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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석파정 서울미술관
[미술여행=윤장섭 기자]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석파정 서울미술관이 임직순 작가(1921-1996) 작고 30주기를 맞아 '색채의 대가' 임직순의 예술 세계를 기리는 특별 회고전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를 7일 개최한다.
“화가란 겉모양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화가는 그 내면에 접근하기 마련이다. 내가 화필을 들면 소녀와 꽃은 형태를 떠나 정열과 고뇌와 사랑으로 다가 온다." 그래서 나는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고 한 임직순이 남긴 이 한마디에는 평생 그림을 향했던 작가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소녀와 꽃, 산과 바다처럼 우리 곁에 있는 익숙한 대상을 바라보며, 작가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 너머에 깃든 생명의 힘과 존재의 깊이, 그리고 그것을 마주한 자신의 내면을 화폭에 담았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임직순 작고 30주기 특별전: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 7일 개막(이미지: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전시소개 자료사진 캡처)
'색채의 대가' 임직순의 예술 세계
임직순은 한국 구상회화를 대표하는 화가다.(이미지: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전시소개 자료사진 캡처)
임직순은 한국 구상회화를 대표하는 화가다. 일본에서 유화를 공부하고 국전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1957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이후 추천·초대작가로 활동했다.
1961년 조선대학교 교수로 부임해 14년간 재직하며 광주에 정착, 남도의 자연을 본격적으로 화폭에 담았다. 임직순은 전국 단위 미술 전문 실기 대회인 ‘전국 학생 미술 실기 대회’를 창설하는 등 ‘광주 일요 화가회’와 ‘조선대학교 미술 연구소’ 등의 발족을 통해 호남 서양화단 구상 회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며 국전의 중심에 섰다.
생애 약 25차례 개인전을 열고 집필과 신문 연재, 표지화 작업도 했다.1921년 충청북도 괴산군에서 태어난 운창(雲昌) 임직순의 예술 세계는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색채로 여인과 꽃을 그려 ‘색채의 화가’이자 색채의 마술사’로 불렸다.
운창(雲昌) 임직순의 예술 세계는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색채로 여인과 꽃을 그려 ‘색채의 화가’이자 색채의 마술사’로 불렸다.
임직순은 1972년 도쿄 시모무라화랑(下村畵廊)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일본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설경> 등 24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일본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1973년에는 프랑스 파리의 Monnet & Peterie 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을 계기로 1년여간 파리에서 체류하며 많은 스케치와 그림을 남겼다. 1974년 한국으로 돌아온 후 서울로 작업실을 옮겨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임직순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 구성이 특징으로, 빛의 대비와 색채의 변주를 통해 유기적 조화를 이루었다. 주로 여인과 꽃을 소재로 한 안정적인 좌상 구도의 작품을 많이 남겼고, 자연 풍경 또한 즐겨 그렸다. 작품 초기에는 색채와 형상의 조화에 몰두하였으나 1973-4년의 해외 체류와 귀국 후 서울에서의 활동을 기점으로 그의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을 넘어 대상의 본질에 접근했다.
이번 전시는 그 오래된 이름을 다시 불러낸다. 전시장에는 가을처럼 짙은 색들이 펼쳐진다. 붉은 옷의 여인과 노란 꽃, 남도의 산과 바다, 항구와 나무가 이어진다. 작품들은 오래된 그림이지만 온기가 있다. 화려한 색채보다 먼저 다가오는 것은 그림을 대하는 한 화가의 진지함이다.
전시장에는 가을처럼 짙은 색들이 펼쳐진다. 붉은 옷의 여인과 노란 꽃, 남도의 산과 바다, 항구와 나무가 이어진다.(사진: 전시장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작가의 작품)
임직순이 생전에 남긴 말이 이번 전시의 제목이 됐다.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이다. 임직순은 꽃과 여인, 산과 바다처럼 익숙한 대상을 그렸다. 하지만 겉모습을 그대로 옮기는 데 머물지 않았다.
임직순은 1980년대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선, 두터운 마티에르로 화면을 채웠다. 1988년부터 신장병으로 투병한 말년에는 형태와 설명적인 요소를 더욱 덜어내고 선과 색, 힘찬 붓질에 집중했다. 작가에게 그림은 거창한 선언이기 전에 매일 하는 일이었다.
가장 왕성하게 작업했던 1980년대에는 오전이면 자택 화실에 여성 모델을 앉혀 인물화를 그렸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아내가 준비한 꽃을 화병이나 항아리에 꽂아 정물화를 그렸다. 전시장에는 그림 속 여인이 실제 앉았던 라탄 안락의자가 나왔다. 아내가 꽃을 꽂아주던 화병도 있다. 물감이 굳어버린 팔레트와 붓, 이젤도 남아 있다.완성된 그림 옆에 놓인 낡은 물건들은 ‘대가’라는 이름보다 매일 그림을 그렸던 한 사람의 시간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그림 속 여인이 실제 앉았던 라탄 안락의자가 나왔다. 아내가 꽃을 꽂아주던 화병도 있다. 물감이 굳어버린 팔레트와 붓, 이젤도 남아 있다.(사진: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전시소개 자료사진 캡처)
한편 임직순은 1996년 지병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화업에 정진하며 자기만의 다채로운 색채의 세계를 이루어냈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한 예술가가 자신만의 세계를 일구어온 회화의 여정을 폭넓게 조망한다. 특히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대형 작품과 더불어 1996년 작고하던 해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미공개 미완성작을 선보인다. 유화 약 80점을 중심으로 드로잉과 수채화, 판화 등이다. 임직순 작고 30주기를 기념해 마련된 전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 팜트리(미완성작), 1996, 캔버스에 유채, 73 x 90.5 cm, 개인 소장
고인이 살아생전 사용한 이젤과 팔레트, 붓과 물감, 가구와 생활용품 등 유품 30여 점도 공개된다. 특히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담긴 편지, 생전 그를 조명했던 수많은 기사와 삽화, 표지화 등을 한자리에 공개하여 화가 임직순의 예술과 삶을 보다 깊이 조명한다. 또 남겨진 1000여 점의 스케치 가운데 주요 작품을 골라 완성작과 함께 선보여 하나의 장면이 어떻게 한 점의 회화가 되는지도 보여준다.
미술관측은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자신의 내면을 길어 올리며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임직순의 이번 회고전이 그의 예술을 새롭게 기억하고, 한 예술가가 걸어온 시간이 오늘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이어지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 전시는 2027년 2월14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전시장의 모습)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 전시는 2027년 2월14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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