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당(作黨)과 외세 영합
중국의 전국시대 이야기다. 한나라에 선왕이란 제후가 있었다.
당시 한나라에는 공중과 공숙 두 권신이 실권을 독점하고자 각축하고 있었다.
이에 선왕은 그 둘 모두를 중용하기로 했다.
서로 견제하고 싸우게 만들어 그들의 세력을 깎아내자는 속셈이었다.
다만 자기가 헤아리지 못한 바가 있을까 싶어 규류라는 신하에게 자신의 방책이 어떠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규류는 단호하게 절대로 안 된다고 아뢰었다.
역사를 보면 선왕과 비슷한 계책을 쓴 군주가 적지 않았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몹시 나쁜 결과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강대국이었던 진나라는 여섯 가문을 중용했다가 그들 중 셋에 의해 나라가
공중분해되었고,제나라 간공은 전성과 감지라는 권세가 둘을 동시에 썼다가
자신이 죽임을 당하는 지경에 처했으며,
위나라 제후는 서수와 장의라는 권신을 둘 다 쓴 결과 국토를 잃었다는 것이다.
힘 있고 야욕 큰 권세가들을 동시에 중용했을 때 군주 자신은 물론
나라가 결딴나는 결과가 초래되면 되었지, 그들의 힘이 쇠하는 일은 없었다는 얘기다.
다름 아니라 권세가를 여럿 쓸 때마다 작당과 외세 영합이 번번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왕께서 그 둘을 다 중용하면 그중 힘이 센 자는 조정에 자기 파당을 형성할 것이고,
힘이 약한 자는 외세를 끌어들일 것입니다.
뭇 신하들이 안으로는 작당하게 되고 밖으로는 외세와 결탁하면 영토가 깎이게 될 것이니
왕의 나라는 위태로워질 것입니다.”(<한비자>)
실제로 전국시대의 역사를 보면 규류의 이러한 견해가 매우 정확했음을 알 수 있다.
조정에 자신의 사사로운 파당을 조성하는 일과 권력 획득을 위해 외세에 영합하는 행위는
결국 군주와 국가의 몰락을 야기하는 원흉이었음이다.
그런데 작당과 외세 영합이 국가 파멸의 주원인임이 과연 저 옛날만의 일일까?
조정은 오늘날로 치면 국가의 공적 영역이다. 권세가는 유력 정치인쯤에 해당된다.
이들이 국가 공적 영역에 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파당을 형성하고, 자기네의 사적
이익 관철을 위해 외세와 영합한다면 국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기야 역사는 오래된 미래라는, 유구한 세월을 거치며 검증된 지혜마저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팽개쳤으니 무얼 더 기대하겠는가 싶다.
( 김 월 회 /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