폴로 11호로 달에 인간의 발자국을 새기고 벅찬 감동의 대드라마들을 연출하며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로 막을 내렸다. 방하나 크기만한 컴퓨터가 지금의 소형 PC만한 기능도 못 했던 시절, 지금으로서는 고철덩이나 다름없는 기자재로 달 탐험이라는 위업을 이뤄낼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믿음과 그 믿음을 실현하려는 집념이 있었다. 이 영화는, 1970년 4월 우주 비행 도중 산소 탱크 폭발로 맞은 절망적 위기를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귀환한 아폴로 13호의 실화를 재현했다. 우주에서 뜻하지 않는 사고를 당해 절체 절명의 위기에 처한 세 우주비행사와, 그들을 구해 낸 사람들의, 바로 그 ‘믿음’과 ‘집념’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세 번의 우주비행을 해낸 노련한 42세의 우주비행사 짐 러블(Jim Lovell: 톰 행크스 분)은 1969년 7월 20일, 동료 닐 암스트롱의 역사적인 달 착륙 장면을 TV로 지켜보며 ‘반드시 달에 가보고 말리라’는 자신의 꿈을 다시 한번 아프게 가슴에 새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뜻밖에도 일찍 그 기회가 찾아온다. 6개월 후에 발사될 아폴로 13호의 선장이 중이염으로 도중 하차하게 되어 짐이 13호 탑승팀으로 교체 투입된 것이었다. 노련하고 포용력 있는 선장 짐 러블과 연습 벌레이자 완벽주의자인 사령선 조종사 켄 매팅리(Ken Mattingly: 게리 시나이즈 분), 재치 있고 용의주도한 달착륙선 조종사 프레드 헤이즈(Fred Haise: 빌 팩스턴 분), 세 사람은 6개월 동안 고통스러운 훈련을 감내하며 달에 갈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발사 이틀을 남기고 예비 탑승팀에 홍역환자가 발생해 아직 홍역을 앓지 않은 켄이 전염됐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팀에서 제외된다. 대신 예비 탑승팀의 일원이며 신참내기인 잭 스와이거트(Jack Swigert: 케빈 베이컨 분)가 사령선 조종사로 팀에 새로 합류한다. 지상에 남게 된 켄은 분루를 삼키며 허탈감에 빠진다. 드디어 발사일, 새턴 5호 로켓에 실린 아폴로 13호가 어마어마한 화염을 일으키며 하늘로 솟아오른다. 마침내 달 탐험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지구 궤도를 이탈해 달을 향한 비행을 시작하고, 달착륙선과 도킹까지 무사히 마친 비행사들이 달 궤도 진입에 앞서 휴식을 취하려는 순간, 난데없는 폭음과 함께 우주선이 요동하기 시작한다. 산소 탱크 안의 코일이 전기 합선으로 감전을 일으켜 폭발한 것이다.
냉철하고 철저하기로 소문난 휴스턴 비행 관제센터의 진 크란츠(Gene Kranz: 에드 해리스 분) 관제 본부장은 휘하의 기술진을 몰아치고 독려하며 신속히 사태수습에 나선다. 크란츠는 폭발로 기계선 엔진이 손상됐을지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즉시 회항’ 대신 달 인력을 이용해 우주선이 달 궤도를 돌고 나온 후 착륙선 엔진을 작동시켜 귀환 길에 오르게 한다는 ‘자유순환 궤도’ 방법을 택한다. 전력의 많은 부분을 상실한 사령선을 재진입시 활용하기 위해 사령선은 일시 폐쇄하고 착륙선을 구명정으로 삼아 지구 재진입 지점까지 운항하기로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또 한번의 위기를 맞지만, 직원들이 기지를 발휘해 아슬아슬하게 넘긴다. 탑승팀에서 제외된 후 실의에 빠져 있던 켄 역시 동료들의 소식을 듣고 팔을 걷어붙인다. 며칠 동안 냉동 상태에 있던 사령선을 전류 20암페어만으로 재 가동시키는 방법을 알아내라는 과제를 맡은 켄은 필사적으로 작업에 매달려 마침내 풀어내는데.
[스포일러] 컴퓨터도 없이 수동조종으로 궤도 수정을 해가며 천신만고 끝에 대기권 진입 지점까지 오게 된 비행팀은 마지막 고비를 맞는다. 방열판이 손상됐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기권과의 마찰로 발생할 섭씨 2000도의 고열을 캡슐이 견디어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모두가 불안해하는 가운데 대기권 진입에 돌입하고, 통신 두절 상태가 시작된다. 3분이 지나고, 4분이 넘도록 비행사들로부터 응답이 없어 모두 포기하려는 순간, 화면에 낙하산 세 개에 매달린 우주선 캡슐의 모습이 들어온다. 짐으로부터 “다시 만나서 반갑다!”는 응답이 전파를 통해 전해지자, 관제 센터직원과 가족들, 그리고 온 국민이 감격하며 환호한다. 이렇게 하여 달 착륙에는 실패했지만, 극적인 귀환에는 성공한 아폴로 13호의 대 드라마는 ‘인간 승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된 채 그 막을 내린다.
{이 날의 감격적인 일은 ‘성공적인 실패’로 불렸다. 수개월간의 조사 끝에 폭발은, 산소 탱크 안의 불량 코일이 전기 합선으로 불꽃을 일으켰던 게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것은 내가 탑승 배정을 받기 2년전에 발생한, 사소한 결함이었다. 프레드 헤이즈는 아폴로 18호에 탑승할 예정이었으나 예산 삭감으로 취소돼 그 후 다시는 우주비행을 못했다. 잭 스와이거트는 항공 우주국을 그만둔 후 하원의원이 됐으나 의정 활동을 펴기도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켄 매팅리는 아폴로 16호 사령선 조종사로서 달 궤도를 돌고 우주 왕복선에도 탑승했으며 그후로도 홍역은 앓지 않았다. 진 크란츠는 비행 계획 국장을 지내다 얼마 전에 은퇴했다. 함께 일했던 많은 사람들이 관제센터를 떠났으나 일부는 남아있다. 내 얘기를 하자면 아폴로 13호 비행이 내 마지막 우주비행이 되었다. 그 후로도 동료나 후배들이 달에 갔다가 무사히 귀환하는 모습을 관제 센터나 휴스턴의 내 집에서 지켜보았다. 지금도 가끔 달을 올려다보며 행운의 여신이 함께 했던 우리의 긴 여정과 우리를 귀환시키기 위해 애썼던 수천 명의 사람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언제, 누가, 다시 저 달을 밟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