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최우성 기자]
진도읍내 진돗개 홍보관에서 만났던 충견 백구의 고향을 찾았다.
"백구는 1988년 의신면 돈지리 박복단 할머니집에서 태어나 1993년 3월 대전으로 팔려갔다.
그러나 늘 따사롭던 할머니와 손녀딸의 사랑이 그리워
백구는 새주인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 백구가 1993년 10월 자신의 목에 묶여있던 목줄을 끊고 탈출하여
300km 가 넘는 이곳 진도군 의신면 돈지리 옛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백구는 할머니의 따뜻한 품에서 살다가 2000년 2월 세상을 떠났다.
이에 의신면 돈지리 마을 주민들은 백구의 품성을 높이 기리고자 뜻을 모아 무덤과 비를 세웠다."
이상은 백구의 동상에 새겨진 비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나 동물이나, 정든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노릇이다.
또 정든 고향이라 하더라도 그 의리를 끝까지 지키면서 살기는 더욱 힘들다.
비록 동물이지만 자신을 길러준 주인의 정과 의리를 얼마나 깊이있게 느꼈으며
멀고 먼 타향땅으로 팔려가 살면서도 자신의 주인을 잊지 않고
전국을 헤맨 끝에 고향땅 진도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인지...
그냥 체념하고 새주인의 뜻에 따라 살았으면 편했을 백구였을 텐데...
한편 갸륵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우직스러운 충성심에 고개가 숙여진다.
이제 백구는 갔지만 그가 남긴 충성은 이제 진도와 함께 영원할 것이다.
백구 기념관에는 여러가지 자료가 있었을테지만, 마침 문이 잠겨 겉모습만 보고 돌아섰다.
진돗개 홍보관에서 보았던 내용들이 좀더 자세히 기록되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사람의 애완동물로 살지 않았다면 다른 삶을 살았을 법하지만
그래도 갇힌 삶을 비관하지 않고, 자신을 길러준 사람에 대하여
고마움으로 가득한 삶을 살다간 백구에게 경의를 표하며 백구의 고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