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학문 '글라이코믹스' 선두주자
"장기적 안목으로 진로 선택해야"
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한국 BMS 문희석 이사가 중앙대 83학번 동기인 김하형 중앙대 약대 교수에게 바통을 넘겼다. 김하형 교수는 문 이사를 성적과 주량, 인간관계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선망의 대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김하형 교수는 요즘 소위 잘 나가는 젊은 과학자다. 약학 전공자로는 드물게 최근 각광받는 당단백질 관련 학문인 글라이코믹스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 김 교수가 80년대 중반, 일본 유학 시절에 이 학문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지도교수의 영향으로 사실 우연에 가깝다.
"당시만 해도 단백질 연구는 논의의 대상이었고 별로 인기도 없었죠. 그런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파고들다 보니 어느새 생명공학 분야의 주목받는 학문으로 떠오르더군요."
글라이코믹스는 미국 MIT 공과대학이 선정한 인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혁신적인 신기술 10개 분야에 무선센서 네트워크, 나노 태양전지, 메카트로닉스, 분자 영상기술 등과 함께 생명과학 분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당이 다양한 생물정보를 포함하고 생명현상에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최근 차세대 핵심 연구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덕분에 이 분야의 선구자 격인 김 교수는 관련 연구인들과 한국당과학회를 조직하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 측 산학협력단의 주선으로 바이오벤처기업과 끈이 닿아 그동안의 연구결과가 상업적으로도 빛을 보게 됐다.
"영국에서 포스닥 과정을 밟던 중 모교의 부름을 받고 1996년 귀국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실험장비 등 연구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었죠. 그래서 서해안, 제주도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국내 자생 갑각류와 식물에서 기능성 단백질을 찾아내는 일에 주력했습니다. "
김 교수가 발견한 단백질 'PPA'는 서해 갯벌의 작은 게에서 추출한 것으로 암세포의 특이한 화학구조를 인식해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이 단백질을 이용하면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별하지 않고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항암제를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다. 또 제주도 특산식물인 솔비나무의 줄기에서 추출한 MFA는 의약학 연구용시약과 암진단시약, 항암제 등으로 상품화가 진행 중이다.
20여년전 변두리 학문에 불과했던 글라이코믹스는 이제 첨단미래산업의 주축으로 자리잡아 김 교수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고 있다. 자기만의 분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파고들면 언젠가는 빛을 보게 된다는 사실을 김 교수는 잘 보여준다.
"졸업반 학생들이 찾아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30년 후 나의 이력서에 어떤 내용이 적힐지 상상해보라고 충고하죠. 눈앞의 이익에 혹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가지 더, 그 일을 정말 좋아하고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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