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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몽테규 대회에 참가했던 오재석(좌)과 곽정술(우)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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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에 끝난 프랑스 몽테규 국제친선대회에서 한국 U-15 대표팀은 4전 전패를 기록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물론 상대팀들이 모두 U-16 대표팀이 참가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살 어린 한국 선수들이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패배는 패배. 그러나 박경훈 감독도 “2007년까지는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를 하고 싶다. 지는 경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듯이 어린 선수들로서는 이번 대회가 값진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의 축구강국, 그리고 아프리카의 카메룬이나 코트디부와르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팀들과의 첫 실전경험은 2007년 한국에서 열리는 U-17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는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다음은 U-15 대표팀의 일원으로 프랑스 몽테규 대회에 참가한 곽정술(현대중)과 오재석(신갈고)의 체험담을 대화 형식으로 정리한 것.
오재석(이하 오): 정술아, 우리 축구하면서 이렇게 깨졌던 적은 처음 아니냐. 4전 전패라니...
곽정술(이하 곽): 그래도 좋은 경험했잖아. 세계는 역시 만만히 볼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꼈고...한국에서는 그래도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세계에 나가보니까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은 것 같아.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오: 정술이 사람 됐네.(웃음) 사실 나도 같은 생각을 했어. 지금처럼 해서는 2007년 세계대회는 물론이고, U-20 대표팀-올림픽대표팀-국가대표팀까지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아.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
곽: 몽테규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정말 적응이 안 되더라. 완전 시골인데다가 잔디가 우리와는 너무 달랐잖아. 잔디가 뭉쳐서 떡잔디 같은데다가 울퉁불퉁하고 바운드도 불규칙하고...첫날 훈련할 때는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도 않았고... 그나마 그런데서 훈련하다가 경기 뛸 때는 조금 나은 잔디에서 할 수 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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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을 찍은 U-15 대표팀
| 오: 숙소도 안 좋았지. 유럽 애들이랑 일본 애들은 호텔에서 지낸다고 하던 것 같은데, 우리랑 아프리카 애들은 TV도 없고, 두꺼운 이불도 없는 곳에서..(웃음)
거기에 식사도 토마토에 샐러드, 생선 주고 끝이라고 해서 황당했었잖아. 감독님이 식당에 강력하게 항의하니까 식당 사람들이 거의 울면서 나갔지.(웃음)
곽: 그 영향인지 다음날부터 식사가 좋아졌잖아.(웃음) 거기에 문채현 주무선생님이 밥이랑 김치, 깻잎, 짱아치 등을 구해 오셨고...
오: 그 때 정말 반가웠지. 애들이 한꺼번에 X떼처럼 달려드는 바람에 쌀이랑 금방 바닥났잖아.(웃음)
곽: 어쩔 수 없었어. 쌀을 보니까 다들 눈이 돌아갔었잖아.(웃음)
오: 어쨌든 다시 경기 이야기로 가보면 첫 경기가 프랑스였잖아. 우리가 0-3으로 완패했지. 진짜 잘하더라. 이번 대회 나온 팀들 중에 가장 뛰어난 것 같았어. 결국 우승도 차지했잖아. 일단 처음 봤을 때 체격조건부터 차이가 났었지. 완전 성인 선수들 같더라. 프랑스 애들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도 다 마찬가지였고... 감독 선생님이랑 코치 선생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하면 너희들은 애들이다”라고 놀리실 정도였잖아.
곽: 프랑스전은 첫 경기인데다가 홈팀이다 보니 관중들이 많이 왔었잖아. 애들이 전부 얼어서 플레이도 제대로 못하고...(웃음) 그런데 형 말대로 프랑스 정말 잘하더라. 포지션마다 뛰어난 선수들이 1명씩 있어서 중심을 잡아줬잖아. 특히 스트라이커 9번 선수(파리 생제르망 소속의 다비드 은고그-편집자 주)는 정말 본받고 싶더라. 키가 187cm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볼을 절대 안 뺏기더라고.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이나...우리가 2번째 골 허용할 때도 그 9번 선수가 수비를 여유 있게 제치고 넣은 거잖아. 내가 볼 때 앙리처럼 될 만한 선수인 것 같아. 앞으로 그 선수를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
오: 맞아. 그 9번 정말 잘하더라. 프랑스를 보면 뛰는 양도 우리보다 많으면서 팀 전체가 프레싱 할 때와 하지 않을 때를 확실히 구분해서 하던데. 호흡이 완벽하고 볼을 쉽게 빼앗기지 않더라고. 볼 안 뺏기는 것은 아프리카 애들이 최고였지만..(웃음) 공격수에게도 프레싱을 굉장히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 어쨌든 걔네들이 잘한 것도 있지만, 우리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잖아. 여러 환경이 낯선데다가 얼어있어서 패스연결도 제대로 못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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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개인적으로는 공격수에게도 프레싱을 굉장히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더라. 그리고 두 번째 코트디브와르전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어. 키도 별로 크지 않은데다가 실력도 그렇게 뛰어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거든. 아쉽게 1골을 내줘서 진 것이 분해. 다만 아프리카 애들이라서 그런지 발재간이 진짜 좋고, 유연성과 탄력이 좋아서 키가 비슷한데도 초반에 헤딩을 따내는데 힘들었던 점은 있었지.
오: 야, 코트디브와르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그 경기에서 양발 태클 들어가서 퇴장당한 거 생각하면...어휴..어쨌든 한국에서 연습게임했던 고교팀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뛰어난 팀은 아니었는데 패해서 아쉬웠지.
