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흑발(白髮黑髮)
흑발백발망팔옹(黑髮白髮望八翁)
백발금일염흑발(白髮今日染黑髮)
일두흑백십년차(一頭黑白十年差)
초면부지경중인(初面不知鏡中人)
화옹<和翁>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된 팔십을 바라보는 늙은이
오늘 백발을 검은 머리로 염색을 했네, 그려!
머리는 하나인데 흑과 백이 십년차로 달라 보이니
거울 속에 있는 사람 나도 모르는 사람일세, 그려!
요즘 서울에는 동내 이발소가 없다. 미장원만 늘어나고 남자들이 한달에 한번 깎는 이발소가 다 없어져 버렸다. TV를 보니, 종로 3가 탑골공원 골목 상가 쪽에 이발소가 많다고 해서 아침 헬스장 운동을 마치고 가보았다. 탑골공원 주위로 골목마다 들어가 보았더니, 이발소 전광판 광고 간판이 빙글빙글 여러 곳에서, 돌아간다. 가격도 전동 광고판에 이발 4000원부터 6000원 7000원 8000원까지 다양하다. 주로 고객이 노인들이라, 이발료는 저렴했고, 염색 값도 6000원부터 7000원 10000원까지 다양했다. 화옹은 여태껏 흰머리를 염색 한번 하지 않았다. 거의 머리가 하얗게 된 백두옹(白頭翁) 자연 그대로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굳이 염색은 하지 않았는데, 이발소마다 살펴보고 나서 조금 넓고 이발사가 두 분이 하는 곳으로, 가보았다. 이발소 사장님은 머리는 검게 염색을 하고 얼굴은 싱글 생글 항상 미소를 짓는 인상이 퍽 좋은 얼굴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웃고 이발하는 사장님 이발소를 선택했다. 오전 9시 반인데 벌써 이발하고 염색을 한 사람이 두 분이 의자에 앉아있고. 두 분은 이발하고, 대기 손님은 한 분이 더 있었다. 화옹의 차례가 되어서 이발만 해주십시오, 했더니, 염색은 아니 하십니까? 염색은 해서 뭣하게요? 하시면 10년은 젊어 보일턴데요? 망팔 이 나이에 젊게 보여서 뭣하게요?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 좋습니다. 머리를 다 깎고 염색한 손님들을 보니 나보다 연장자 노인들이다. 염색을, 하지 않았다면 모두가 백두옹 노인들인데 정말 젊게 보였다. 그래서 화옹도 난생, 처음 해보는 머리염색을 부탁했다. 하얀 머리에 감에서 뽑은 식물성 염색이라고 옻도 오르지 않는다고 염색하는 여자분이 설명한다. 염색은 따로 하는 분이 있는 업소다. 염색약을 바르고 1시간 동안은 두어야 한단다. 1시간이 되어서 머리를 감고 거울 속에 내 모습은 보니, 참 가관이다. 앞머리가 머리숱이 없는데, 다가 옆머리 뒷머리만 새까맣다 보니, 앞머리가 없는 상태로 대머리가 확연하게 눈에 띄게 선명하게 보여서 젊었을 때 나의 모습이 아니다. 머리가 흴 때는 앞 대머리 윤곽이 드러나지 않더니, 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보니, 완전 대머리 윤곽이 뚜렷하게 보여서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거울 속에 내 모습을 보고 괜히 염색했다. 후회를 해보았다. 사람도 자연 속의 생물이라 자연 그대로 두면 아름답다. 늙으면 늙은 대로 주름살도 흰 머리도 연륜의 태가 아닌가? 인위적으로 젊어 보여서 뭐가 좋으랴! 싶다.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머리염색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늙으면 늙은 모습대로 살아가련다. 얼벗님들! 화옹 이발 머리염색 단상입니다. 동절기에 독감 감기 조심들 하십시오. 여여법당 화옹 합장.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