곽: 독일전은 이동부터 힘들었지? 다른 경기와 달리 숙소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경기를 했잖아. 그런데 희한하게도 홈팀인 프랑스와의 경기보다도 더 많은 관중이 와서 신기했던 기억이 나네.
오: 그 때 거기서 무슨 행사가 열려서 그랬다던가? 아무튼 나로서는 코트디브와르전 퇴장으로 경기를 뛰지도 못해서리...(웃음) 내가 안 뛰어서 그런지 0-5로 지고 말았잖아. 그렇게 크게 질만한 팀이 아니었는데...
곽: 190cm가 넘는 애도 있으니까 경기 전에 솔직히 조금 위압감이 들긴 하더라. 그래도 전반까지 경기내용은 괜찮았는데, 전반 종료 30초인가 앞두고 미드필드에서 패스미스가 나고, 그게 한번에 역습으로 연결되는 바람에 실점을 하고 말았지.
곽: 후반 초반에는 만회골 넣으려고 계속 밀어붙이다가 또 역습당해서 골 허용하고, 그러다보니 당황해서 또 한 골 내주고...이렇게 무너지니까 그냥 대량실점을 하고 말았어.
오: 경기 끝나고 감독님이 아무 말씀 안하시니까 더 죄송스럽더라. 다음날 전술훈련하면서 감독님이 어제 실점한 상황 다시 재연하면서 실수 지적해주시고, 공격수의 움직임 부족과 수비위치선정 등에 대해서 교정을 해주셨지.
곽: 그래서 마지막 카메룬전은 정말 필승의 각오로 나섰잖아. 프랑스까지 와서 한번도 못 이기고 간다는게 얼마나 창피스러워. 일단 카메룬 애들의 체격조건은 코트디브와르 애들보다 훨씬 좋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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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난생 처음으로 사인공세를 받은 선수들
| 오: 전반 중반 무렵에 프리킥 찬스에서 (구)자명이가 헤딩골로 넣을 때만 해도 이기는구나 싶었지. 자명이 골은 이번 대회 들어 첫 골이라 더욱 감격스러웠고...(웃음) 미드필드에서의 2:1패스를 이용한 공격이나 측면 크로스 등을 통해 좋은 기회도 얻었는데, 마무리 부족이 있었고 심판 판정도 조금 아쉬운 감도 있었던 것 같아.
곽: 결국 후반에 골키퍼 미스로 동점골을 내주고, 경기 종료 얼마 앞두고 형 실수로 역전 당했잖아.(웃음)
오: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쉽게 걷어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걸 미스해서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지. 어휴...
곽: 경기 외적으로는 정말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잖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구자명”사건이었지. 안 그래?(웃음)
오: 맞아. 정말 배꼽 빠지는 줄 알았지.(웃음) 같은 숙소를 쓰다보니 코트디브와르나 카메룬 애들이랑 친해지게 됐는데, 걔들이 첫날부터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그랬었잖아. 그런데 자명이가 걔네들한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 한국어로 “구자명”이라고 가르쳐줘서 우리 볼 때마다 “구자명!”이라고 하는 바람에 엄청 웃었지.(웃음)
오: 거기에다가 얘네들이 우리한테만 했으면 되는데, 무뚝뚝하기로 소문나신 김성수 GK코치님께도 가서 “구자명!”이라고 했잖아.(웃음) 그래서 선생님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시더니 “미친 놈 아냐?”라고 하셔서 정말 많이 웃었지.(웃음)
곽: 또 한 가지는 아프리카 애들이랑 탁구를 치는데, 감독님이 심판을 보셨잖아. 그런데 판정을 우리한테 유리하게 해주셔서 아프리카 애들이 탁구 치다가 탁구대 위에 올라가 누워버렸던 일도 있었지.(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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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개인적으로는 쓰디쓴 추억도 있었어. 아프리카 애들이랑 기념으로 어깨동무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걔네들이 민소매 옷을 입었잖아. 그래서 걔네들 겨드랑이 사이에 내 어깨가 밀착됐었지. 사진을 찍고 나서 우리 애들한테 갔는데, 애들이 냄새 난다고 피하면서 저리 가라고 하는 바람에 혼자 빨래를 했던 슬픈 추억이...(웃음)
곽: 마지막 날도 기억나? 대단했잖아.(웃음)
오: 아프리카 애들이랑 친해져서 몇몇이 양말이랑 스타킹을 줬었나봐.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날에 아프리카 애들이 떼거리로 몰려와서 “삭스~플리즈~”를 외쳐대는 바람에...(웃음) 다른 애들은 결국 양말이랑 스타킹 같은 것을 줬는데, 나는 끝까지 사수한다고 문을 닫고 “아이 돈 삭스~”를 외쳤었지.(웃음)
곽: 어쨌든 이번 대회는 좌절도 있었고, 재미있는 일들도 있었지. 우리에게는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 이야기를 들어보니 4월에도 소집훈련이 있고, 8월에 일본에서 열리는 도요타컵에도 참가한다고 그러더라.
오: 8월 도요타컵에서도 우리보다 1살 위 팀들과 경기해야 하잖아. 이번에 부진했던 만큼 꼭 살아남아서 도요타컵과 U-17 아시아선수권 예선에 뛸 수 있어야할텐데. 이번에 일본친선대회에 갔던 애들이 우승하고 와서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기도 하고...
곽: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노력해서 2007년 세계선수권까지 살아남자.
오: 물론이지. 내 꿈은 2007년 세계대회 출전, 그리고 U-20 대표팀-올림픽대표팀을 거쳐서 국가대표팀까지 올라가는 것이니까 여기서 좌절할 수는 없지. 같이 힘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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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난 개인적으로 이런거 싫음. 대화하는거 괜히 어색하고, 민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